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AI 시스템 ‘인텔리전스’ 공개, 시리에는 챗GPT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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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24에서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
올 하반기,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에 새로운 AI 기능 탑재
오픈AI, 기존 5,000만 이용자에 아이폰 유저 10억 명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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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것으로 평가 받아온 애플이 개인 맞춤형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에 오픈AI의 챗GPT를 탑재해 경쟁력 끌어올리고 연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구동하는 자사 기기 운영체제(OS)에도 AI 기능을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시리’에 챗GPT-4o 탑재 예정

애플은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소재한 애플 파크 본사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를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연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영상을 통해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그는 “애플은 모든 삶을 풍성하게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자사 제품에 AI와 머신러닝을 접목하는 시도를 이어왔고 생성형 AI는 새로운 차원으로 제공해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이폰(iOS 18), 아이패드(아이패드OS 18), 맥(맥OS 세콰이어)에 탑재되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온디바이스 AI’로 텍스트의 요약·정리·작성, 이미지 생성 등이 가능하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가장 연관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애플은 “자사의 AI 기능은 개인정보를 따로 수집하지 않고도 수행된다”며 “온디바이스 AI로 기기 자체적으로 실행되고 기기의 개인정보 보호·보안 기능을 클라우드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오픈AI와의 파트너십도 공식화했다.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에는 양사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챗GPT의 최신 버전인 챗GPT-4o가 탑재될 예정이다. 애플은 “시리는 일일 요청 건수가 15억 건에 달하는 지능형 AI 비서의 원조”라며 “올해 하반기에 챗GPT-4o가 통합되고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층 더 똑똑해진 시리는 음성이 아닌 글자로도 사용자 요청을 수행한다. 애플은 “시리는 화면 내용을 인지하는 능력을 갖춰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앱에서 화면 속 정보를 인식하고 학습함으로써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며 “맥락을 잘 파악하게 된 데다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2011년 출시된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는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AI 시장을 선도했지만 이후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수준까지는 발전하지 못했고 2022년 오픈AI가 챗GPT 출시한 이후에는 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타사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챗GPT와의 협력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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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인텔리전스 소개 동영상/사진=애플 공식 유튜브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등 새로운 기능 소개

이날 애플은 생성형AI 가 탑재된 애플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기능들도 소개했다. 메일, 메모, 페이지스, 서드파티 앱 등 글을 쓸 수 있는 대부분의 앱에서 사용자가 쓴 글을 재작성하거나 교정하고 요약해 준다. 메모 앱과 전화 앱에서는 오디오를 녹음해 텍스트로 바꾸고 이를 요약할 수도 있다. 통화 중에 녹음을 시작하면 당사자 모두에게 녹음 사실이 고지하고 통화 종료 후 요약본을 생성해 요점을 되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애플은 새 아이패드 OS에서 애플펜슬로 이용자가 원하는 이모티콘을 생성하거나 글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시연하기도 했다. 사용자는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스케치의 세 가지 스타일 중에서 하나를 골라 단 몇 초 만에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이미지 생성 작업은 웹사이트가 아닌 기기에서 직접 수행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제한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메시지에서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를 사용해 친구들에게 보낼 재밌는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고, 대화 내용에 기반한 맞춤 콘셉트 제안도 볼 수 있다. 이미지 마술봉은 대략적인 밑그림을 완성된 이미지로 바꿔 주고, 빈 공간에서도 주변에 적힌 내용을 통해 맥락을 파악해 적합한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사용자가 직접 이모지를 만드는 젠이모지(Genemoji) 기능도 있다. 해당 기능은 키노트, 프리폼, 페이지스는 물론 API를 지원하는 서드파티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오픈AI 독주에 글로벌 빅테크 합종연횡 본격화

한편 애플이 챗GPT를 도입함에 따라 오픈AI는 현재까지 확보한 이용자에 더해 10억 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아이폰 이용자를 손에 넣게 됐다. 오픈AI는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 개발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챗GPT의 유료 이용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르며, 무료 서비스 이용자는 5,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시리에 탑재된 생성형 AI 모델 ‘GPT-4o’는 지난 5월 공개 직후 폭발적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시연 영상에 모습을 드러낸 새 모델은 실제 인간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GPT-4o는 상대방의 음성과 표정까지 인식해 대답하며 궁금한 것을 거꾸로 물어보는 기능까지 선보였다. 사실상 오픈AI의 유일한 경쟁자로 꼽히는 구글이 지난 16일 새 AI 모델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선보였지만, 현재로써는 GPT-4o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오픈AI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구글, 테슬라,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견제와 연합전선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 챗GPT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강력히 반발하며 “테슬라 등 사내에서 모든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용자의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구글도 지난 4월 오픈AI의 비디오 생성형 AI 소라와 챗GPT가 유튜브 동영상을 학습에 사용한 의혹이 있다며 이는 명백한 서비스 위반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