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본격 준비 나선 정부, ‘공룡 플랫폼’의 설정 기준은?

‘플랫폼법’ 두고 고심 이어가는 정부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사전규제 형태로 전망 공룡 플랫폼 독과점 현상↑, 불공정 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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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9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의 이해와 입법 대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성일종 의원실

정부와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 감시·제재를 위한 법률 제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규제 대상 ‘공룡 플랫폼’의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르면 내달 ‘플랫폼법’ 국회 발의

20일 국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 간 최종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이하 플랫폼법)이 발의된다. 플랫폼법은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공정위는 갑을거래(플랫폼-입점업체) 및 소비자거래(플랫폼-소비자)와 관련해선 별도 법률을 도입하지 않고 ‘자율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법에 따라 공룡 플랫폼으로 지정되면 강력한 감시·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룡 플랫폼의 지정 기준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법은 대체로 ‘연매출 3조원 이상’ 등을 지정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이 2조9,471억원인 만큼 약 530억원 매출 차이로 감시망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회엔 야당이 발의한 플랫폼법이 다수 계류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은 지정 기준을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공정위가 매출액, 시가총액, 이용자 수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 법안은 △지정 당시 또는 2년 전에 연매출 3조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30조원 초과 회사가 소유·지배하는 경우 △지정 당시 또는 12개월 전에 월간 이용자 수 1,000만 명 이상 또는 이용 사업자 2만 명 이상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지정하도록 했다. 이외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은 △3년간 연간 총매출액이 6조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이나 그에 준하는 자산가치가 30조원 이상인 경우 △3년간 사용자 수가 2,000만 명 이상이거나 이용 사업자가 5만 개 이상인 경우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지정하도록 했다.

플랫폼법, EU의 ‘DMA’와 비슷할 듯

이 같은 플랫폼법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사전규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공룡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별도의 금지 규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피해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된 후에야 갑질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의 고질적인 ‘뒷북 제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DMA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세계적인 디지털 대기업과 이들의 핵심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사전 설치나 자사 서비스 우선 적용, 서비스 간 개인정보 통합 등을 규제하며, 사용자가 다른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단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

DMA 적용 대상엔 온라인 검색 엔진,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 동영상 공유 플랫폼, 온라인 메시지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터 시스템, 운영 체제, 광고 서비스, 웹 브라우저, 가상 비서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DMA 적용 대상은 직전 회계 연도 EU 매출 75억 유로 이상 또는 시가 총액 750억 유로 이상을 기록한 기업이다. 이들을 아울러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업이라 일컫기도 한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는 월간 활성 최종 이용자 수 4,500만 명 이상 및 EU 내에 설립된 활성 법인 사용자 연 10만 곳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DMA는 게이트키퍼에 광고 투명성 의무도 부여한다. 이에 따라 광고주와 퍼블리셔에게 관련 광고 벨류 체인의 일부로 제공되는 다양한 온라인 광고 서비스의 가격 및 수수료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해당 정보를 매일 제공함으로써 광고주는 게이트키퍼의 온라인 광고 서비스 이용 비용과 대체 사업자의 온라인 광고 서비스 이용 비용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최종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현상을 억제하겠단 취지다.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경쟁 가능성’과 공정성’이다. DMA는 게이트키퍼의 해로운 관행을 해결함으로써 비즈니스 환경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유지되고 혁신과 경쟁이 장려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온라인 광고 서비스 비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책정되도록 해 비즈니스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투명성 제고는 게이트키퍼가 관련 광고 벨류 체인의 일부로 제공되는 각기 다른 온라인 광고 서비스에 대해 양측이 지불한 가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 저해하는 공룡 플랫폼들

공룡 플랫폼의 공정거래 저해는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쿠팡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1위 업체로서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 실제 쿠팡은 CJ제일제당과의 햇반 수수료 문제를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햇반과 만두의 입고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두 제품은 쿠팡에서 매출 상위권에 들어가는 CJ제일제당의 효자 상품들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쿠팡과 납품단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다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으며, 농심도 백산수의 마진 등 문제로 쿠팡과 마찰을 빚었다. 그 결과 현재 백산수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완전히 막힌 상태다. 이 때문에 사실상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식품업계를 길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룡 플랫폼의 독과점 현상도 늘고 있다. 최근 인터파크는 사명을 ‘인터파크트리플’로 변경하며 여행업에까지 그 사업 범위를 넓혔다. 지난 2022년 야놀자 관계사이자 초개인화 여행 플랫폼인 ‘트리플’과 합병을 단행한 인터파크트리플은 오는 2028년까지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5,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파크트리플이라는 여행공룡의 등장으로 앞으로 여행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공룡의 등장은 여타 중소 플랫폼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쿠팡와우 멤버십을 보유한 회원들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멤버십을 통한 ‘락인효과’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공룡 플랫폼의 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들 공룡 플랫폼은 디지털 환경을 지배하고 세상과의 상호 작용을 형성함으로써 한편으론 더욱 질 좋은 사회를, 다른 한편으론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기업 하나의 힘이 커지면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문제, 독과점 및 불공정 경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우려도 함께 커진다. 규제와 혁신 사이에 균형추를 달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