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5대 시장’ 올라선 인도, ‘포스트 차이나’ 입지 굳혔다

애플 아이폰 5대 시장에 이름 올린 인도, 애플 ‘인도 공략’ 전략 성공했다 청년층 중심의 대규모 시장,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급성장세 ‘포스트 차이나’의 중심축으로 거듭난 인도, 글로벌 기업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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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인도가 사상 최초로 애플 아이폰의 ‘5대 시장’에 진입했다. 18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리서치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4~6월) 인도가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중국, 일본, 영국과 함께 아이폰 5대 시장에 등극했다고 밝혔다.

‘탈중국’ 기조로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생산 기지를 물색하기 시작한 가운데, 인도 시장은 ‘포스트 차이나’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인도 시장 내 약진은 시장의 성장은 물론, 점차 부각되기 시작한 ‘프리미엄’ 선호 기조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애플의 ‘인도 공략’ 작전 성공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 아이폰 매출에서 인도가 4%의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라 추산했다. 애플 측이 정확한 판매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2분기 인도 내 애플 판매량이 전년 대비 50% 급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내 애플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3.4%에서 5.1%까지 급성장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인도는 지금까지 ‘저렴한 가격’을 우선시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이나 중국 샤오미의 저가 제품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점차 부각되기 시작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인도 시장 내에서 고가로 분류되는 400달러(약 50만원) 이상 스마트폰 비중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4%에서 현재 10%까지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앞서 애플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2분기에는 수도 델리와 금융 수도 뭄바이에 인도 최초 애플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오픈 행사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중국 생산 거점 일부를 인도로 옮겼다. 현재 아이폰 조립업체로 이름을 알린 대만의 폭스콘과 페가트론이 인도 생산량 확대를 계획 중이며, 인도 현지업체 타타도 대만 위스트론의 인도 아이폰 제조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의 인도 1호 오프라인 매장 뭄바이점/사진=애플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인도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주목하는 ‘유망 시장’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도의 소비 시장은 2021년 기준 1조6,000억~1조7,000억 달러(약 2,032조8,000억원) 규모로, 민간 소비가 GDP의 약 70%가량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35세 미만인 청년층이라는 점, 부양가족 비율이 낮다는 점 등이 기업에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친화적인 청년 세대가 인도 사회의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 시장 역시 급격하게 성장하게 성장하는 추세다. 인도의 모바일 전화 가입자 수는 11억5,000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 가입자 역시 6억 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며, 연평균 14.8%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의 애플의 약진은 디지털 기기 구입·활용에 적극적인 인도 청년층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를 흡수한 결과물인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인도 공략’ 전략이 향후 10년간 7배의 매출 증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릭 우드링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오는 2030년까지 인도의 1인당 소득이 2배로 급증할 것이며, 현재 60억 달러(약 7조5,720억원) 수준인 애플의 인도 시장 매출은 10년 내로 400억 달러(약 50조8,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5년간 인도 시장이 애플 매출 증가의 15%를 견인할 것이며, 10년간 애플 생태계에 1억7,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 유입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생산기지 겸 거대 시장’ 인도, 포스트 차이나의 물결

최근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포스트 차이나’로 인도를 점찍으면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최대 생산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낮은 인건비와 거대한 시장이 꼽힌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인도 시장 전반은 매서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인도는 제조 입지를 마련함과 동시에 거대한 현지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땅인 셈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 역시 인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최근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연 30만 대 생산 공장을 추가했다. 현재 자동차가 제조 규모에서 세계 5위,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세계 6위를 점하고 있는 인도의 ‘미래’를 눈여겨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차후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자동차 판매 시장 2~3위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초 삼성전자는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단행, 삼성 스마트폰 인도 현지 제조 시설을 현재의 2배로 확충하는 착공식을 거행한 바 있다. 인도 내에서 또다시 애플과 삼성전자의 ‘점유율 전쟁’이 벌어진 셈이다. 현재까지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압도적이지만, 차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과연 글로벌 시장의 ‘미래’로 손꼽히는 인도에서 승기를 거머쥐는 기업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