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 흐름 속 수요 폭증에 몸값 치솟는 광물자원, 경제성·친환경 갖춘 대안은 ‘도시광산’

도시광산, 산업 폐기물에서 유용한 자원 추출해 산업원료로 재공급 ‘자원 경제, 희소금속 안정 공급, 친환경’ 등 세 가지 목표 달성 가능해 각광 국내서도 도시광산 산업 활발, 다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해 발전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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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캐나다 라이-사이클의 작업 공정/출처=Li-cycle

산업 폐기물로부터 금속 자원을 추출해 산업원료로 쓰는 도시광산이 뜨고 있다. 폐가전을 재활용해 환경 오염을 막는 데다 경제성까지 갖춰 기존 광물자원 채광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등 세계 주요국에선 도시광산 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지원을 이어온 가운데 최근 국내서도 관련 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도시광산에 대한 개별법이 존재하지 않는 등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관련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모든 것의 전기화에 따른 필연적 흐름, 도시광산

글로벌 탈탄소 전환의 흐름으로 모든 화석연료 기반의 동력 시스템이 전기화하면서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연, 구리, 철과 같은 대표적인 금속자원은 물론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망간, 코발트, 니켈까지 주요 광물자원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문제는 광물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둘째 치고, 기존 채광 및 제련 방식이 탄소배출 등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탄소중립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할수록 에너지 분야의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이러한 기존 광물채광의 대안으로 ‘도시광산’이 떠오르고 있다. 도시광산은 전자제품 등의 폐기품에서 희금속이 비축된 광산으로, 산업 폐기물에서 유용한 자원을 추출해 산업원료로 재공급하는 산업을 말한다. 도시광산의 대상물은 산업 전반에서 사용된 금속이나 제조된 모든 제품, 즉 수명을 다하거나 폐기된 전기·전자제품(E-Waste)과 배터리 등이 될 수 있다.

세계 천연자원 매장량이 향후 70년 내 바닥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시광산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폐전기·전자제품 쓰레기 처리 지침(WEEE Directive)을 운용하기 시작한 EU의 가장 큰 도시광산 기업 유미코어는 세계 최대 재활용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의 30% 정도를 도시광산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 북미에서도 폐배터리 전문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Li-cycle)이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가 하면, 라일락솔루션나 리시오스 같은 리튬 회수 스타트업들도 기존 채광 방식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앞다퉈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폐가전 재활용 통해 경제성, 친환경성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다

도시광산이 주목 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채굴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크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광산에서 채굴된 천연 광석은 금속 함유량이 낮아 정련 과정을 거쳐 순도를 높이는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이미 순도가 높은 금속이 미량 포함된 개별 가전에는 무게 대비 더 많은 양의 광물을 회수할 수 있다. 금광석 1톤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의 양은 평균 4g 정도인 반면,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1톤에서는 무려 300~400g의 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탄탈룸·코발트·인듐 등 희금속의 재활용 가치가 크다는 점도 도시광산이 뜨는 이유다. IT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희금속은 소수 국가에 편재돼 있어 극심한 공급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실제로 전체 희토류 채광의 58%, 희토류 제련의 약 90%가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도시광산 개발은 이러한 희금속 쏠림현상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안정적 공급처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광산의 장점 가운데 친환경 요소를 빼놓기 어렵다. 폐전자제품에서 유용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은 그 자체로 환경오염을 줄이는 활동이다. 인류가 만들어 낸 쓰레기의 상당수는 폐기된 전기·전자제품에 해당하며 매립된 쓰레기들은 장기간 환경 오염의 주범이 돼 왔다. 도시광산 업체들이 가장 우선하는 과정이 폐기된 전자제품을 수거하는 것인 만큼 자연스레 환경오염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8년 출시된 애플의 2세대 재활용 로봇 데이지/사진=애플

지지부진국내 도시광산 산업, 장애요인은?

국제적으로 도시광산 산업 육성에 몰두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 사이 도시광산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가운데 현재 수거를 제외하면 크게 두 단계로 산업군이 구성돼 있다.

먼저 폐전자제품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선별 산업군이 있다. 폐가전제품을 해체·파쇄해 소재별로 선별 출하하는 자원 재활용 업체 스피네이처와 SK에코플랜트 산하의 폐가전제품 처리 전문 기업 테스(TES)가 대표적이다. 또 서울시 SR센터는 지자체가 일부 업체에 위탁해 자체적으로 재활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분류한 재활용 원료를 매입해 제·정련해 금·은·코발트 등과 같은 고순도 원료로 가공하는 산업군도 있다. GRM, 성일하이텍 등이 분야의 대표적인 도시광산 기업들이다. 이 밖에도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친환경 리튬 추출 기술을 보유한 그린미네랄 등 희금속 회수 솔루션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도시광산에 대한 개별법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 가지 관계 법령이 혼재하는 등도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표준산업분류에도 도시광산 산업이라는 별도 분류가 존재하지 않고 ‘수집 및 운반’ ‘해체·분리·제련’ 등 분류 코드가 달라 현황 파악과 업종별 정책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폐자원 수집 환경이 유독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한국리싸이클링자원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도시광산 업체 중 절반이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업체에 해당했다. 특히 최근 제조되는 제품들이 효율성 확대를 위해 소재의 순도와 재료의 결합 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서 영세업체들이 자원의 분리와 선별의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