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파운드리 가격 인상하는 TSMC, 삼성전자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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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CM 파운드리 가격 인상 기정사실화
"엔비디아는 잘 버니까" 고객사 고려해 과감한 조정
삼성전자, TSMC 이탈 고객사 흡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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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격을 인상한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탄탄한 AI 반도체 수익성을 고려, 과감한 가격 조정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TSMC의 가격 인상이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TSMC, 파운드리 가격 상향

10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TSMC는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률)을 53%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시장은 TSMC의 올 2분기 매출총이익률이 1분기(53.1%)보다 다소 낮은 51~53%에 머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대만 정부의 전기 요금 인상, 첨단 공정 생산 용량 확대 등으로 인해 비용이 급증한 결과다.

TSMC의 3대 회장에 오른 웨이저자는 가격 인상을 직접적으로 공언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주 대만 ‘컴퓨텍스 2024(Computex 2024)′ 행사에 참석해 “AI 칩을 만들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이 TSMC와 논의하려 한다”며 “시장에선 TSMC의 가격이 제일 비싸다고 평가하는데, 고객이 얻는 수율을 보면 TSMC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가성비가 가장 좋기 때문에 아직은 (가격을) 상향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발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TSMC의 AI 반도체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TSMC가 웨이퍼 제조 등 수많은 공급망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며 “현재 TSMC의 파운드리 가격이 너무 낮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황 CEO가 첨단 공정 가격 인상 이후에도 엔비디아의 수익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지지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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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고객’ 엔비디아

실제 엔비디아는 TSMC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큰손 고객’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 H200, 올해 출시될 최신 AI 칩 B100 등에는 각각 TSMC의 4㎚와 3㎚ 공정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TSMC 매출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엔비디아가 TSMC의 가격 인상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치솟으며 수익성이 제고된 결과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 가격은 4만5,000달러(약 6,2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해당 제품의 가격대는 지난 2022년 출시 당시까지만 해도 3만6,000달러(약 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AI 서버 개발 수요가 폭증하면서 최근 1만 달러가량 웃돈이 붙었다.

제품 수요가 급증하자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총이익률도 지난해 동기 대비 13.8%p 급등한 78.46%까지 치솟았다. 이는 수익성이 높기로 유명한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약 4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삼성전자(36%)와 SK하이닉스(38%) 등 국내 유수 대기업의 1분기 매출총이익률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TSMC 가격 인상, 삼성전자에 호재?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TSMC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TSMC가 탄탄한 수익을 바탕으로 신속한 첨단 공정 전환에 나설 경우, AI 시장의 수요가 TSMC 쪽으로 편중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2·3나노 등 첨단 공정에서 이렇다 할 대형 고객사의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TSMC의 높은 생산 단가로 일부 고객사들이 이탈할 경우 삼성전자가 이들 업체의 수주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도 실린다. 실제 지난해 TSMC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가격을 30% 인상하자 △AMD △퀄컴(QCOM) △미디어텍 등 주요 고객사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주문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문제는 흡수한 수요를 삼성전자가 감당할 수 있을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ET-CHINA, 대만 자유시보 등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수율은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조한 칩 10개 중 8개는 결함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해외 보도와 달리 3nm 공정은 순조롭게 진행 중으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수율에 대한 추측을 부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