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인 ‘메타버스 서울’ 속 빈 강정 되지 않으려면

서울시, 전 세계 최초 지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메타버스 도입 성공적이면, 확장 및 정착에 힘 쏟을 예정 빛 좋은 개살구 되지 않도록 모범적인 공공 메타버스 이뤄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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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22일 오경희 서울시 디지털정책담당관은 중구 소공동에서 열린 ‘메타버스 이노베이션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 서울’을 소개했다. 오 담당관은 메타버스 서울에 구축된 공간을 시연하며, 서울시 민원서비스나 각종 증명서 발급 신청 등의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신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연말연시 행사나 DDP 가상패션쇼 등 시민 참여형 메타버스 행사를 진행해왔던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회성 위주의 콘텐츠에 불과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나 서울시 내부 업무 시스템을 연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자체 플랫폼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으며, 메타버스 서울은 현재 베타서비스 진행 중으로 올해 안에 공식 서비스될 예정이다.

전 세계 최초인 메타버스 서울, 온라인 소통 및 행정서비스 제공

메타버스 서울은 서울시가 기존에 운영하던 온·오프라인 행정 서비스를 메타버스에 그대로 옮긴 플랫폼이다. 지난 2021년 11월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며, 모바일 앱으로 접속해 3D 가상공간으로 조성된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등을 돌아볼 수 있고, 시민들에게 민원서비스와 다산콜센터 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해당 안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자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한 최초 사례이며, 지난 11일에는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타임지에 ‘2022 최고의 발명 200’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 메타버스 정책은 오세훈 시장이 ‘서울비전 2030’에서 제시한 ‘미래감성도시’분야 핵심 전략 일환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서울은 지난해 ‘파일럿’ 단계를 거쳐 올해 기반을 마련하는 ‘도입’ 단계에 있다. 지난해 발표한 추진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상의 종합민원실 ‘메타버스120센터(가칭)’도 만들 예정이며,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를 ‘가상관광특구’로 조성하고 돈의문 등 소실된 역사 자료 또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재현할 전망이다. 올해 도입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시민대학 캠퍼스나 콘텐츠 제작 놀이터 등으로 가상 세계를 ‘확장’하는 단계에 돌입하고, 2025년부터 2026년까지는 XR(혼합현실)을 도시 전반에 적용하는 ‘정착’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애인 안전·편의 콘텐츠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도 개발해 확장현실(XR) 기술을 적용해 시각청각장애인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이미지·음성, 수어 콘텐츠를 개발·제공할 예정이다. 나아가 메타버스의 불건전한 활용과 역기능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안전한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용수칙 및 윤리지침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일회성 이벤트 아닌 장기 이용 플랫폼 되려면, 행정 서비스의 비약적 발전 필요

현재 메타버스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웹 포털에 서비스를 검색할 경우 중소벤처24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중소벤처24는 기업 관련 인증·증명(확인)서 발급 및 지원사업 안내·신청, 중기부 소관 민원 등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다양한 기관에 흩어져 제공되던 서비스를 한 곳에서 통합 제공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포털이다. 지난 2020년 조성되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행정서비스는 정부24나 국세청 홈택스, 중소벤처24 등의 앱을 통해서 이미 이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온라인으로 민원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없는 것들은 직접 찾아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법인으로 여겨지는 단체를 신규 신청할 경우 신청이 되지 않고 직접 내방접수해야 한다. 개인사업자 명의나 주소이전으로 인한 변경신고를 할 때도 각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처리해야 한다. 만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메타버스 서울’이 새로운 온라인 민원 플랫폼이 되고, 각종 온라인 이벤트를 위한 기본 베이스가 되고자 한다면 기존에 온라인으로 처리되지 않던 것들을 메타버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기업 메타버스와 공공 메타버스의 차이점, 시민들에게 필요성 인식되어야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 씨(가칭)는 코로나-19 이후 출퇴근 아닌 재택근무를 하며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 전원을 켜고 메타버스 사무실에 접속하면 출근 완료이며, 먼저 접속한 동료 아바타와 채팅으로 수다를 즐기다 자신의 자리에서 업무를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메타버스로 출근할 때는 각자 다른 공간에 있어 업무의 효율성과 원활성에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진행하니 업무 효율도 높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워라벨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메타버스 안 직원들은 동료들과 협업이 필요할 때 협업툴을 이용해 서류를 주고받고, 의견을 조정하며, 중요한 보고는 팀장과 1:1 화상으로 진행한다. 출퇴근으로 인한 체력 낭비가 없어 업무 몰입도가 실제 출근과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사기업에서 활용하는 메타버스는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 기업에서 필요한 가상 현실을 구현하고 여러 문서 프로그램이나 회의 프로그램들을 잘 융합시킨다면 업무를 위한 메타버스 활용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사기업 메타버스는 직원들이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방문해야 한다는 필수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 메타버스는 그렇지 않다. 당장 이용방법이 어렵고,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시민들은 메타버스를 찾지 않을 것이다. 즉 초기 투자 비용의 부담으로 개발을 위축시키고, 그저 플랫폼 구축에만 목적을 둔다면 공공 메타버스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은 5,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메타버스 앱을 공개했으나 몇 달째 아무도 찾지 않아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누적 방문자는 고작 489명이며 앱에 접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은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 건물 안에서 벽에 붙은 정책 홍보 영상이나 참여 기업 소개 자료를 보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수십 개의 서울 정부기관·지자체의 공간이 마련되었지만, 누적 방문자 수는 수백 명에 그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어린이 청소년 시민발언대의 공간은 지난해 10월 오픈 후 350여 명만 이용했고, 서울혁신파크 가상공간은 지난해 11월 공개 이후 누적 방문자 460여 명이다. 대부분의 공공 메타버스가 최소비용으로 구색만 갖추다 보니 컨텐츠와 기능이 빈약한 것이다.

서울시에서 미래 도시를 위한 발전 방향의 일환으로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행정서비스 및 행사 진행을 위한 자체 온라인 제작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은 적절한 투자이며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구색 갖추기용으로는 메타버스를 통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없을뿐더러 세금 낭비만 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적절한 투자와 판단으로 전 세계 지자체를 비롯한 사기업들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