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가신용등급 AA- 유지했지만, 경제 상황은 ‘혼란’ 그 자체

국제 신용평가사 Fitch Ratings, 韓 국가신용등급 AA-로 유지 혼란한 국제정세 속 외환스와프 등 대책 강구하 있지만, 효과는? 주식시장에 이어 주택시장도 흔들리는 4중고, 韓 경제의 향방은

160X600_GIAI_AIDSNote
Fitch Ratings/사진=로이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10년째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Fitch Ratings)는 28일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올해 2.6%, 내년 1.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수출과 설비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또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5%를 기록하고 내년엔 1.5%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원자재 가격 둔화, 통화 긴축 등으로 상승 폭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는 기존 58.6%에서 51.5%로 낮춰 잡았다. 앞서 올해 1월 등급 발표 당시에는 국가채무 증가세 등을 중기적인 등급 하방 요인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번에 채무 전망치가 개선되며 하방 요인도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피치는 “한국의 대외 건전성은 현재의 외부 변동성을 관리하는데 충분한 완충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무역적자·외환보유액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대외 순자산과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경상지급액 6개월치로, AA 등급 국가들의 중간값(2.2개월)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방 요인으로 큰 폭의 국가채무 비율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로 인한 금융 전반의 위험 확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을 꼽았다. 한반도 긴장 완화, 경상수지 흑자 및 대외순자산 확대, 거버넌스 개선 등은 등급 상향 조정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신용등급 발표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가계부채 등 일부 우려에 대해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한 신용평가사 면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차 외환위기 도래하는 것 아니냐 우려도

최근 국제정세는 혼란 그 자체다. 특히 시장에선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라는 단어가 통용될 만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한 것이 달러의 수요,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이자율도 높아지는 만큼 달러를 가진 이들은 은행에 돈을 더 맡기려 들었고, 결국 시중에 달러가 적게 풀리는 탓에 달러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수입 물가를 올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돼 한계기업 비중 상승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특히나 환율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2차 외환위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은행은 100억 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14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필요할 때마다 해외투자에 사용할 달러를 한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해외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환율 상승 국면에 대한 진정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외환스와프가 환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게 아니라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외환스와프 자체로 외환시장을 안정화할 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결국 외환스와프는 당장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이다.

흔들리는 주식시장에 이어 주택시장까지 침체 시작

Fed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5% 하락한 2169.29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200 아래에서 장을 닫은 건 2년 2개월 만이다. 이는 1년 전 대비 56% 하락한 수치다.

이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5~6%대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차원에서라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기준금리 0.25%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받은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나 한국 자산 증가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불황에 주택시장 침체까지 4중고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불당 지웰더샵’ 아파트(전용면적 84.7㎡)는 지난해 7월보다 2억원 이상 급락했다. 8억~9억원을 호가하던 ‘호반 써밋플레이스 2차’와 ‘불당지웰시티 푸르지오 1단지’도 1억원 이상 하락했다.

피치가 내놓은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나, 지금의 한국은 어디로 보나 위태로운 상황이다. 숙의를 거친 한은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한국 경제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