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는 국세청 ‘홈택스’ 해외 수출, 이면엔 방치당한 ‘택스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K-전자세정’ 자화자찬하는 정부, 간담회 개최·MOU 체결 등 해외 수출에 박차 한국세무사회 압박에 생사 오가는 ‘택스테크’ 서비스 삼쩜삼, 정부 중재 못 받고 방치 ‘홈택스’ 대비 서민 접근성 높은 스타트업 서비스, ‘정부 플랫폼 수출’만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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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K-전자세정 수출지원 간담회 모습/사진=국세청

국세청이 ‘홈택스’ 시스템 수출에 속도를 낸다. 지난 20일 국세청은 전자세정 수출에 관심 있는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K-전자세정 수출지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자세정 수출 동향과 국세청 지원방안을 설명하고 애로사항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시스템 구축, 전자세금계산서 시스템 개통, 연말정산 간소화 등 전자적 세원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꾸준히 힘써온 바 있다. 최근에는 과세자료 빅데이터센터 설립 등 ICT(정보통신기술) 접목을 통한 전자세정 편의성 증진을 도모하는 한편, 기반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벤처업계에서는 텍스테크(Tax Tech)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출시한 세금 신고 환급 서비스 ‘삼쩜삼’과 정부 전자세정 서비스 간 충돌이 재조명됐다. 정부가 한국세무사회의 제지로 국내 사업 성장이 정체된 삼쩜삼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가운데, 유사 정부 서비스인 ‘홈택스’ 수출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K-전자세정 수출지원 간담회’로 수출 박차

국세청은 지난 20일 전자세정 수출에 관심 있는 국내 K- 시스템 통합(SI) 기업을 대상으로 K-전자세정 수출지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시스템 수출 현황, 해외 동향에 대한 브리핑과 국세청장 명의 추천서 발급, 컨설팅·교육·인력 지원 등 K- 전자세정 수출지원 ‘원스톱 서비스’ 제공 방안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간담회에 참여한 삼성 등 다수의 SDS, LG CNS, SK C&C 국내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은 수출지원 방안 및 전자세정 수출과 관련된 업계의 애로사항, 건의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국세청은 전자세정 수출 지원 업무를 국세행정 역량 강화 전담팀(TF) 중점 추진과제로 지정하는 한편, 관련 업계와 전자세정 수출과 관련된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유하며 전자세정 수출 지원을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우리나라 전자세원을 ICT 기술을 활용해 현금거래를 양성화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매년 조세 행정을 전산화하고자 하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해외 과세당국이 대한민국 국세청을 방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20년 LG CNS는 인도네시아 국세청과 국세행정시스템(CTAS) 구축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1년에는 국세청이 제2차 한·헝가리 국세청장 회의에서 헝가리 국세청과 빅데이터 기술협력을 포함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MOU 체결 이후 우리나라와 헝가리는 2022년 한·헝가리 실무회의, 25일 개최된 제3차 한·헝가리 국세청장 회의를 통해 꾸준히 관련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국세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수출 협력 의사를 드러낸 탄자니아 조세청(TRA)이 한국 국세청에 고위 공무원단을 파견한 바 있다. 탄자니아 조세청 공무원단은 19일 LG CNS IT 센터를 방문, 국내 전자세정 기술 수준을 확인하고 LG CNS에서 수출한 인도네시아 국세전산시스템 구축 현황 브리핑을 받았다. 차후 국세청은 탄자니아와의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실무자간 협의를 진행하고, 국세전산시스템 수출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이 탄자니아 공무원단과 면담하는 모습/사진=국세청

외면당한 택스테크 스타트업 ‘삼쩜삼’

한편 국세청의 전자세정 수출 움직임에 벤처업계에서는 한 스타트업의 처우가 재조명됐다. 한국세무사회와의 갈등으로 존폐의 기로를 겪고 있는 종합소득세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이 그 주인공이다. 택스테크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운영하는 삼쩜삼은 가입자의 대부분이 소상공인 및 서민이다. 소득이 높지 않아 세무사를 찾아가기엔 부담스럽고, 세무신고 과정을 공부하기엔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 곤란했던 서민의 세금 환급 고민을 해결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세무사회는 삼쩜삼 서비스가 ‘불법 세무 대리’라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관련 혐의로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지난해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리자, 세무사회는 삼쩜삼의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위법이라는 이유로 재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정보 위탁 처리에 관한 근거가 불명확한 현행법의 한계에서 비롯된 논쟁이다. 이에 관련해 국무총리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쩜삼 서비스에 대한 한국세무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별다른 갈등 중재 없이 사태를 방치해 왔다. 하지만 삼쩜삼은 정부의 외면과 이익 단체의 압박 속에서도 세무 업무 간편화 기술을 기반으로 1,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삼쩜삼에서 이뤄진 실제 환급액은 6,107억원이며, 환급받은 고객의 1인당 평균 환급액은 18만원 수준이다.

자력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세무 분야 세계 최초로 영국 정부의 글로벌 스타트업 유치 프로그램 GEP(Global Entrepreneur Programme)에 선정된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3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영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내년 4월 정식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영국 국민들의 세금 신고 및 환급을 간편하게 돕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삼쩜삼 서비스를 통해 복잡한 세무 업무로 어려움을 겪는 영국 내 자영업자, 프리랜서, 긱 워커(초단기 근로자)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사진=삼쩜삼

‘더 나은 서비스’ 추구하는 스타트업 서비스, 정부 사업에 밀렸다

삼쩜삼 서비스에 자영업자 수요가 몰린 이유는 간단하다. 홈택스 서비스의 편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자세정 서비스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서면 신고 제출을 위해 신고서를 복사하고, 신고 마지막 날이 임박해서야 세무서와 우체국을 방문해야 했다. 그런 만큼 홈택스 도입 이후 모든 것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던 과거 대비 세금 관련 업무가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2002년에 첫선을 보인 국세청의 전산화는 현금영수증 제도, 연말정산 간소화, 전자세금계산서 등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15년에는 국세청 TIS(국세통합시스템)를 NTS(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로 바꾸는 대규모 개편도 진행했다. 이는 2011년 시작해 4년 6개월에 걸쳐 30여 종의 모든 전산시스템을 한 번에 전면 개편한,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로 2,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현재 홈택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총 784종, 총 화면 수는 5,000여 개에 달하는 만큼 세법을 잘 모르는 납세자, IT에 취약하거나 홈택스를 처음 접하는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접근 장벽이 높은 서비스인 셈이다.

정부는 홈택스 서비스를 ‘선진국에서도 모니터링 하고 싶어 하는’, ‘세계가 주목하는’ 등 자화자찬 가득한 수식어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실제 홈택스 서비스가 활용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일부 국가가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까지 편의성이 부족한 ‘홈택스’라는 정부 플랫폼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철저히 외면당한 스타트업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정부가 편의성이 부족한 자체 플랫폼에 ‘스포트라이트’를 내리쬐는 동안, 정작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 하나 없이 외롭게 이익단체와 싸우고 있다. 삼쩜삼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자력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정부는 갈등 중재에서 손을 떼고 자체 사업 수출에만 집중해 온 것이다. 국민 편의성과 시장 발전을 위한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