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개선책 재촉한 일본, ‘라인 탈취’ 논란 여전하지만 “네이버 책임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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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라인에 일본 압박↑, 개선책 '조기 실시' 요구하기도
'라인 탈취' 의혹 기정사실화했지만, "정보 유출에 대한 죗값은 받아야"
신냉전 체제 아래 중요성 커진 개인정보, 한국서도 과징금 최고액 연일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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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PPC)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재차 압박을 가했다. 네이버와의 기술관계 종료 등 개선책을 조기에 실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국내 업계에선 사실상 라인 탈취를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라인 탈취 의혹 이후 일본에 대한 반감이 강해진 영향이지만, 일각에선 “일본 정부의 압박을 단순히 라인 쟁탈전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진의가 어떻든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은 네이버가 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PPC, 라인에 개인정보보호 조치 조기 완료 요구

29일 업계에 따르면 PPC는 라인야후에 내달 28일까지 개인정보보호 개선책 진행 상황과 조기 완료 방안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2026년 말 완료 예정이던 라인야후의 네이버클라우드 위탁관계 종료 등 계획을 조기 실시하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PPC는 “현재까지도 아직 계획 수립 중이거나 미완료 된 노력이 많은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개선 조치의 조기 시행과 완료를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 51만 건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주원인으로 네이버클라우드를 지목한 바 있다. 해커가 네이버클라우드의 위탁사 PC를 해킹한 뒤 라인야후 시스템에도 침투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개인정보보호강화책과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문제는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 50%씩 가지고 있단 점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언급한 자본관계 재검토가 사실상 ‘라인 탈취’ 목적에서 나온 발언 아니냐는 목소리가 국내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일본 측은 “‘기술 거버넌스 재검토’를 요구한 것일 뿐 탈취 목적은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 기업 등 다방면에서 네이버에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당장 지난 10일 일본 참의원에서 통과된 ‘중요안보정보법’만 봐도 일본 정부에 유리한 법안으로 평가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지난해 발생한 라인야후의 보안사고도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라인야후의 정보 취급 담당자를 일본 정부가 지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선 일본의 라인 탈취 계획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라인 쟁탈전’ 논란 크지만, “네이버 측 책임 무시해선 안 돼”

다만 최근엔 일본 정부의 네이버 압박 경향을 무작정 라인 쟁탈전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국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네이버를 압박하는 일본의 진의가 무엇이든 앞선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책임이 네이버에 있음이 밝혀진 이상 이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인이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앞서 지난 2021년 일본 언론 아사히 신문은 “라인 측이 중국 업체에 AI 개발 업무를 위탁했는데, 중국인 개발자가 서버에 보관 중인 이용자 개인정보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일본인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데이터를 보관한 나라가 어디인지 사용자에게 알려야 하지만 라인 측은 그러지 않았다”고도 언급했다. 라인이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데다 자국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단 것이다.

특히 이후 “라인 측이 일본인 개인정보를 한국에 있는 서버에 보관 중이며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후속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실제 당시 라인은 일본인 정보 보관 서버로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 둘 모두를 이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은 당시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이데자와 사장은 “중국에서 일본 서버로 접근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중국 업체에 맡겼던 개발·유지보수 업무도 중단했다”며 “해외(한국)에 보관 중인 이용자 개인정보도 모두 일본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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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중요도↑, “한국도 기업 책임 강화하는데”

일본 정부의 자본관계 재검토 요구가 지나치다는 건 대부분 관계자가 동의하는 바다. 일본 기업 관계자 사이에서도 법적 구속력도 없는 행정지도로 민간 기업에 지분 변경을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언급이 나올 정도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네이버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건 신냉전 체제 아래 개인정보의 중요도가 극도로 높아진 탓이다. 일본 정부가 거듭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빚은 라인에 불신을 노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란 의미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에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시정 조치에 지나치게 반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이 개인정보보호에 힘을 쏟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 시행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과징금 상한액이 ‘위법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의 3%’로 규정돼 있었지만, 개정 법안은 ‘전체 매출액의 3%’로 조정하되 위반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액은 제외’하도록 했다. 관련 없는 매출액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을 기업에 부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도 잇달아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당초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약 30만 건의 고객 정보 등을 유출한 LG유플러스에 부과된 68억원이 최대 과징금 규모였으나, 지난 8일 221만여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유출한 골프존이 75억400만원을 부과받으면서 과징금 최고액이 경신됐다.

이달 24일엔 약 6만5,000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카오가 151억여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서 단기간에 또 한 번 기록이 깨졌다. 한국도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정보 유출에 따라 네이버가 치러야 할 죗값을 부정하기보단 적정한 방향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