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란’ 번거로운 중고 의류 거래를 손쉽게, 마인이스 41억 규모 시드 투자 유치

중고 의류 자체 수거해 상품화·판매까지 대행, 상반기 내 정식 서비스 출시 목표 ‘ESG’ 가치 부합하는 친환경적 서비스, 판매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편의성 제공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의 ‘3강’ 구도, 치열한 경쟁 뚫고 입지 다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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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차란

23일 중고 패션 쇼핑 서비스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가 41억5,000만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지 10개월 만이다. 이번 투자에는 굿워터캐피탈, CJ대한통운, SM컬처파트너스, T인베스트먼트, 슈미트, 스파크랩 등 국내외 벤처캐피탈(VC)과 기업이 참여했으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와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 김창원 전 펫프렌즈 대표 등이 엔젤투자자로 참여했다.

차란은 위탁받은 중고 의류를 자체 수거한 뒤, 전문 스튜디오 촬영, 항균과 살균 클리닝, 적정 판매가 제안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인이스는 작년 차란의 알파 서비스 테스트를 통해 빠르게 시장 가능성을 검증했고, 자체 오퍼레이팅 시스템 구축 성과를 인정받아 시드 단계부터 성공적인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는 “이번 투자금은 정교하고 속도감 있는 검수 시스템을 확대하고 유통 라인을 확보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며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매와 판매 경험을 제공하여 중고 의류 쇼핑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옷장에 잠들어 있는 ‘중고 옷’의 상품화 ‘친환경’ 메시지까지

차란은 패션 아이템 중고 거래를 통해 의류 수명 주기를 연장하는 온라인 세컨핸드 패션 플랫폼이다. 체계적인 상품화 과정을 구축해 판매자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판매자가 차란이 제공한 ‘차란백’에 의류를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차란은 수거부터 촬영, 상품화, 배송 등 판매 과정 전반을 대행해준다.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차란을 통해 기부할 수도 있으며, 판매 완료 상품 수익은 간편하게 정산받을 수 있다.

판매자는 판매 과정을 플랫폼에 위탁해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버려질 뻔한 옷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갔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실측 사이즈 등 상품의 상세 정보를 제공해 구매자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환불도 가능하다. 중고 상품임에도 ‘새 옷을 사는 듯한’ 기분을 주며 새로운 소비 경험을 창출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차란은 체계적인 자체 검수 시스템을 통해 중고 상품의 정품 여부, 등급, 실측 사이즈 등의 주요 정보를 확인한 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특정 카테고리 및 명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중고 리셀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선보인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차란은 지난해 알파 테스트를 통해 SPA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3,900여 종의 제품군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 달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상반기 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목표다.

사진=차란

패스트패션 풍조에 대항하는 차란의 서비스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가치에도 부합한다. ‘패스트패션’이란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값싸고 대량 생산되는 의류를 일컫는다.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저렴한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옷들이 끊임없이 출시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옷들은 유행이 지난 뒤 쉽게 버려진다. 패스트패션이 지구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최근 환경 문제에 위기감을 느낀 MZ세대는 환경보호 등 자신의 신념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소비로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가치소비’,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등이 주목받고 있다. 중고 거래를 통해 의류 수명 주기를 늘리는 차란의 서비스가 MZ세대의 가치소비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쟁쟁한 경쟁사

수많은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이 차란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소비자원이 중고 거래 플랫폼 4곳(중고나라·당근마켓·번개장터·헬로마켓)을 이용한 소비자 1,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중고 거래 품목 중 3위가 ‘의류’(13.7%)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플랫폼으로는 동네 생활 서비스로 지역 연결망을 구축한 당근마켓이 있다. ‘당근마켓’은 2021년 시리즈 D 투자(1,800억원)를 유치하며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당근마켓 이웃 간 연결 사례는 1억 5,000만 건 이상, 당근마켓에서 이뤄진 중고 거래 수는 1억6,400만 건 이상이다. 2022년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 명으로 1년 전 대비 1,000만 명 증가했다. 2022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은 쇼핑 앱 순위에서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패션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플랫폼으로는 번개장터가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9,700억원을 넘어 1조원에 육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번개장터 전체 중고 거래량의 44%, 거래액의 3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번개장터의 패션 분야 거래액은 2019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거래액은 2019년에 비해 108%, 2020년에 비해 약 30% 성장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빅 3’로 불리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차란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의 편의를 보장하는 현 서비스 방향을 유지하되, 꾸준히 서비스를 고도화해나가며 차별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