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GP 요건’ 대폭 강화에 업계 반발 “개인투자조합 근간 흔드는 일”

개인GP와 법인GP가 혼재하는 국내 생태계에서 “개인투자조합 도입 목적 의미 없어져” “벤처 개인투자조합 결성 애로 해소하겠다”는 중기부의 다른 정책과 배치, 혼선 예고 한편 실제 투자는 안하고 ‘꼼수 부리는 개인GP’ 득실해 관리·감독 필요하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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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개인투자조합의 개인 업무집행조합원(GP) 자격 요건이 강화됐다. 개인GP 요건에 액셀러레이터 재직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법인GP와 개인GP가 혼재된 액셀러레이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액셀러레이터는 법적으로 초기 창업자의 선발 및 전문 보육과 투자를 수행하는 창업기획자를 의미한다.

‘2년 이상 투자심사 업무 수행 경력’에 업계 반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1일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벤처투자법)을 개정하며 개인투자조합 GP의 전문성 자격 요건을 새롭게 명시했다.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조합 GP의 요건으로 △전문개인투자자 △개인투자조합의 GP로서의 5년 이상 경력 △개인투자조합 GP 양성 교육과정 수료 △2년 이상 투자심사 업무를 수행했거나 3년 이상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업계는 개정안의 ‘2년 이상 투자심사 업무 수행 경력’을 두고 반발했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신기술창업전문회사, 기술지주회사 등의 경력은 인정하지만,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의 투자경력은 빠졌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액셀러레이터 내부 심사역이 자체적으로 GP 역할을 수행해온 업계의 관행과는 크게 대비되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액셀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가장 전문적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가 그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게 대단히 아이러니하다”며 “현재 액셀러레이터협회는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정안에 대한 수정을 중기부에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무늬만 액셀러레이터판치는 형국, “개인GP 전문성 관리 필요”

한편 정부가 개인GP 자격요건을 강화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단 한 건의 투자도 진행하지 않은 무늬만 액셀러레이터인 곳이 판을 치는 형국”이라며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수백 개의 액셀러레이터가 등록했지만, 상당수는 정부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창업 컨설팅을 지원하는 식으로 이름만 내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창업기획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중기부에 등록된 308개 액셀러레이터 가운데 110개 사는 전년 투자 실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액셀러레이터도 무려 81개 사에 달했다. 이들을 합하면 전체 62%가 개점휴업인 셈이다.

또 투자 실적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개인GP가 투자한 회사의 외형 부풀리기와 같은 ‘꼼수’가 혼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의 자격요건 완화해 열어준 바람에 정부 보조금을 따내던 브로커와 컨설팅 업체들까지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해왔다”면서 “이들 덕분에 보육 및 투자 업무를 수행하던 성실한 액셀러레이터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기존 정책과 상반된 정책, 시장 상황 고려한 보완책 찾아야

중기부는 지난해 8월 23일부터 벤처투자조합 결성 애로를 해소하고,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벤처투자 분야 규제를 혁신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 바 있다. 이는 이번 개인GP 요건 강화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물론 이번 시행령 개정은 액셀러레이터의 전문성을 꼼꼼히 검토해 전반적으로 개인GP에 대한 관리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존의 액셀러레이터들을 원천적으로 시장에서 차단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조합 시장은 법인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하면서 개인GP와 법인GP가 혼재해왔다. 이런 마당에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경력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사실상 개인투자조합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고집한다면 ‘벤처투자조합 결성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그간의 목표와 정반대로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개정안에 따라 액셀러레이터와 개인투자조합 등 초기투자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토하고, 국내 액셀러레이터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시장에 적합한 보완책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