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의 부릉 인수, 1년 지나도 안 보이는 시너지, 원인은 인수 잡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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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지난해 4월에 배달 전문 서비스 부릉 인수했지만 1년 지나도 시너지 소식 요원
인수 전 막후 벌어진 잡음 탓, 인력 대거 이탈로 사실상 껍데기만 인수했다는 혹평도
부릉의 업력 흡수하는데 오랜 시간 걸려, 종합물류기업 도약 지연 불가피

hy(전 한국야쿠르트)가 배달 전문 서비스 ‘부릉(전 메쉬코리아)’를 인수한지 1년이 지났지만 시너지 창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긴급자금 600억원과 200억원 규모의 유정증자를 포함해 800억원이 투입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을 완전히 끝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hy는 지난해 1월 이사회를 통해 부릉을 인수하기로 결의하고 같은해 4월 인수 작업을 마쳤다. 이를 위해 hy는 법정관리 중인 부릉에 구제 금융 성격의 DIP(Debtor In Possession) 긴급자금 600억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6.7%를 확보했다. hy는 이후 추가적인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을 77.35%까지 올렸다. 그 동안은 사업구조 재편과 내부 안정화에 좀 더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hy 측은 부릉의 IT기술을 기반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해나가는 한편 신사업에도 진출하며 시너지 창출을 적극 모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진=부릉

종합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밑그림, 현실은 조직 개편부터 난항

hy의 부릉 인수는 종합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밑그림이다. 앞서 hy는 2021년 3월 한국야쿠르트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배송 서비스를 신규 먹거리로 낙점했다기존 발효유 위주의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인 내수시장 침체를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hy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1,082억원에서 지난해 684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부릉 인수 후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 양사의 시너지 효과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hy측은 피인수 전까지 부릉이 수백억원대 적자를 이어온 만큼 사업구조 재편 과정이 선행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창업자인 유정범 전 의장을 사실상 쫓아내다시피했던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내부 동요가 컸고, hy측에서도 ‘스타트업 창업자를 괴롭히고 자산을 탈취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악화 탓에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잠원동의 hy 본사 건물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부릉 인수 사실을 모르던 직원들의 내부 동요도 컸다는 것이다. 그간 ‘야쿠르트 아주머니’ 체제로 운영되었던 조직인만큼, 대규모 집회 및 확성기를 이용한 데모를 대응했던 경험이 부족했던 것도 hy측이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쉬코리아는 유정범 전 의장의 퇴출 이후 CTO로 재직하던 김형설 대표를 임명하고, 지난해 4월에는 사명도 부릉으로 변경했다. 이후 6월에는 채윤서 hy 투자관리부문 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김형설 대표는 사업과 IT 개발 부문을, 채 대표는 재무와 회계 관리를 맡으면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9월에는 부릉이 hy 내부로 사옥 이전도 완료하며 연내 배달대행 인프라를 활용한 유통망 강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직 인수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내부 개편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전후 핵심 인력 대거 이탈, 잘못된 인수의 사례로 남을 것

업계 관계자들은 부릉 인수전 IT 핵심 인력 다수가 유출되면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hy는 물류 시스템을 결합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통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릉을 인수했다. 부릉이 구축해놓은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hy의 유통 데이터를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사업 카테고리 확장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y가 인수전인 1~2월 메쉬코리아 경영 관련 내홍에 휩싸이며, 다수의 개발인력이 퇴사하는 등 상당 수준의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때문에 기존 hy의 사업·유통 인프라와 시너지 전략에 전면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부릉에 대한 이렇다 할 소식이 없어 의아할 정도”라며 “메쉬코리아 매각설이 나오던 당시 핵심 인력이 외부로 다수 유출돼 내부 인프라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미 메쉬코리아는 1월 분쟁 이전에도 시장 내 입지가 축소되던 상황이었다”며 “현재로서는 업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 전략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부릉 인수가 사실상 창업자에게서 회사를 강탈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이 시너지 창출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한다. 유정범 전 의장은 김형설 당시 부사장과 함께 회사 지분을 전액 OK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기면서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김형설 부사장이 투자자들과 한 편이 되어 유 전 의장을 몰아내고, 투자자들이 매일같이 회사 사무실에 들어와서 검사들이 압수수색하듯이 서류를 뒤적이면서 조직이 사실상 와해됐다는 것이다.

기업 인수, 조직 결합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

특히 hy 관계자들이 회사에서 마치 ‘점령군’ 행세를 했던 것을 겪으며 미련없이 회사를 떠났다는 전직 부릉 관계자는 hy측이 조직을 결합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쓰레기 장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으려는 재활용품 업자” 같은 모습이었다는 따가운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전략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두 조직의 합병 후 시너지를 빠른 속도로 내기 위해서는 조직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결합에 서로 도움이 되는 부분을 강조하는 단계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부분에는 김형설 공동 대표의 역량 부족도 지적의 대상이다. 전직 부릉 관계자는 개발 조직이 대부분 떠난 상태에서 CTO가 다른 조직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변명에 공감할 수 있지만, 유 전 의장처럼 조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배달 업계에서는 부릉이 직접 자산을 보유하기 보다 배달 업체들과 연계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했던 기업인만큼, 이번 인수에서 hy가 크게 실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직 결합이 빠르게 진행됐다면 떠났던 인력들을 돌이켜 세워서 그간 배달 업체들과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결합 지연이 장기화 되면서 이미 배달 업계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