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차전지에 이어 이번엔 초전도체에 불어오는 ‘묻지마’ 열풍

납-인회석 구조에 구리를 입힌 LK-99, 초전도체인가? 아르곤 국가 연구소 “해당 논문은 데이터의 입증 과정 등 온전치 않다” 반복되는 ‘묻지마’ 투자 열풍, 당국의 조속한 조치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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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초전도체’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덕성, 서남 등 상온상압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이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한 검증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이들 테마주에 대한 수혜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초전도체 테마주 부상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 덕성, 모비스 등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개장 직후 상한가로 치솟았다. 서남은 전날 코스닥시장으로부터 투자경고 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전 거래일 대비 27.57% 급등하며 11시 50분께 1만7,700원을 기록했다. 덕성과 현대모비스가 뒤를 이어 각각 24.4%, 17.91% 상승했다. 신성델타테크, 원익피앤이 등 다른 종목들도 장 초반 20% 넘게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은 지난달 27일 고려대 창업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서남의 주가는 이틀 만에 179% 상승했다. 덕성과 우선주 역시 각각 115%, 9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신성델타테크와 모비스는 90% 이상, 원익피앤이 주가는 54% 상승했다.

초전도는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상온과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양산되면 인류 문명의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바타에서는 상온상압 초천도체 ‘언옵테늄’ 때문에 우주를 건너 판도라 행성을 침공할 정도다.

투자자들도 우주를 건너갈 기세로 투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형순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상온 초전도체 기술개발 논란은 있었지만 나중에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국초전도 및 극저온학회도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우려를 표하며 현재까지의 데이터로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로 확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지난 수일간 국내외에서 보고된 결과의 ‘진위’에 논란이 있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면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진위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초전도체 논문 일부/사진=KCI

전체 거래량 중 92%가 개미

초전도체 테마주들의 상승세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동안 서남의 평균 거래량이 월평균 44만 건에서 1,518만 건으로 35배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92%가 개인 투자자의 거래였다. 마찬가지로 덕성 역시 지난 5일간 평균 거래량이 607만 건으로 이전 월평균 5만 건에서 크게 늘었다. 이는 121배 증가한 수치다. 이 역시 개인 투자자가 전체의 97.3%로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초전도체 테마주의 엄청난 상승세는 이차전지에 열광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업종에 집중됐던 수급이 차익실현 매도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차전지의 경우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처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초전도체 테마가 형성되면서 관련 종목으로 수급이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경고

한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는 아직 과학계에서 검증 단계에 있는 만큼 개발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테마의 성격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초전도체 테마주의 주가 변동성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게다가 초전도체주와 관련된 사업 중 상당수는 초전도체와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덕성은 의류, 가구, IT 소재 등에 사용되는 합성피혁 제조가 주사업이고, 신성델타테크도 가전제품 부품 생산과 물류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차전지에서 초전도체로 투자 초점이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계속 반복되는 거품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에는 ‘이차전지 테마주’, 그전엔 ‘생성 AI 테마주’가 있었다. 당국은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