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도 뛰어든 DPU 시장, ‘727억원 실탄 장전’ 망고부스트 글로벌 공략 나서

망고부스트 5,500만 달러 시리즈 A 투자 유치 데이터처리가속기 시장, 3년 후 ’90조원’ 규모 전망 “다양한 선행 기술 확보, 성장에 자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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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망고부스트

데이터처리가속기(DPU)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기업 망고부스트가 727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유치로 망고부스트의 기업가치는 4,000억원을 상회하게 됐다. 이는 지난해 5월 13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610억원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망고부스트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2년 차에 불과한 신생 스타트업인 망고부스트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버 효율 극대화’ 시스템 반도체로 글로벌 공략 나선다

20일 VC 업계에 따르면 망고부스트는 최근 5,500만 달러(약 727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가 리드투자자로 나섰고, KB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이 외에도 기존투자자인 DSC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IM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참여했으며, 국책은행 중 한 곳도 추가 합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망고부스트는 김장우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지난해 2월 창업한 기업이다. 김 대표와 함께 연구하던 제자 15명을 비롯해 삼성,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직원들이 창업 멤버로 힘을 합쳤다. 인텔의 AI 가속기 개발 담당 임원 출신 에리코 너비타디 박사가 대표적 예다. 너비타디 박사는 현재 망고부스트 미국법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망고부스트가 주력 중인 DPU는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서버의 과부하를 줄이는 시스템반도체를 의미한다. 데이터센터 내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각종 디바이스의 동작을 최적으로 조절해 서버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능을 한다.

망고부스트 관계자는 “국내외 빅테크들과 협업해 DPU를 개발하고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본사의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평균 34% 성장 중인 글로벌 DPU 시장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규모 시스템 운영 과정에 활용되는 기술인 만큼 DPU는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명칭이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및 서버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했고, 기존 CPU로는 처리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프로세서가 DPU다. 단순 데이터 처리를 넘어 네트워킹, 스토리지, 보안 서비스에 이르는 통합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DPU 시장은 연평균 34%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9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 대기업들도 D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멜라녹스와 펜산도를 인수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은 주요 대기업에 국한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기술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탓에 아직 표준화된 DPU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3월 2일 이종호 장관(왼쪽)이 서울 관악구 망고부스트를 방문해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로부터 DPU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대평가 등 일각의 우려에도 망고부스트 “자신 있다”

망고부스트는 현재 글로벌 주요 기업에서 개발하고 있는 DPU가 한정된 분야에 특화돼 있어 활용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유연성’에 중점을 두고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는 “그동안의 연구 기술을 바탕으로 한 DPU를 소프트웨어 스택과 함께 제공하고 있어 다양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발 단계에 있는 DPU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기술적으로 인정받는 DPU를 개발하는 기업은 국내에서는 망고부스트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3월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김 대표가 만나 DPU관련 정부 R&D 지원방안과 향후 기술 및 산업 발전 방안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최근 AI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데이터센터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DPU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 우리 기업이 AI 시대의 시스템 반도체 핵심 시장을 선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VC 업계 일각에서는 망고부스트의 몸값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설립돼 불과 2년 차 신생 스타트업인 만큼 아직 재무제표 등을 통한 객관적인 성과 입증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망고부스트는 김 대표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4년부터 DPU 관련 핵심기술들을 개발해 온 만큼 앞으로의 성장과 꾸준한 수익성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DPU 관련 프로토타입과 논문들을 ISCA, MICRO, ASPLOS 등 컴퓨터 구조·시스템 분야 유수의 학술대회에 꾸준히 발표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선행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입지를 다지겠다는 망고부스트의 청사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