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출퇴근으로 길 위에서 시간 보내는 한국 직장인, 출근 전 기력 다 뺏겨

한국 직장인 출퇴근 시간 OECD 평균치 훨씬 웃돌아 경기도민 ‘인생의 20% 대중교통에서 보낸다’는 말 나온다 출퇴근 시간·거리·인파 스트레스 극심, 업무에도 악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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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IT업체에서 일하는 이씨는 직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진맥진해진다고 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이 걸리는 것도 모자라, 지하철에서는 인파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에도 사정은 똑같다. 꽉 찬 짐칸 같은 지하철을 1시간이나 탈 생각을 하면 퇴근도 마냥 즐겁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전씨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축복받은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만 하루에 3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도민들은 ‘인생의 20%를 대중교통에서 보낸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퇴근으로 시간과 기력을 뺏기는 건 비단 이씨와 전씨만의 일이 아니라 대다수 한국 직장인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한 취업플랫폼이 전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사해본 결과, 서울에 사는 직장인은 1시간 20분가량, 경기도 직장인은 평균 1시간 40분 이상을 출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방 거주 직장인들은 61분을 출퇴근에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길에 느끼는 피로도를 점수로 환산(100점 만점)하여 조사를 진행한 결과 출퇴근 시간이 가장 긴 경기권 거주 직장인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74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과 지방 거주 직장인들의 피로도는 경기권 거주 직장인들보다 다소 낮은 71점으로 집계됐다.

한국 직장인, 출근 스트레스 극심하다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이처럼 심한 피로감에 휩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심적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은 출근 그 자체라고 한다. 반복되는 일상 루틴이 되어버린 출근이라는 현실이 계속 심적 압박을 준다는 의견이 63%로 가장 높게 나왔다. 출퇴근길 두 번째 스트레스 요인은 거주 지역에 따라 나뉘었다. 서울과 경기권 직장인들은 사람이 너무 많은 만원 버스와 지하철(44.7%, 39.6%)이라고 답했다. 반면, 지방 거주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에 대한 초조감(34.7%)을 두 번째로 뽑았다.

특히 경기권 직장인들 중에는 회사와 집의 거리가 너무 멀어(39.3%) 피로감이 증폭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이외에도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답답하다(27.2%),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되는 도로구간(28.3%), 대중교통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느끼는 스트레스(11.2%) 등의 이유가 꼽혔다.

통계청에 의하면 출퇴근에 1시간 이상 투자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2020년 기준 357만 명(15.3%)에 임박한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평균 출퇴근 시간은 28분, 한국 평균 58분에 무려 30분이나 적은 시간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OECD 소속 국가 직장인보다 약 2배의 시간을 출퇴근에 할애하고 있는 셈이다.

3시간 이상의 왕복 출퇴근 시간으로 고통받는 경기권 직장인

서울 이외의 수도권 출퇴근 사정은 한국 평균 시간보다 훨씬 높으며 다른 지역들보다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의 ‘2020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서울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출근에 평균 1시간 27분을 투자한다고 한다. 인천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 30분, 경기에서 서울까지는 편도 1시간 24분이 소요된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수집된 교통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집과 직장에서 정류장까지의 이동 거리 등을 생각했을 때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들은 사실상 3시간 이상을 출퇴근 시간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2020년 기준 141만9,800여 명에 이른다.

전국 대상으로 조사한 키워드 ‘출퇴근’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출퇴근’, ‘수도권’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실제로 출퇴근 시간에 대해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전국 단위로 조사했을 때보다 수도권 단위로 조사했을 때 부정 평가 비중이 더 높게 나왔다.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한 긍부정 평가에서도 부정 평가가 51.793%로 긍정 평가 48.207%를 누르고 과반수를 차지했다. 다만 경기도를 대상으로 한 긍부정 평가를 보면, 부정 평가가 60.17%, 긍정 평가가 39.83%로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보다 부정 평가가 9% 높은 수치를 보인다.

키워드 ‘출퇴근’ ‘수도권’ 매체별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이러한 출퇴근 키워드에 관한 긍부정 언급은 뉴스와 같은 언론 매체에서도 물론 있었지만, 직장인들이 직접적으로 내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매체별로 조회수 가중 긍부정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직장인들에게 있어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의견을 표출하기 쉬운 매체인 커뮤니티에서 부정 평가가 약 581억 건(한 달간 수치)으로 가장 높았다. 부정 평가로는 뉴스(약 74억 건), 카페(약 54억 건), 유튜브(약 46억 건)이 그 뒤를 이었다.

키워드 ‘출근길’, ‘수도권’ 긍부정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또한 기간별로 긍부정 평가를 살펴보면 직장인들이 거의 매일 출퇴근길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하루도 빠짐없이 상회하고 있으며,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가 극명할 때엔 약 22억 건의 언급량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키워드 ‘출퇴근’ 관련 키워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그렇다고 출퇴근으로 받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비단 시간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출퇴근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 또한 늘어나는 만큼, 비용에 대해서도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출퇴근과 관련된 키워드를 네트워크 그림으로 정리해본 결과 ‘경제’, ‘비용’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그뿐 아니라 출퇴근 스트레스에 면역이 약한 직장인들은 직장과 가까운 거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비용까지 투자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출퇴근 때문에 드는 비용이 한순간에 급증하게 되니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듯하다. 아울러, ‘수도’, ‘수도권’이라는 단어도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수도권 출퇴근자가 느끼는 심적 압박감이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출퇴근 스트레스가 직장인들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긴 통근시간이나 극심한 교통혼잡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며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크나큰 요인이 되고 있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통근시간이 늘어날수록 취미나 여가 생활에 투자할 시간이 적어져 하루에 축적된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퇴근 스트레스, 업무와 건강에도 지장 준다

이에 더해 직장인들의 출퇴근 스트레스는 업무나 건강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556명을 대상으로 ‘출퇴근 거리 스트레스와 업무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반수 이상인 55.8%가 평소 출퇴근 시간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출퇴근 스트레스로 인해, 출근 전부터 무기력함(44.9%)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개인시간 낭비로 인한 우울감(44.5%)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출근 전 집중력 저하로 업무 성과 하락(25.1%), 심장 두근거림과 혈압상승 등 신체적 이상(16.7%), 가족과의 시간 감소에 따른 갈등(11.1%)이 생긴다고 답했다.

업무에 있어서는 출근 전에 지쳐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57.8%)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수면부족 등 건강 악화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저하(49.9%), 개인시간 부족에 따른 활력도 저하(43.9%), 출퇴근 거리를 줄이려고 이직을 자주 고려(21.8%)가 그 뒤를 이었다.

출퇴근이 직장 인생 그 자체를 바꿔버리는 경우 또한 보였다. 출퇴근 시간 때문에 이직(39.1%), 이사(11.6%)를 고려한다고 답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고, 입사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중 출퇴근 거리(18.8%)는 고용 안정성(34.7%), 연봉(21.7%)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