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심해지는 휴가 양극화, 누군가 국내여행 포기할 때 해외여행·오마카세는 풀부킹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휴가마저 포기하는 직장인 많아 반면 해외여행과 고급 식당 예약은 항상 꽉 차 있는 기현상 휴가와 외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 늘어, 욜로 문화의 소멸인가 경제 침체 영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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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대기업에 다니는 정씨는 7월 말 시간을 할애해 국내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가격표를 보고 그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정씨는 “강릉이나 부산에 있는 중급 이상의 리조트나 호텔 가격표를 봤는데 1박에 수십만원씩 요금을 받는다고 한다. 원래 이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도저히 갈 수가 없어졌다.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여행도 포기했는데 국내여행도 물가를 고려하면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푸념했다.

3고에 휴가까지 포기하는 직장인들

정씨 사례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여행을 제일 선호하는 2030세대마저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영향으로 올해 휴가철에는 여행을 가기보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직장인 이씨는 “높은 물가 때문에 여행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금리도 올라서 대출을 갚는데 돈이 빠져나가 지출을 줄여야 하고, 코로나까지 다시 유행한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이런 시국에 여행을 가는 것은 사치라 생각해 여행을 포기했다”며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즐기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해외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했는데 제일 큰 문제인 돈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여유가 없어 여행을 못 간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씨도 “물가가 치솟고 있어 생활비만으로 돈이 다 빠져나간다. 도저히 휴가철에 여행을 갈 여유를 만들 수 없다”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두 빠르게 납득해줘 이번 여행은 포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식비인데,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외식으로 돈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하면서 가족들이 다 만류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키워드 ‘휴가’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실제로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휴가’에 대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54.514%)가 긍정 평가(45.486%)를 제치고 절반을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긍정적인 키워드의 대명사인 ‘휴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휴가라면 모두가 들뜨기 마련인데, 이번 휴가철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휴가 관련 언급된 부정키워드를 알아본 결과 ‘문제(553)’, ‘우려(431)’, ‘걱정(382)’, ‘부담(335)’ 순으로 언급량이 가장 많았다. 심지어 대출(225)이라는 키워드도 등장했다. 국민들이 ‘3고’에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가 상승 부담과 나날이 오르는 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휴가’ 기간별 긍부정 평가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기간별로 긍부정 평가를 봤을 때 7월 9일까지는 긍부정 평가가 비슷한 수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7월 10일 이후로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7월 13일에는 최고 격차를 기록했다. 이날 부정 평가는 약 7억5천만 건으로, 긍정 평가(약 2억6천만 건)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7월 15일 이후 다시 격차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7월 18일부터 다시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는 고급 빙수 먹고 해외여행 간다, 같은 세상 다른 현실

직장인 정씨나 이씨의 사례처럼 휴가로 국내여행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와중에, 유럽, 미국 등 해외여행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휴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여행수요 회복 수준이 30% 안팎인 상황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미주, 유럽 노선 등으로 떠나려는 수요가 있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국내 한 대형 여행 관계자는 “예약 현황을 매일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이렇다 할 변동도 일어나지 않고 있고, 회복세를 걱정하는 소리도 많지만 회복세가 꺾일 기세는 현재 상태에서는 없다”며 “고물가, 고환율 등 부정적인 사태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향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극화는 비단 휴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외식 분야 또한 양극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마포구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있는 백씨는 절약을 위해 가급적 집밥만 해 먹으려고 하고 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호텔 빙수 사진 같은 걸 보면 박탈감을 느껴 허무해진다고 말했다. 백씨는 “빙수 한 그릇에 8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만 고생하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명 셰프가 운영 중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스시 오마카세(주방장 특선요리) 전문 식당은 1인당 20만원이라는 비싼 저녁 메뉴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항상 꽉 차 있는 상태라고 한다. 30대 직장인 이씨는 “주말에 이용하고 싶으면 적어도 1~2주 전에 연락해야 겨우 예약을 할 수 있다”며 “다음 달 예약을 한 번에 오픈하는데 토요일 예약은 다른 날에 비해 항상 빨리 마감된다”고 전했다. 1인당 저녁 식사 가격이 19만~27만원씩 하는 또 다른 청담동의 스시 오마카세도 당장 평일과 주말 예약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었다. 직장인 강씨는 “나랑 나이도 비슷한데 한 끼에 몇십만원씩 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진다”며 “현실감이 없어 부러워할 틈이 없다.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고 했다.

외식에도 부정적인 인식 늘어, 경제 상황 악화 영향인가?

키워드 ‘외식’ 관련 부정키워드,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외식’ 데이터에서도 이례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모두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외식이 이제 더 이상 즐거움의 아이콘이 아니게 된 모양새다. 외식에 대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52.345%로 긍정 평가 47.655%를 제치고 과반수를 차지했다.

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다. 외식과 관련된 부정키워드를 살펴본 결과, ‘문제(162)’, ‘부담(117)’, ‘우려(106)’ 순으로 높은 언급량이 나타났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대출(69)’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지금 국민들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키워드 ‘외식’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단, 기간별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한 결과를 보았을 때, ‘휴가’ 키워드만큼의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도는 추세긴 하지만 제일 큰 차이를 보인 날짜(7월 3일)에도 그 차이는 약 800만 건에 불과했다. 5억 건 정도의 차이를 보였던 ‘휴가’ 키워드에 비해 적은 차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식’ 키워드의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제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커져 그에 대한 저항 움직임으로 저축보다 당장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며 ‘욜로(YOLO)’를 외치던 청년들 사이에서도 소비 성향이 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자산, 임금에 있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은 ‘욜로’, ‘플렉스’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현재 상황을 계기로 안정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강해져 그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침체되어 있는 현 상황에 있어, 자산을 여유롭게 들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모두가 힘든 상태”라며 “세대적으로 특성이 나오는 일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미한 영향이고 경제의 영향이 무엇보다 큰 것으로 해석된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