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는 가격 경쟁·일본과는 기술 경쟁, ‘첩첩산중’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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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1위 위협받는 LG에너지솔루션
韓 배터리 3사 성장률 모두 40% 미만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과도기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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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큰 폭의 성장률을 그리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특히 CATL은 세계 1위 LG에너지솔루션과 동률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추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배터리 업체에 추격 허용

11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부터 11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82.9GWh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90.1GWh)와 비교해 48.8% 증가한 수치다.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48.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9%에서 5.5%p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에 이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29.1%에서 27.7%로 소폭 하락하며 중국 CATL(22.1→27.7%)에 동률을 허락했다. CATL이 LG에너지솔루션(41.7%)의 2배가 넘는 성장률(86.5%)을 기록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0.1GWh에 불과했다. CATL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 테슬라를 비롯해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성장률은 모두 시장 전체 평균(48.8%)에 미치지 못했다. 점유율 4위를 기록한 SK온은 13.7%의 성장에 그치며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14.2%→1.8%)했으며, 5위 삼성SDI 역시 39.8%의 성장률로 점유율 하락(10.6%→9.9%)을 맞았다.

이 기간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배터리 업체는 중국 BYD다. BYD는 불과 1년 사이 448.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전기차 수출에 주력한 BYD는 0.5%에 불과했던 중국 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9%까지 확대하며 세계 6위 배터리 업체로 급부상했다.

광저우자동차그룹, 지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배터리 공급을 확대한 중국 파라시스(Farasis)도 0.9%였던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며 7위에 안착했다. Farasis는 1년 사이 16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일제히 글로벌 시장 공략에 주력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 일부 모델에도 CATL 배터리가 탑재되는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 공급망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 내세운 中 기업들

이처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배경으로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양극재를 구성하는 수산화 리튬과 삼원계 전구체 등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광물 제련량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CATL의 경우 사업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 꾸준한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및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재희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전문연구원은 “우리 배터리 업체들이 광물 확보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민간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으며 “정부 차원의 ‘업스트림(Up-stream, 원자재 확보) 프로젝트’와 자원 보유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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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사진=토요타

시장 과도기 예상, 기술 패권 지키기 위해선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기술을 확보한 일본과의 경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배터리를 의미하는 말로, 현재 상용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단시간 충전으로도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화재나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보유한 일본 토요타는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토요타의 전기차 대표 모델 비지포엑스(bZ4X)를 예로 들면, 현재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30분 충전으로 약 600㎞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면 경우 10분가량 충전으로 최대 1,200㎞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운행의 가장 큰 불편함으로 지적되던 긴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요타 외에도 중국 CATL, 미국 솔리드파워 등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며, 우리 기업 중에서는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상영 연세대 교수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통해 과도기에 대비해야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기술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