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협상 막바지, 넷플릭스 대항마 탄생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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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본계약 이르면 이달 체결
1,100만 명 이용자 확보, 토종 OTT 공룡 탄생하나
주주 구성 복잡성,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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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이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당초 올해 1분기를 목표로 했지만 세부사항 조율이 길어지면서 예정된 기한을 넘겼다. 양사는 빠르게 협상과 실사를 진행해 본계약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넷플릭스를 뛰어넘는 토종 공룡 OTT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티빙-웨이브, 본계약 체결 초읽기

22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는 협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 중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간 양사는 세부 내용에 대한 물밑 협의를 진행해 왔다. 현재 협의는 마무리 단계로, 서류상 몇몇 협의 내용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병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에 비해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OTT의 생존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06만 명, 웨이브는 408만 명으로, 합병 시 이용자 수는 1,10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토종 OTT로는 최대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800~900만 명 수준일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같은 달 넷플릭스는 1,129만 명을 기록했다.

양사는 합병으로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확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강력한 스튜디오 관계사도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의 경쟁력으로 거론된다. 양사는 합병 시 스튜디오드래곤과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티시즌, KT스튜디오지니, SLL, 지상파 등의 스튜디오 기획·제작 지원사격을 받게 된다.

협업 확대 가능성도 강점이다. 특히 다양한 제작사와 기획사·크리에이터와 제휴·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통신·유료방송 서비스와 제휴로 가입자 수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또는 유료방송 셋톱박스에 티빙 앱을 선탑재하거나 제휴상품 확대, 공동 마케팅 등으로 OTT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

진통 요소 곳곳에 포진

다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두 기업 주주 구성의 복잡성이 대표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티빙과 웨이브를 차치하더라도 무려 8개 기업이 합병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티빙의 1대 주주는 지분 48.85%를 보유한 CJ ENM이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지분을 보유 중인 JCGI의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4%)를 제외하더라도 △KT스튜디오지니(13.54%) △SLL(옛 JTBC스튜디오·12.75%) △네이버(10.66%)가 합병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웨이브의 경우 40.5%(SK스퀘어아메리카 포함 수치)의 지분을 들고 있는 SK스퀘어가 최대 주주에 올라 있고, 지상파 3사(KBS·MBC·SBS) 각각 19.8%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들 기업이 단순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합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CJ ENM·SLL·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에, 지상파 3사는 웨이브에 콘텐츠를 주로 공급하며 별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한다면 지분 조정은 물론 각 기업의 역할 분배까지 ‘진통 요소’가 곳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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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시 넷플릭스 대적할 넘버원 ‘K-OTT’ 탄생

티빙과 웨이브 법인 합병이 완료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라는 중요한 관문도 넘어야 한다. 공정위 기업결합신고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결합 시 공정귀가 합병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로,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모두 보유자산이 3,000억원을 넘는 기업결합신고 대상이다. 기업결합신고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앞서 2022년 10월 티빙과 KT OTT 시즌 기업결합을 승인할 때 소비자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 콘텐츠 제한 공급 가능성,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며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다만 기업결합이 제한될 수 있는 가장 큰 우려는 소비자 비용 부담 증가 여부다. 티빙은 이미 올해 초 한 차례 구독료를 인상했는데, 이후 티빙이 웨이브와 서비스를 합병하면 추가 수익을 위해 다시 한번 구독료를 인상할 수도 있다. 티빙과 웨이브 중복이용자만큼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의 구독료 수익이 줄 수 있어서다. 직원은 2배로 늘어났는데 수익이나 자산이 2배로 늘지 않으면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감축이 진행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CJ ENM이나 지상파 3사가 콘텐츠를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에 제한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수출창구 역할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티빙이나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면 티빙과 넷플릭스, 웨이브와 넷플릭스 등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이를 만약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이 전부 독점 유통하면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수익이 큰 폭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곳에 콘텐츠를 팔다가 한 곳으로 줄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수출 창구도 잃게 된다.

더욱이 서비스 합병은 법인 합병과 문제가 다르다. 서비스 합병에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의 이용자와 이용자의 개별 이용권을 합병 서비스가 모두 승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시스템 통합도 필요하다. 플랫폼 내 콘텐츠도 개별 권리자와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티빙·웨이브가 따로 확보한 콘텐츠는 합병법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권리자에게 다시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만약 긴 과정을 거쳐 서비스 합병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 모두 시장 점유율 1위 OTT인 넷플릭스에 대적할 수 있는 국내 OTT가 탄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