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반대 의사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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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연기금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까지
테슬라 주요 주주들 잇따라 ‘머스크 보상안' 반대
머스크는 43% 개인 투자자 잡기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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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테슬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요 주주들이 잇따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수백억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 지급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에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머스크의 스톡옵션 보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테슬라의 주주들이 자신에 대한 보상안에 찬성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머스크 CEO는 위기에 몰리게 됐다.

테슬라 주요주주 NBIM, 머스크 보상 패키지 반대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사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는 전날 성명을 통해 오는 13일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 보상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NBIM은 “이 보상의 전체 규모와 주식 가치 희석, 회사 주요 인물이 안고 있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NBIM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테슬라 지분 0.98%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로, 테슬라 주주 중 8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상장 주식의 1.5%를 보유한 NBIM은 지난해에도 2,000만 달러가 넘는 미국 CEO들의 급여를 두고 주주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 CEO 급여 패키지 절반 이상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NBIM의 결정은) 멋지지 않다(not cool)”며 “실제로 주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 보상 패키지 무효 소송, 오는 7월 최종 판결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는 테슬라가 머스크 CEO에게 매출과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12회에 걸쳐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성과를 모두 달성한 머스크는 스톡옵션을 다 받은 상태며, 이를 행사할 경우 주당 23.34달러에 약 3억400만 주를 매입할 수 있다. 지난 7일 기준 테슬라 종가는 177.48달러로 머스크는 469억 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게 된다.

해당 보상안은 지난 2018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승인됐다. 그러나 테슬라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원고 토네타는 머스크가 이사회의 보상 패키지 승인 절차를 통제하고, 이사회가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 2022년 말 재판이 시작됐다. 이에 올해 1월 재판부는 보상 패키지가 무효라며 토네타의 손을 들어줬고 머스크는 항소한 상태다. 최종 판결은 오는 7월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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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슬라

개인투자자 독려, 보상 패키지 통과에 총력

현재 테슬라 이사회는 항소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주주들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을 주주총회 투표 안건으로 올리고 이사회에 전략 고문을 채용하는 등 머스크의 보상 승인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 주식의 약 42%를 개인 소매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투표 웹사이트에서 투자자들이 온라인, QR코드, 전화, 우편으로 투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머스크에게 469억 달러의 급여를 주는 것이 테슬라의 성장에 중요하다고 말하는 로빈 덴홀름 이사회 의장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투표 웹사이트에 게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보상 패키지 무효화 판정이 났을 때 테슬라의 지분 25% 이상을 자신이 갖지 못하면 테슬라 외부에서 AI 등을 개발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단 보상 계약이 승인되면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이 약 두 배로 늘어난 21%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옵션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모두 주주들의 투표에 달려 있는 상태다.

한편 현재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X에서는 수많은 테슬라 팬들이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지난 2018년 보상급여제안에 대해 받았던 73%의 높은 지지를 또다시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반대도 변수다. 이번 NBIM의 반대에 앞서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해당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기관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반대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