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위기 내몰린 ‘기업구조조정 종합대책 수립’ 나서는 정부 “기촉법 상시화 논의와 함께 추진”

오는 10월 일몰을 앞둔 ‘기촉법 상시화 논의’와 병행해 추진할 가능성 높아 최근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 늘어난 상황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기촉법 상시화 원하지만, 일부 법조계는 위헌성 등 사유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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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정부가 오늘 10월 일몰을 앞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시화 논의와 함께 올해 상반기 중으로 법정관리기업 및 워크아웃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 종합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사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은 거의 없었다. 금융위원회 및 산하기관이나 채권단 및 법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특별 대책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이러한 정부의 정책 선회가 최근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숫자가 늘어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기업구조조정 종합대책, 기촉법 상시화 논의와 병행해 추진할 것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며 부실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의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자문회의를 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진공은 오는 6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목표로 금융, 기술, 인력, 위기지역 등 부문별 분과를 나누고 내부 전담반까지 꾸려 현 제도의 개선 사항 도출 및 신규 지원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 전반을 재편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위기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재편부터 정책자금 규제 완화,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공급 다변화, 민간 금융권과 협업체계 마련 등 다양한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촉법 상시화 논의와 연계해 추진되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업계에선 기촉법을 통한 구조조정이 부진함에 따라 정부의 지원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점으로 볼 때 시의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중기부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다소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워크아웃 기업은 물론 회생기업, 인수금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부실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촉법’ 두고 찬반양론 팽팽

기촉법은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되는 제도다.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공동 관리 아래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 기업으로 거듭나는 절차인 워크아웃이 기촉법에 근거를 두게 되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회생시킬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들에 좀 더 안정적으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라도 기촉법 상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모두가 찬성해야 구조조정이 개시되는 자율협약과 달리 75%만 찬성해도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사태 이후 부실기업이 대거 출현하면서 2001년 처음 제정됐다. 이후 실효와 부활을 반복하다 현재 6번째 한시적 일몰법으로 시행 중이며, 지난 2018년 6월 말 일몰됐다가 국회가 5년 한시로 재시행하기로 하면서 올해 10월까지 유효한 상태다.

한편 금융위가 2020년 초부터 상시화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국회와 법원 등에선 반대 목소리를 내며 의견이 모이지 않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위헌성 등의 사유를 들며 상시화를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기촉법을 근거로 한 워크아웃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채권단이 주도하고 워크아웃 과정에서 외국금융기관 등을 배제하는 것이 부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법무법인 변호사도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기촉법의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은 M&A가 활성화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회생절차에서는 법원 허가를 받으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기촉법은 자산을 양도하거나 매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효율성 측면에선 회생절차보다 장점이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 금융기관, 비금융기관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평등권 위배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강조했다.

다시 떠오른 기촉법 상시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의 중앙은행이 양적긴축에 들어갔다. 한국은행도 작년 내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며 고금리 긴축 정책을 펴온 덕분에 부동산 경기침체마저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촉법 상시화가 재차 대두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PF대출 확대로 인한 일부 은행의 부실판정이나 건설업계 연쇄 도산 우려 등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IMF 이후 정부의 경제관료들은 법원의 법정도산절차를 통해 주요 대기업의 사활을 결정하기보단 자신들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워크아웃’ 방식을 선호해온 점도 기촉법 상시화 추진의 또 다른 배경으로 보인다. 법원 등 법에 따른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과 일반 상거래의 채권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채무가 동결된 뒤 채권자,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까지 조정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회생 가능 기업에 최대한 빠르게 자금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