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투입 ‘메가플랜트’ 롯데바이오로직스, 지주사 수혈 재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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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 2025년 완공 목표로 송도공장 착공
현금성 자산 700억원 그쳐, 모회사에 지원 요청
롯데건설, 플랜트 공사로 '캡티브 훈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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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메가플랜트 조감도/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최근 국내 메가플랜트 착공에 돌입한 가운데 공사비 마련을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모기업인 롯데지주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수혈하면서다. 바이오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만 5,700억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 1,500억원 유상증자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약 1,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유증에는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지원군으로 나설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지주가 80%, 일본 롯데홀딩스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1,200억원을 출자해 롯데바이오로직스 184만6,800주를 취득한다. 1주당 가격은 6만5,000원이며 출자 이후 롯데지주가 가질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은 80%로 이전과 동일하다. 롯데지주의 유증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롯데지주는 2022년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진행한 유증에서 1,685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미국 시러큐스 공장 증설을 위한 증자에서도 1,7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송도 공장 착공 위한 자금 수혈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유증에 나선 것은 공장 착공을 위한 자금 수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 인천 송도에 바이오플랜트 제1공장을 착공했으며 2025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2026년 하반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 인증을 획득한 뒤 2027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692억원이다. 여기에 1년 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512억원으로 차입금을 전부 갚으면 보유 현금이 180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 차입을 연장할 수도 있으나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단기차입금 연이자율은 5.98%~7.2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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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플랜트 조감도/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건설, 송도 공사로 안정적 매출 기대

이런 가운데 롯데건설은 롯데바이오로직스 플랜트 공사를 통해 안정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공사는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부지공사, 롯데GS화학 여수공장 공사 이후 그룹사 캡티브 물량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사인 만큼 수익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 공장을 만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이 캡티브 수혜를 본 것처럼 롯데건설도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낙수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해 송도에 12만 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공장 3개를 지어 36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롯데건설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K1 프로젝트 기본 설계, U1 프로젝트 상세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도급액은 각각 50억원, 29억원이었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롯데바이오로직스 플랜트 시공을 통해 주택 부문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위험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주택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캡티브 매출은 20%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부지공사 매출 덕분에 34%까지 상승했다.

롯데건설은 1959년 설립 당시부터 캡티브 공사를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 초기에는 쇼핑몰, 호텔, 백화점 등 유통 부문 계열 공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쌓아왔고 이후에는 롯데케미칼 등 유화 부문 계열사 공사를 통해 꾸준히 계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롯데바이오로직스 플랜트 공사 역시 새로운 계열 매출 원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분야 ‘세대 교체’, 승계 시험대로

한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초 이사회를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는 신 전무는 2022년 말 롯데케미칼 기초 소재 부문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신 회장에서 이어 차기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 전무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사내 이사로 합류하면서 바이오 분야 투자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는 신 회장이 그룹의 4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낙점해 주력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신 전무는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신사업 성과를 쌓아야 하는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경영 능력을 판가름할 중요한 시험대가 됐다. 앞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공격적인 투자와 경쟁력 강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JV·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또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애초 인수합병으로 CDMO 사업을 시작한 만큼, 신 전무는 메가플랜트 건설 외에도 다양한 인수합병을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2022년 12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체결한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의 경우 내년 말부터 계약 종료 시점이 도래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의 BMS 의약품 위탁생산 물량 수주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