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과 영업손실 함께 불어난 당근마켓, 당근페이 등 ‘사업 확장’ 역풍 맞았다

매출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당근마켓, 동시에 영업손실도 60% 불어났다 수익원 한정된 가운데 ‘당근페이’ 출시 등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비용 증가한 것이 원인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3조원 ‘과대평가’ 지적 이어져, 상장도 M&A도 어려운 ‘사면초가’

160X600_GIAI_AIDSNote
사진=당근마켓

지난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페이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했지만, 사업 확장으로 인해 불어난 영업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당근마켓은 외형적으로 문제 없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499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가입자는 3,20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만 명 이상 증가했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1,800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외형적 성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영업손실은 56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60% 증가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540억원으로 48% 늘었다. 매출 증가 속도가 영업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609억원에서 1,064억원까지 급증했다.

한정된 수익원, 급증하는 영업비용

지난해 당근마켓 광고 수익은 49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했다. 2021년에도 전체 매출 중 99%가 광고 수익(255억원)에서 나온 바 있다. 플랫폼 내에서 개인이나 소상공인이 올리는 지역 광고가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인 셈이다. 하지만 광고 사업의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광고 수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광고선전비도 늘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광고 수익의 절반가량인 263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했다.

수익성의 한계를 느낀 당근마켓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확장을 단행했고, 당근페이 등 신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당근페이 도입 이후 서버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고, 결제·송금 수수료 무료 정책에 따른 운영 비용 부담이 가중되며 지급수수료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지급수수료 비용은 3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대비 160억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급여 비용도 324억원으로 2021년(130억원) 대비 약 2.5배 급증했다. 개발자 위주 대규모 인력 채용, 개발자 초봉 인상 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근페이 적자는 2021년보다 5배가량 증가한 80억원을 기록했다. 캐나다, 일본에 진출한 자회사 역시 각각 연간 10억원, 1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비용도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며 실적에 역풍을 맞은 것이다.

수익성 개선 위해 내놓은 당근페이, 부담만 키웠다 

당근마켓은 작년 8월 약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발행 주식 수는 총 54만 9,710주이며, 주당가액은 32만원이다. 주당가액을 2021년 말 기준 전체 발행 주식 수(919만 6,580주)에 곱하면 자그마치 3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당근마켓이 대기업에 버금가는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투자금만 있으면 차후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마땅한 수익원을 찾아내지 못했다. 영업손실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시장의 의구심도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당근마켓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당근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당근페이는 당근마켓이 결제·송금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올해 별도로 설립한 자회사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PG와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자 라이선스를 허가받은 뒤 지난해 2월 출시됐다. 두 라이선스는 각각 신용카드사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결제를 대행하는 사업, 포인트 충전 기반 결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자격이다.

당근페이는 지난해 2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제·송금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앞세워 출시 후 1년간 500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은행에 내야 하는 송금 수수료를 당근마켓이 부담하는 구조인 만큼, 수익은커녕 오히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위해 송금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할 경우에는 무료 정책으로 확보한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외형적 성장과 내실 다지기 사이 ‘딜레마’가 당근페이 서비스 내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사진=당근마켓

3조원 기업가치 ‘과대평가’ 비판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꾸준히 당근마켓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가치가 무형자산 위주로 산정되어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 당근마켓을 3조원에 인수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기업은 장부상 기업가치와 인수 금액 간 차이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며, 그 차액은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당근마켓이 건물이나 토지 등 유형자산이 거의 없고,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기업가치의 대부분은 실체를 증명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이라는 점이다. 무형 자산은 물리적 형체가 없지만 식별이 가능하고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 경제적 효익이 있는 ‘비화폐성 자산’으로, 개발비, 프랜차이즈, 산업재산권, 저작권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M&A를 단행한 기업은 ‘제값을 주고 샀다’는 사실을 최대한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를 원한다. 인수한 기업을 상각할 필요가 없는 자산으로 인정받고,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축소될 일이 없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자치하고 있다. 만약 기업가치 중 절반이라도 감가상각 대상이 될 경우 당근마켓을 인수한 기업은 1조4,000억원을 상각 처리해야 한다. 재무제표 악화는 물론 신용등급 하락 등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을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의 과대평가에 대해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무형자산과 관련한 이 같은 리스크는 이마트의 2022년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21년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한 이마트는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400억원(스타벅스코리아 인수에 따른 감가상각비 포함)의 반영으로 인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10년간 상각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무려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당근마켓이 현재 기업가치 그대로 M&A를 진행할 경우 3조원에 당근마켓을 인수한 기업은 PPA 과정에서 ‘상각 폭탄’으로 재무제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적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상장도 어렵고, M&A도 어려운 위기 상황인 셈이다. 이어지는 영업 적자로 여유 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올 연말쯤 당근마켓이 다음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당근마켓이 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