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영끌·빚투족 빚 탕감 방침 발표한 정부, 구제인가 역차별인가?

금융당국, 영끌과 빚투로 손실 본 저신용 청년층 구제한다 ‘공정’ 가치 중요시하는 청년층, 상대적 박탈감 느껴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는 정부, 결국 미래 책임은 2030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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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빚투’ 등으로 큰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층을 구제하는 내용의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을 단행, 가파른 이자 부담 증가로 금융 취약층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원책을 공개해 파급 효과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먼저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금융 채무는 대출 채권을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서 만기 연장 금리 감면 등을 통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이어 고금리 차입자에 대해서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을 전환해서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이밖에 연체 발생 전 이자 감면 및 원금 상환 유예, 청년 안심전환 대출을 통한 부담 완화,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금리 인하와 장기 고정금리 대출 전환 등을 제시했다.

‘영끌’과 ‘빚투’에 이목 집중, 최고 언급량 1억6,800만 건

키워드 ‘영끌’ ‘빚투’ 언급량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윤 대통령의 정책 발표와 함께 잠시 관심의 시야에서 벗어난 ‘영끌’과 ‘빚투’에 대한 이목이 다시 집중되기 시작했다.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의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지원 정책을 발표한 7월 14일을 기점으로 ‘영끌’과 ‘빚투’의 인터넷상 언급량이 상승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끌’ 언급량 상승의 경사가 가파르다.

먼저 ‘빚투’에 대한 언급량은 7월 18일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수치는 약 3,400만 건이었다. 상승의 분기점이 된 7월 14일의 언급량 약 91만 건인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37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영끌은 더 큰 증가폭을 보여주었다. 영끌은 정책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7월 15일에 약 1억6,800만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분기점이 된 7월 14일 언급량 약 3,800만 건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물론 배수로 계산했을 때는 빚투의 상승폭이 크지만 수치 자체로 비교했을 때 빚투의 최고치 기록과 분기점 기록의 차이는 약 3,300만 건, 영끌의 최고치 기록과 분기점 기록의 차이는 약 1억2,900만 건으로, 영끌 차이와 빚투 차이의 차는 무려 약 9,600만 건에 달한다.

키워드 ‘영끌’ ‘빚투’ 매체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또한 이러한 언급량은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에서 나온 언급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었다. 키워드 ‘영끌’, ‘빚투’의 매체별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언론 매체인 뉴스에서의 언급량보다 국민에게 있어 장벽이 낮고 접근성이 좋은 카페나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은 압도적이었다. 여기에서도 ‘빚투’의 언급량(하늘색)보다는 ‘영끌’에 대한 언급량(파란색)이 훨씬 많았다. 커뮤니티에서의 ‘빚투’ 언급량은 약 9,100만 건에 불과한 것에 비해, ‘영끌’에 대한 언급량은 무려 약 13억3,800만 건이었다.

‘영끌’과 ‘빚투’ 언급량을 커뮤니티와 뉴스끼리 비교했을 때, 커뮤니티에서의 ‘빚투’ 언급량은 뉴스에서의 ‘빚투’ 언급량(약 200만 건)의 45배 이상이었고, 커뮤니티에서의 ‘영끌’ 언급량은 뉴스에서의 ‘영끌’ 언급량(약 4,600만 건)의 28배 이상이었다. 여기서도 배수는 ‘빚투’에서 더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지만, 수치 자체의 차이를 보면 커뮤니티와 뉴스 간의 차이는 ‘빚투’가 약 9,000만 건인 것에 비해, ‘영끌’은 약 12억 건이었다.

늘어가는 2030의 한탄 “빚갚은 사람만 바보 됐다”

다만 정부가 발표한 ‘125조원+α’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들끓고 있다. 안심전환대출과 저신용 청년 특례채무조정 제도 등을 놓고 ‘영끌’과 ‘빚투’를 지원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는 것은 이해하지만 ‘빚투 손실’을 정부가 일부 보전하는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중요하게 여기는 새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자손실의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세금으로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빚을 잘 갚은 사람만 바보’라는 역차별 논란이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2030세대에게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키워드 ‘영끌’ ‘빚투’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영끌’, ‘빚투’의 긍부정 평가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부정 평가가 66.32%로 긍정 평가 33.68%의 약 2배의 수치를 기록했다. 위에서 확인한 수억 건의 언급량은 긍정적인 내용에 기반했던 것이 아니라 역차별에 분노한 청년들이 쏟아낸 한탄에 기반했던 모양새다.

키워드 ‘영끌’ ‘빚투’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기간을 한 달로 설정하고 긍부정 평가 추이를 보면, 7월 12일까지는 긍부정이 균형을 맞추는 듯했으나 7월 13일 이후로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계속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상회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정책을 발표한 7월 14일 바로 다음 날인 7월 15일에는 그 차이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가 약 25억 건으로, 긍정 평가 약 14억 건과 비교해 11억 건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많은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해와 양해만 바라는 금융당국, 책임 지는 건 2030세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금융당국은 취약층 문제가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보다는, 이들을 선제적으로 먼저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충격이나 비용적 측면에서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층이 신용불량자가 돼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이해와 양해만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미리 견제한 것인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켜봐달라고 말하면서도 “금융권과 함께 지원대상 및 수준, 심사기준 등을 세밀하게 설계, 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정책효과를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코로나19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사태는 전례가 없었던 상황이고,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면서 “침체기 동안 그분들이 일탈하지 않고, 시장경제 시스템에 계속 있도록 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 측면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취약차주 지원이 윤석열 정부 기조와 대치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그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정에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민생안정 대책은 코로나19라는 큰 충격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재기를 돕는 것인데 빚내서 투자한 젊은 세대는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개인이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됐을 때는 빠른 회복을 돕는 게 필요하지만 한때 수익을 냈던 사람들까지 선제적으로 구제해준다는 것은 정치적 결정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국가 경제를 위해 역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라는 정부의 태도에 비판이 쏟아진다. 애초에 원인은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2030세대에게 지게 한다는 것이다.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에 금리까지 올라 국민들은 매일 힘겨워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저울의 축을 맞출만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