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커머스 유니콘과 쏘카의 차이

‘쿠팡’ 사례를 들며 오늘의 적자는 얼마든지 내일의 시장지배력으로 돌아온다고 주장 수직계열화에 더 많은 비용 필요, 현대·기아 자동차그룹 수준 대기업 아니면 불가능한 도전 탁송, 편도 대여, 배달 등 서비스 확장, 수평계열화 통해 사업라인 확장하는 방식으로 선회 농협·축협 등이 확보한 신선식품 물류 시스템, 9,500억 투자금만으로 뚫는 것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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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가 상장을 타진하던 지난 8월 초, 최초 공모가로 책정한 38,000원~45,000원 밴드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비관론에 대해 ‘쿠팡’의 사례를 들며 오늘의 적자는 얼마든지 내일의 시장지배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반박을 하는 그룹이 있었다. 상장일 직전 공모가가 28,000원으로 책정됐음에도 여전히 ‘가격이 높다’, ‘상장할 체급이 아니다’라는 비관론이 이어졌고 반대 그룹은 모빌리티 시장에서 롯데렌탈 등을 제치고 대장주로 우뚝 솟아오를 것이라는 전망하기도 했다.

상장 한 달이 조금 지난 26일, 주식시장에서 쏘카의 주가는 16,100원이다. 40% 이상이 빠진 셈이다. 종목토론방에는 악성 비난이 가득하다. 상장할 체급이 아니었는데 무리한 상장을 했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대가 압도적인 다수가 된 것이다.

쏘카 vs. 쿠팡

이커머스 전문가들은 쿠팡의 성공이 단순히 업계 1위 기업이 될 때까지 엄청난 투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오프라인 유통망과 달리 이커머스는 리베이트(판매자가 지급받은 대금의 일부를 사례금이나 보상금의 형식으로 지급인에게 되돌려주는 일)를 쉽게 요구할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유통 시장 전체의 기존 구조를 깨고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낼 때까지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쏘카가 도전하고 있는 단기 모빌리티 시장은 공유경제의 성패에 달려있는 만큼 공유경제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 장악력은 차량 수천 대 보유 정도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오프라인 마트에 가던 행동 양식을 인터넷을 통한 주문으로 완전히 대체하도록 만드는 시스템과 단기 차량 대여는 동일선상에서 소비자 행동 패턴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쏘카의 주요 서비스는 단기 차량 대여 플랫폼을 이용한 탁송, 편도 대여, 배달 등의 서비스 확장이다. 수직계열화를 위해 더 큰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국내에서 현대·기아 자동차그룹 수준의 기업이 아니면 불가능한 도전인 만큼 수평계열화를 통해 사업라인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생존과 상장을 위해 수익성을 우선시한 선택인지 수직계열화를 포기하고 소형 모빌리티 업체로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함인지는 경영진의 속내인 탓에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형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 비용을 무한정 쏟아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쿠팡도 지속적인 물류 투자를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끝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그룹도 있고, 끝이 보이기에는 아직 너무 먼 길을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쏘카는 안타깝게도 그런 끝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

쏘카 vs. 컬리

쏘카의 미래를 마켓컬리와 유사한 관점에서 보는 시선도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전문 서비스인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 12월까지 시리즈 F 투자를 통해 9,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올 초만 해도 6조~7조원에 달하는 상장가액을 예상했다. 그러나 글로벌 자금경색이 시작되고 난 후 2조원에도 상장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컬리는 상장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2조원 이하에 매각설도 흘러나온다. 쏘카가 성장 한계에 부딪힌 시점에 체급을 낮춰 매각을 고민했어야 한다는 시각이 바로 이런 관점이다.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컬리는 수평계열화를 통해 신선식품 외 다른 상품 판매에도 발을 뻗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선식품 배송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더 고민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반박도 있으나, 농협·수협·축협 등이 70년대부터 확보한 신선식품 물류 시스템을 9,500억원의 투자금만으로 뚫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냐는 재반박도 나온다.

쏘카도 차량 렌터카 업체들이 금호렌터카 시절부터 수십 년간 쌓인 네트워크와 영업력을 단숨에 뚫고 가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렌터카 업계의 선두 업체인 롯데렌탈은 금융업과 연계된 리스 등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편인 데다 대기업 자회사인 만큼 판매 채널도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리막을 걸어왔다.

M&A 매물 후보? 매수자는?

쏘카의 전망이 어둡다는 집단은 단기 모빌리티 사업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기업 집단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렌터카 업체들이 쏘카를 저가로 인수하는 것보다 자체 역량을 통한 단기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확장이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한편 카카오택시와 같은 택시 업계와의 시너지를 주장하는 그룹도 있다. 이에 카카오그룹 관계자는 검토해본 사실조차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현시점에 자체 생존 이외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8월 초 회사 공개 발표에서 주장한 수익성에 대한 약속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시화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