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자금 조달 中企 10곳 중 7곳 “최대 애로사항은 높은 대출금리”

중기회, ‘복합 경제위기에 따른 중기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 실시 은행 대출금리 약 9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 중소기업 이자 부담 커져 금리 폭등 직격탄에 한계기업뿐만 아니라 흑자기업도 줄도산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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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소기업중앙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높은 대출금리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7~11일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복합 경제위기에 따른 중기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많은 중소기업이 외부자금 조달 애로(복수응답)로 높은 대출금리(67.1%)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소기업 자금 조달 금리는 연초에 비해 2.2%P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금리 상승폭(1.75%P)보다도 높은 수치다.

가장 필요한 금융 정책은 ‘금리부담 완화 정책’

외부자금 조달 시 필요자금 대비 확보한 자금 비중을 보면 절반 이상(63.1%) 기업이 40% 이하로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21~40%'(34.8%)가 가장 많았고 ‘0~20%'(28.3%), ’41~60%'(21.8%), ’61~80%'(10.8%) 순이었다. 81% 이상 확보한 기업은 4.3%에 불과했다. 가장 필요한 금융 정책으로는 ‘금리부담 완화 정책'(46.4%),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33.6%) 등 금리 관련 대책을 꼽았고, 이어 신규자금 대출 확대(10.6%)와 대출금 장기분할 상환제도 마련(5.0%) 순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금리가 약 9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신규 대출 금리는 4.87%를 기록하며 2014년 1월(4.88%)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더 올린 것을 감안하면 10월 중소기업에 실행된 대출 금리는 이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솟는 은행 고금리를 비롯해 최근 단기 자금 시장 경색까지 겹쳐 일각에서는 흑자를 내는 중소기업도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방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법인파산 접수 건수, 지난해보다 늘어

지난 7월 20일 법원통계일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회생 접수 건수는 48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628건)보다 23.2%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반면 상반기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452건으로 지난해(428건)보다 늘었다.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2020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부터 감소했으나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법인회생이 줄어든 이유를 시중에 풀린 다양한 기업 지원 자금의 효과로 판단했다.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자 낮은 금리의 정책자금을 운용했고, 이에 기업들은 자금을 활용해 경영 활동을 유지하며 생존 기반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물가 급등 및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회생 가능성까지 차단돼 파산으로 몰린 한계기업이 늘었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파산 신청 건수가 줄어든 것은 상당수 한계기업이 2020년 시장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다시 파산 신청이 늘어난 건 장기화한 경제 불황으로 회생조차 불가능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내 근로자의 80%가 중소기업 근무, 생존의 갈림길에서 정부 역할 막중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크게 뛰었다. 손해보험협회공시실의 중소기업물적담보대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담보대출의 최고금리는 2.5% 수준이었던 반면 9~10월은 모두 5%를 기록하며 2배 이상 상승했다. 관련하여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40.6%로, 이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1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최근 금융권에선 이자 비용 상승이 모든 업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하며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경제연구소장)은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 업종 및 기업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며 “기업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심정으로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자구 노력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및 기업이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며 근로자 중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때문에 중소기업이 휘청거리면 경제적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 폭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간 한계기업뿐 아니라 흑자기업까지도 도산할 수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금은 선방하고 있는 중소기업마저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은행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시키고 무분별한 자금 회수가 없도록 조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