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중소기업에 더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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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소벤처기업연구원

‘나이만을 기준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대법원은 앞서 5월 26일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삭감된 임금을 반환하라며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회사 측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들어 임금을 삭감한 조치는 차별에 해당한다”하는 판결을 내렸다.

중소기업 임금피크제 부담에 주52시간 제도 완화 요구

이달 1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임금피크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의 5월 26일 판결 이후 국내 다수 중소기업들이 임금피크제에 부담을 느껴 도입을 꺼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안 그래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힘줘 말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정년보장 방식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회사 측의 인건비 부담은 줄이고, 신규 채용 기회를 넓혀 청년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의 입장을 모두 배려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황경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다르게 정년제 자체를 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년이 있다 해도 60세 이상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저조해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경영에 큰 부담까진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금피크제, 결국 혼란 피할 수 없어, 중소 인력난 가중될 것

하지만 100인 이상 299인 이하 근로자가 있는 중소기업 가운데 세 개 회사 중 한 개 이상이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며, 중소기업 취업자 가운데 50대 연령에 해당하는 비중이 25% 차지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앞으로 임금피크제 관련 갈등 및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 중인 중소기업은 취업규칙 변경의 유효성 등 절차적 적법성 및 도입목적의 타당성, 근로자들이 보게 될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조치 도입 여부와 그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됐는지 여부 등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가리는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실체적 적법성에 부합하는지를 보다 신중히 살펴 적정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땐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운용할 때 ‘중소기업 지원정책’, ‘임금체계 개편’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관리 감독 부실, 합법의 탈을 쓴 포괄임금제로 전락할 수도

임금피크제의 허점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MBC는 ‘PD수첩’을 통해 임금피크제 악용 사례를 점검하고 제도 보완의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황순규 PD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관리 감독이나 구체적인 규제가 없다 보니 각 사업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질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지적하며 “임금피크제는 합법의 탈을 쓰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있었으며, 나아가 위장 해고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동자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도리어 노동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모습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해당 방송에선 많게는 70%까지 임금을 삭감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이렇게 줄어든 비용 만큼의 신규 채용 효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PD는 “이번 대법원판결로 더 주목을 받은 것을 계기로 노사정이 언제부터 얼마만큼의 임금 삭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인 것 같다. 정부도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더 이상 노동자가 피해를 떠안는 제도가 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