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최악의 해” 얼어붙은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올해 회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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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 '2,484억 달러', 2017년 이후 최저치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전체 투자 금액도 전년 대비 '56%' 감소
미 연준 통화정책 전환 ‘불확실’, 시장 살아나려면 고금리 기조 빨리 끝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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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가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건수도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며, 특히 지난해 4분기 미국 벤처투자 시장의 거래 규모는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대두된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해 나타난 급격한 고금리 기조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에는 얼어붙은 시장 여건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벤처투자, 투자 규모 및 거래 건수 모두 6년래 최저

24일(현지 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발표한 ‘벤처현황(The State of Ventur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2,484억 달러(약 331조원)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6,486억 달러(약 868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4,262억 달러(약 570조원)로 떨어지며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벤처투자 거래 건수도 전년 대비 30% 감소한 2만9,303건으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지역 대부분에서 거래가 줄어들었으나, 유독 미국 벤처투자 시장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벤처투자 시장의 거래 규모는 전분기 대비 21% 감소한 2,182건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수준을 기록했다.

스타트업이 회당 1억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메가라운드(mega-round) 사례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1,608건으로 정점을 찍은 메가라운드는 2022년 933건으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394건으로 급감했다. 또 한 해 동안 새롭게 탄생한 유니콘도 지난해 71개로 감소하며 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 유니콘 중 35곳은 미국 기업이며, 나머지 아시아와 유럽에서 각각 18개, 12개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 반해 인수합병(M&A)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M&A 사례는 8,351건으로 1만 건 이상을 기록한 2021~2022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성사된 M&A 거래에서 중소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비춰볼 때,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M&A로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B인사이트 관계자는 “지난해 상위 M&A 거래 목록에 대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며 “시너지가 기대되는 작은 스타트업 간 M&A가 이뤄진 반면, 미 SEC 등 규제 당국의 조사가 강화됨에 따라 과거 M&A를 활용했던 대기업 상당수가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도 유사한 흐름, 전체 투자금 전년 대비 43% 감소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도 여전한 상황이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전문기업 더브이씨(THE VC)가 발표한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 2023’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11월 말까지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전체 투자 금액은 6조211억원으로 전년 대비 56%나 줄었다. 투자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133건으로 전년(2,003건) 대비 43.4% 감소했다.

스타트업 신규 설립 건수도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신규 설립된 한국 국적의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중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기업의 수는 총 95개로, 2022년의 322개 대비 70.5% 줄었다. 이미 투자 시장 침체의 여파가 본격화된 2022년 수치가 전년 대비 44.4% 감소한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투자유치에 성공한 신규 설립 스타트업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폐업한 기업 수도 증가세다. 같은 기간 폐업한 기업의 수는 총 146개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2022년 폐업 건수가 전년 대비 31.6% 급증했던 것을 비춰볼 때 여전히 시장 전반이 냉각된 것으로 보인다. 더브이씨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겨울이 장기화한 가운데, 몇 년째 ‘수익성’이 스타트업 업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며 “냉혹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고성장 고비용의 수익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잇따른 기업들은 당초 준비 중이던 IPO(기업공개)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선 스타트업 대다수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인력규모 축소와 마케팅 등 비용지출을 축소 등의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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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부는 ‘3월 금리인하론’ 바람, 벤처투자 회복 시작될까

국내외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가 지속되는 공통적인 원인으론 그간 지속된 고금리와 고물가의 여파가 꼽힌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대외 변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함에 따라 투자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당장 금리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투자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경기 둔화 우려와 자금조달 비용 등의 증가로 인해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으로 온기가 전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3회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시장에선 ‘3월 금리인하론’이 확산하기도 했지만,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과 고용시장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자 일부 연준 위원 사이에선 금리인하 시기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며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일축했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개시 시점과 무관하게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윤건수 회장은 “지난해 연준이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 것은 투자 시장에서 의미가 크다”며 “설령 금리인하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준 것이기에 벤처 투자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월별 및 분기별 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감소 폭이 줄며 회복 조짐을 보인 바 있다. 대형 VC들 역시 공통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2023년에 저점을 통과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올해 투자집행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