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극심한 격차, 점점 선택폭 좁아지는 청년층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격차 더 확대된다 임금뿐 아니라 복지 수준 차이도 커, 결국 중소기업 기피하게 되는 청년층 인터넷상 중소기업 관심도 줄어들어, 대기업과 정반대로 부정키워드만 는다 환경 개선하는 중소기업 생겨나는 추세, 규모 격차 해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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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두 자릿수에 가까운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해 연봉 재원을 각각 15%, 10%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을 9%, LG전자는 8.2%로 각각 확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각각 5,150만원, 4,900만원까지 높아졌다. 올 1분기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94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613만2,000원) 13.2%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 등의 성과급이 급증했던 2018년 1분기(16.2%) 이후 첫 두 자릿수대 인상률이다. 반면 중소기업이 포진한 300인 미만 사업체의 1분기 월평균 임금은 35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4.9% 오르는 데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 뿐 아니라 복지 격차도 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두 배를 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급격한 임금 인상이 임금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2020년 기준)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29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59만원으로 2.04배의 차이를 보였다. 최근 5년 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소폭이나마 줄어왔지만 2배가 넘는 차이는 여전하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국내 임금 현황의 국제 비교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수준(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가정 시 중소기업 임금)은 EU가 75.7, 일본이 68.3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9.8로 나타났다.

문제는 임금에 한정되지 않았다. 복지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했다. 이는 코로나가 성황이었던 작년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로 백신 접종 다음 날까지 휴가를 보장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선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하거나 그마저도 못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소기업 직원 김 씨는 “뉴스에서 백신 휴가가 지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은근히 기대했지만 결국 대기업만의 얘기였다”며 “아파도 회사에서 아파야 한다고 하면서, 백신을 맞은 당일에도 개인 연차조차 못 쓰게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제조업 중소기업 직원 이 씨도 “개인 연차를 사용하면 백신 휴가를 쓸 수 있었지만 눈치가 보여 결국 못 썼다”며 “아플 때 제대로 쉬고 회복된 상태로 잘 일할 수 있는 대기업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임금에서뿐 아니라 근로 복지 측면에서도 간극이 큰 실정이다. 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복지지출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대기업과 복지 수준 격차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평균임금 비중은 대기업을 100으로 봤을 때 2010년 63.5%에서 2020년 58.8%로 4.7%p 감소했는데, 복지비용 비중은 동기간 58.6%에서 39.8%로 무려 18.8%p나 감소했다. 근로 복지 여건은 임금에 못지않게 구직자의 직장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복지 격차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유인을 감소시키는 큰 요인이다. 그러나 콘도 등의 휴양시설 지원과 같은 복지지원은 중소기업의 재무적 여건, 경영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체 역량만으로는 근로자를 위한 복지 수준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계 제조업체에 6년째 다니고 있는 김 씨는 “많이 올라봐야 임금 인상률이 5% 안팎인데 IT 기업들은 두 자릿수 인상률에 재택근무 같은 복지까지 좋은 것을 보면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학력자의 대기업 쏠림현상, 성과급 및 성과공유제도 등이 임금격차 확대한다

한국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임금격차가 심화하는 원인을 조사한 결과 5가지 주요 원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조사 과정에서 고려한 변수 중 규모 간 임금격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노동자의 특성으로 밝혀졌는데, 특히 학력과 경력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이는 학력이 높고 경력이 긴 숙련 노동자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규모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둘째로, 노동자 구성 요인 중에서 고학력자 비율과 노동조합 가입 비율이 규모 간 임금격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여부보다 사업체 내 노동조합 가입 비율이 규모 간 임금격차에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노동조합 규모에 따른 임금협상력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하청기업의 낮은 임금, 중소기업의 높은 하청기업 비율이 규모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켰다. 노동자 특성과 구성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이러한 현상이 유지됐는데, 이는 원·하청기업 간 수직 관계 또는 원청기업의 수요 독점적 지위 등의 구조적 문제가 규모 간 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300명 이상 기업의 적극적인 성과급 지급 및 성과공유가 제조업 부문의 규모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성과공유제도 시행 여부도 규모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켰는데, 성과공유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100~299명 기업보다 300명 이상 기업에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300명 이상 기업에서 근무하더라도 임금이 낮으면 규모와 임금 간 프리미엄의 혜택을 덜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0명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규모 간 임금격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심 격차까지 생겨나, 커뮤니티상 대기업 언급량 중소기업의 7배

키워드 ‘대기업’ ‘중소기업’ 한 달간 언급량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임금과 복지 등 여러 격차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심 격차까지 생기고 있다.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키워드의 한 달간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대기업의 언급량 자체에 굴곡은 있었지만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중소기업의 언급량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일 격차가 심했던 날은 7월 15일로, 대기업의 언급량이 약 1억4천만 건이었던 것에 비해 중소기업의 언급량은 약 320만 건에 불과했다. 수치로 치면 1억3,680만 건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며 배수로 치면 43배가 넘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키워드 ‘대기업’ ‘중소기업’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또한 이러한 관심이 언론 매체인 뉴스가 아닌 국민에게 있어 장벽이 낮고 접근하기 쉬운 매체인 커뮤니티에서 도드라졌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뉴스에서의 ‘대기업’ 언급량은 약 9억 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커뮤니티에서의 ‘대기업’ 언급량은 약 66억 건에 달했다. 즉 커뮤니티에서의 ‘대기업’ 언급량이 뉴스에서의 ‘대기업’ 언급량의 7배였다는 뜻이 된다. 한편 커뮤니티에서의 ‘중소기업’ 언급량은 약 8억 건을 기록했다.

청년층, 중소기업은 ‘문제’로 인식하지만 대기업엔 ‘안정’ 느껴 

키워드 ‘중소기업’ 관련 부정키워드,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조사 결과 청년층 사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또한 좋지 않았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54.171%로, 긍정 평가 45.829%를 크게 상회했다. 또 중소기업 관련 부정키워드를 조사해본 결과 ‘문제(707)’, ‘부담(446)’, ‘잘못(360)’, ‘걱정(306)’, ‘우려(292)’, ‘취약(270)’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하루라도 빨리 더 좋은 일터로 가기 위해 중소기업에서 노력하곤 있으나, 중소기업이 일을 배우고 업무 역량을 쌓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호소하는 젊은 층의 심리가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열심히 일해서 경쟁력을 갖춰 이직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 의미다. 중소기업 직원들은 부정 평가의 이유로 배울 것 없는 상사, 직무와 무관한 업무, 터무니없이 부족한 사업 지원 등의 이유를 들었다.

키워드 ‘대기업’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반면 대기업의 긍부정 평가 조사 결과에선 중소기업과는 완전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높은 임금과 양질의 복지 때문일까, 대기업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긍정 평가가 54.853%로 부정 평가 45.147%를 제치고 과반수를 차지했다.

키워드 ‘대기업’ 관련 긍정키워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대기업과 관련된 긍정키워드를 살펴보면 긍정 평가를 내린 요인에는 ‘지원(567)’, ‘자산(332)’, ‘성장(317)’, ‘성공(290)’, ‘안정(207)’, ‘혜택(119)’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대기업은 직원이 성장할 수 있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에 발맞춰 변화 꾀하는 중소기업, 대기업과 격차 해소하나

키워드 ‘중소기업’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하지만 국가의 두터운 지원과 국가 주재 복지설명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축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등이 동반되면서 중소기업도 조금씩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과도한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 중소기업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직이나 퇴사를 막기 위해 복리후생 조건을 개선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노력은 데이터로도 나타났다. 전체적 긍부정 평가에서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제일 최근인 7월 22일에는 긍정 평가(약 2,800만 건)가 부정 평가(약 1,400만 건)을 역전했다.

키워드 ‘중소기업’ 매체별 긍부정 비중. 뉴스, 블로그, 유튜브, 카페, 커뮤니티 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아울러 매체별로 보았을 때 긍정 평가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매체가 6곳 중 3곳이나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블로그에서 54.76%, 카페에서 53.47%, 커뮤니티에서 60.0%의 긍정 평가 과반수 결과가 나왔다. 향후 중소기업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실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해소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