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결성액 역대최초 10조원 넘겼지만, ‘사상누각?’

역대 최고치 기록했지만 급격히 둔화중 대형 VC에 집중되는 투자… 중소 VC는 어쩌나 반복되는 악몽?…. 과거에서 교훈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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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책브리핑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이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해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복합 위기에도 벤처펀드 결성액이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분기에는 형성이 3.3%로 둔화하고 4분기에는 13.0%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는 역시 3고 복합 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벤처캐피털(VC) 기업이 모태펀드에 대한 GP 자격증을 우여곡절 끝에 반납하는 등 시장 상황이 어렵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그간 우리가 일군 창업·벤처 생태계의 견실함을 보여주는 성과”라면서도 “벤처펀드의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복합 위기 장기화로 벤처펀드 결성 역시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 업계는 체질 개선 중민간이 주도해야

한국의 벤처캐피탈 산업이 어려운 와중에도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는 벤처투자에서 민간 부문의 확대와 공공 부문의 축소이다. 반대의 경우를 상상한다면 이해가 쉽다. 이는 정부 지원 없이도 시장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벤처투자 시장에서 민간자금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순수 민간자금으로 형성된 벤처펀드 규모는 4조 3,651억 원으로 모태펀드 규모인 3조 8,572억 원을 넘어섰다.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펀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중소 VC들은 자금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민간투자가 크게 늘었음에도 민간출자자(LP)를 확보하지 못해 여전히 자금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실적이 탄탄한 대형 VC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에 집중하면서 VC 업계의 온도 차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본에 접근할 수 없는 중소 VC들에 양극화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평이다.

VC 업계도 양극화대기업과 중소기업 격화 심해져

벤처캐피털 업계가 직면한 주요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시장 위축이다. 이는 단기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 축적된 제도가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벤처펀드의 ‘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투자가 크게 줄었다. 글로벌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 강화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대형 VC를 향한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벤처펀드 형성 감소로 이어져 중소 VC들의 자금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기업에 성장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투자 촉진을 지원하고 민간자본 유입 확대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수요와 투자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민간벤처캐피털 펀드가 집중되고, 시장에서의 과소 투자 등 정책지원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는 정부 펀드가 지원하는 등 민간벤처캐피털 펀드와 정부 펀드 간 명확한 기능도 구축한다. 이는 벤처캐피털 산업의 안정과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벤처 버블 악몽스타트업 생태계 붕괴위기 반복되선 안돼

1997년은 IMF 외환위기 때 가장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던 해로 한국의 벤처 산업에 중요한 해였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경기가 급격히 침체됐고, 정부는 회생 방안으로 벤처에 눈독을 들였다. 벤처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투자가 과열되면서 벤처캐피털(VC) 시장에 대한 정부의 참여도 위축됐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자 이는 민간 시장에 충격으로 이어졌다. 펀드 조성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VC들 사이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고,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기관투자자들도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벤처투자는 시장 위기를 맞았다. 1,910개 기업과 544개 기업의 투자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2조원에서 6,044억원으로 약 70% 급감했다. 이 시기에 구제책으로 ‘모태펀드’가 등장했다. 수익성은 낮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의 순기능’을 운용하는 임무가 부여됐다. 이 펀드는 벤처투자를 촉진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2005년 도입된 기술 특례상장제도는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숨통을 틔웠다. 벤처캐피탈 시장 안정과 국내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이 됐다. 모태펀드와 기술 특례상장제도는 스타트업에 자금원을 제공했고, 벤처 업계에 추가 지원했다. 벤처기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성장을 촉진하고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영 장관은 “모태펀드 출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벤처·스타트업에 벤처투자가 적시 공급될 수 있도록 벤처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라며 “민간 자생적인 벤처 생태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간벤처 모펀드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조속히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