AI 스타트업 인수·공개석상서 ‘AI’ 언급까지, AI시대 아래 애플서도 감지되는 ‘변화의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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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직접 언급한 애플, 다윈AI 인수로 저변 넓히나
'AI' 단어 사용 자제하더니, 지난해 말께부터 AI 언급 ↑
AI 제품 출시 예정된 애플, 제품 판매에 영향 끼치는 AI 무시 못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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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의 모습/사진=애플

애플이 AI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나섰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끌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AI를 다루는 애플의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AI라는 단어 자체를 사실상 터부시해 온 애플이지만, 지난해 말께를 기점으로 기류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공개석상에서 AI를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생성형 AI 개발 추진 애플, 다윈AI 인수

15일(현지 시각)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올해 초 캐나다 스타트업 ‘다윈AI’를 인수했으며 해당 기업 직원 수십 명이 애플의 AI 부서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윈AI의 창업자인 알렉산더 윙도 애플의 AI조직 디렉터로 참여했다. 다윈AI는 인쇄회로기판(PCBs)처럼 정밀한 전자 부품 제조 과정에서 사람들이 눈으로 잡아내기 어려운 오류를 찾는 AI 기술을 주력으로 개발하던 스타트업으로, 이들의 핵심 기술 중엔 AI 시스템을 보다 작고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은 “애플이 다윈AI를 인수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기술”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장에선 올해 애플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 자리에서 “생성형 AI의 놀랍도록 강력한 잠재력을 보고 있다.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엔 미래를 재정의할 새로운 기술, 생성형 AI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다윈AI 인수는 애플의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은 다윈AI 인수에 대해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을 안에서 차출하기보단 밖에서 인수해 옴으로써 좀 더 효율적인 사업 순환을 이루겠단 의도가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AI 터부시한 애플, 이제는 애플도 바뀌었다

AI를 대하는 애플의 자세도 점차 바뀌는 추세다. 앞서 지난해 10월 스캐어리 패스트(Scary Fast) 행사에서 신형 M3 칩을 공개하며 드디어 AI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M3 칩의 뉴럴 엔진은 M1 칩 제품군보다 최대 60% 더 빠르며,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를 장치에 유지하면서 AI 및 ML 워크플로를 더욱 빠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가 있는 큰 트랜스포머 모델을 사용하는 AI 개발자 등이 이전에는 노트북에서 불가능했던 워크플로우를 M3 맥스(M3 Max)는 늘어난 메모리 용량으로 지원한다”며 거듭 AI를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그간 애플은 ‘AI’라는 단어 자체를 터부시해 왔다. 자체 금지어로써 AI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단 의미다. 실제 여타 기업들이 유행처럼 AI라는 단어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끼워 넣으려 애쓴 반면, 애플은 지난 10년간 AI에 대해선 거의 전적으로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래 모든 제품 발표와 공개 기조연설에서 애플이 ‘AI’ 또는 ‘생성 AI’라는 단어를 사용한 실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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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강조하는 애플, 기류 변화의 이유는

애플은 통상 AI 대신 ‘머신러닝’, ‘프랜스포머’,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같은 더 전문적인 단어를 사용해왔다. 대표적인 예시가 키보드 자동수정(autocorrect) 기능 강화에 사용된 프랜스포머 모델이다. 애플은 아이폰용 운영체제인 iOS 17에 프랜스포머 언어 모델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트랜스포머 모델은 오픈AI의 GPT도 사용하고 있는 AI 기술이다. AI, LLM 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키보드 사용 습관에 맞춰 자동수정 기능이 최적화되도록 설계한 것을 단순 ‘자동수정 AI’가 아닌 ‘트랜스포머 모델’, ‘LLM’ 등 보다 전문적인 언어를 활용해 설명한 셈이다.

일기 앱인 저널 애플리케이션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널은 사용자의 아이폰에 저장된 각종 데이터, 즉 사진, 위치 정보, 음악 플레이리스트, 운동 기록 등을 사용해 일기를 작성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맞춤형으로 큐레이션 해 제공하는 앱으로, 아이폰 기기 내부의 ‘엣지 AI’를 활용한 기술이다. 저널 앱을 설명할 당시에도 애플은 ‘AI’보단 ‘머신러닝’ 기술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뉴럴엔진도 똑같다. 뉴럴엔진은 현재 AI 학습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GPU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NPU의 일종으로, 이를 설명할 때 애플은 개발자들을 상대로 “자사의 반도체는 ‘머신러닝’에 최적화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바 있다.

애플은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에서마저도 AI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기술적인 설명이 다수 곁들였음에도 역시나 AI 대신 머신러닝이나 뉴럴 엔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온디바이스 AI도 ‘온디바이스 학습(learning)’이라는 말로 대체했다. 심지어는 이미지 생성 AI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위한 코어 머신러닝(Core ML) 최적화 방법을 설명하는 연구 논문에서도 AI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애플이 AI라는 용어 사용에 강박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 애플이 최근 AI를 직접 언급하고 나선 건, AI가 단순 최신 기술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기술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음을 애플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생활 저변에 녹아 있는 AI에 대한 언급을 더 이상 피할 수는 없게 됐단 것이다. AI 분야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자사가 발전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 아니냔 해석도 있다. 실제 앞서 애플은 AI 기능을 강조한 칩을 선보이며 “기존의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를 합친 제품보다 AI에 더 적합한 칩”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보인 바 있다. 더군다나 올해엔 애플GPT를 기반으로 한 챗봇 시리 등 AI 제품 다수가 출시 예정에 있다. 이제까지는 제품 판매가 최우선이라 기술 설명을 최대한 피했지만, 이제는 AI가 제품 판매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꺼내게 됐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