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클럽’으로 구독경제 맞불 놓은 배달의민족, 구독 피로 넘어 시장 안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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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제로 고객 끌어모은 쿠팡, 배달의민족도 '배민클럽' 출시 나섰다
전환비용 높이는 구독제, 유동 고객의 '충성고객화' 노리는 플랫폼들
구독 포화 상태로 접어든 시장, '후발주자' 배민클럽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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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에 노출된 ‘배민클럽’ 광고/사진=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이 유료 구독제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쿠팡이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회원을 통해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가운데 배민도 본격적인 구독 경쟁에 합류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배민의 구독제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구독제 과중에 따른 ‘구독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 구독제 시사한 배민, 쿠팡과의 경쟁에 ‘맞불’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1위 업체 배민은 지난달 25일부터 자사 앱에 유료 구독 멤버십인 ‘배민클럽’을 시행하겠다는 광고를 노출했다. 쿠팡이츠가 유료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묶음배달 무료화를 시작하자 유료 구독제 도입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시장에선 배민이 구독 서비스를 통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이 1,400만 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쿠팡이츠로 갈아타는 고객을 돌리기 위해선 배민도 차별화된 유료 구독제가 필요했단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시장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만큼 배민 역시 다양한 혜택을 통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배민 측도 배민클럽을 통해 기존 고객 유치 및 신규 고객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혜택이 경쟁력 강화에 큰 기반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시선에서다. 배민에 따르면 배민클럽을 가입할 시 여러 집 배달을 함께하는 알뜰배달의 배달비가 무료화된다. 단건 배달인 한집배달의 경우 기본 배달비를 1,000원 이하로 낮출 수도 있다. 배민 측 관계자는 “무료 배송의 횟수 제한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할인 쿠폰 중복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타사와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해 충성고객층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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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구독’으로 유동 고객 잡기 나선 배달앱 업계

배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최근 배달앱 업계의 주안점은 무료 배달에서 멤버십 구독으로 옮겨 갔다.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고객 풀에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쿠폰 하나에도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그동안 배달앱 업계에 부동의 2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요기요는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선언하면서 돌연 3위로 내려앉았다.

결국 차별화된 혜택이 있다면 판도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음이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시화한 셈이다. 이로 인해 현재 점유율에 안주하기보단 각사의 차별화된 혜택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업계에서 확산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멤버십 구독이 이를 위한 주요 전략으로 선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멤버십 구독제가 특별히 선정된 이유로 ‘전환비용’을 꼽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구매는 시간, 거리, 교통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가 단골 가게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반면 온라인은 물리적인 제약이 없어 소비자들이 특정 구매처에 매이기보다는 더 낮은 가격을 찾아 구매처를 바꾼다. 즉 온라인은 소비자 입장에서 전환비용이 적은 셈이다. 반면 멤버십 구독제가 적용된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의 전환비용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구독을 통해 쌓아놓은 마일리지와 각종 혜택을 한 번에 버리고 가는 게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배민 구독제에 시장은 “글쎄”, 만연한 ‘구독 피로’가 발목 잡을 수도

다만 일각에선 배민의 멤버십 구독제 전략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구독경제가 확산하며 회의론이 불거진 상태에서 후발주자로 등장한 배민 멤버십이 소비자들의 눈에 들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멤버십 구독제는 이미 다양한 업계에서 시행 중인 대표적인 판매 전략 중 하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서비스의 경우 구독제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상황이고, 아마존웹서비스(AWS), 슬랙(Slack) 등 클라우드 서비스도 구독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 요기요 등 배달, 노벨피아 등 웹소설, 쿠팡 로켓와우 등 유통, 멜론 등 음악,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같은 서비스에서도 구독제가 시행 중이다. 멤버십 구독제는 이미 만연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구독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 구독 해지를 선언하는 이들이 속속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독제 과중이 구독 서비스 규모 축소로 이어진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미국에선 이미 구독경제가 주춤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지불·결제 분야 전문 매체 페이먼츠닷컴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품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 이용 개수는 2021년 2월 2.5개에서 10월 5개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5월 3.9개로 줄었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 방고(Bango)가 지난 4월 미국 소비자 2,500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2%가 구독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응답하기도 했다. 미국과 국내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시점에서 배민의 멤버십 구독제가 무난히 안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