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억 대출 6개월 만기 연장한 정육각, 자금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무리한 인수로 재정 상황 빨간불, 대출 연장했지만 ‘산 넘어 산’ 대출 상환 위한 자금 마련해야 하지만 펀드레이징 지지부진 초록마을과의 ‘시너지’ 증명 시급, 화장품 등 사업 확장 시도

160X600_GIAI_AIDSNote
사진=정육각

축산물 전문 유통 플랫폼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실행한 단기자금대출의 만기가 연장됐다. 신한캐피탈은 지난달 말 정육각에 제공한 단기자금대출 370억원의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당장 급한 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대출 상환 자금 마련 방안 탐색, 초록마을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사업 확장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올해 초 정육각은 900억원을 들여 친환경 신선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 인수를 단행했다. 당초 정육각은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초록마을을 인수하고, 남은 금액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자금이 모이지 않자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에 필요한 일부 자금을 신한캐피탈로부터 3개월짜리 단기자금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초록마을 주식 일부를 담보로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정육각은 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금이 대출 상환에 쓰일 것이 확실한 상황에 투자를 단행할 투자자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육각은 현재 기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VC 관계자는 “결국 기존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에 나서야 하겠지만, 까다로운 투자 요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유치를 위해선 초록마을과의 시너지를 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초록마을 인수가 향후 정육각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자사 스마트팩토리의 제조 역량을 활용해 초록마을 PB(자체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유기농 식품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 실무진은 내달 만나 구체적인 시너지 사업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초신선’ 육류 신속 배송으로 경쟁력 확보

정육각은 초신선 육류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유통 스타트업 기업이다. 고기 도축, 판매까지 복잡한 유통 과정을 간소화해 4일 이내 도축된 신선한 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IT 기술을 활용해 주문 접수 이후 가공을 시작하는 실시간 생산 시스템을 갖췄으며 자체 물류를 통해 당일배송 100%, 새벽배송 80%를 소화하고 있다. 수요 예측 기반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어 판매 상품 폐기율도 0% 수준이다.

한때는 무리한 마케팅으로 다른 회사 돼지고기 품질을 낮춰 평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육각의 돼지고기와 기존의 돼지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을 비교하며 “기존의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이 더럽다”는 뉘앙스의 광고를 진행한 것이다. 그 밖에도 “시장에 유통되는 숙성육은 박테리아 증식으로 인해서 잡내가 난다”는 등 정육각 외 고기를 폄하하는 듯한 주장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육각은 도축 이후 시간이 지난 돼지고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이유는 기존 축산업계의 관행과 비효율적인 유통 과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돼지고기 유통망을 혁신하겠다는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와 같은 정육각의 포부에서는 쿠팡, 컬리, 오아시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목표가 읽힌다. 바로 유통망의 혁신이다. 유통업계 구조 혁신을 목표로 시작한 모든 회사들이 초기에 엄청난 손실을 떠안는 것은 이미 쿠팡, 컬리의 사례에서 증명된 바 있다. 정육각의 매출액은 400억원 수준이며, 2020년 80억, 2021년 2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혁신’의 과정에서 적자가 불어나며 재무적 위험이 커진 상태인 셈이다.

경쟁 뚫고 초록마을 인수 성공했지만, 자금 문제 ‘막막’

정육각은 올해 초 초록마을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대상홀딩스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초록마을 지분 99.57%를 90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정육각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컬리, 바로고 등 다른 인수 후보들의 존재감이 상당했던 탓이다.

상장을 앞둔 컬리는 자금 여력이 충분했으며,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초록마을을 인수해 적자 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퀵커머스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던 바로고도 인수 명분이 명확했고, 신세계그룹 소속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6년 설립되어 매출액 162억원(2020년 기준)에 불과한 스타트업 정육각이 업력 20년이 넘은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사진=초록마을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인수한 뒤 ‘초신선’을 앞세워 더 다양한 품목의 상품을 판매하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든 탓일까.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실행한 대출에 대한 상환 리스크가 커졌다. 투자 유치로 인수 자금 충당을 시도했지만, 펀드레이징이 이뤄지지 좀처럼 않으며 상환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 6월 예비유니콘에 선정되면서 추가로 대출받았지만, 이는 7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결국 정육각은 이번에 초록마을을 담보로 실행한 약 370억원 규모의 단기자금대출의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펀드레이징은 여전히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기존 투자자는 대규모 자금 유입이 확정되면 그 이후 펀드레이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재무 상황에 본격적으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초록마을과의 시너지 창출, 성과로 보여줘야

무리하게 초록마을을 인수했다는 우려를 잠재우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성과가 필요하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시너지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사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정육각은 현재 시너지 창출을 위해 사업 라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초록마을과의 협업을 통한 화장품과 생활용품, 농산물 등 판매 상품군 확대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내년 초 초록마을이 취급하는 상품들을 함께 판매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육각은 지난달 27일 ‘초샵’을 상표권을 등록하고, 립스틱과 샴푸 등 뷰티 제품부터 농산물 등을 지정 상품으로 추가했다.

하지만 정육각으로 이뤄낸 ‘대박’이 다른 상품 분야로 쉽게 확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0년대 초반 소셜커머스로 대박을 냈던 쿠팡, 티몬, 위메프 3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소셜 커머스 사업 확장의 한계를 느낀 3사는 나란히 이커머스 일반 분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물류 혁신에 도전했던 쿠팡은 10년도 더 지난 올해에야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티몬 & 위메프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사실상 소형 웹사이트 수준으로 전락했다.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분야로 그 성공이 쉽게 이전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정육각 역시 현재 시너지 창출 과정에서 상기 3사와 유사한 도전을 하고 있다. 육류 판매 사업에는 초신선 전략이 유효했지만, 차후 사업을 확장한 뒤에도 계속해서 ‘초신선’만을 강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차후 신선상품 분야 성공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을 철저히 수립해야 현재 닥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