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이브 방시혁과 어도어 민희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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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방시혁 의장, 걸그룹 성공 위해 추가 고용한 인재라는 관점
어도어 민희진 대표, 자본가의 압박에 시달리는 창작자라는 주장
벤처업계 관계자들, 이미 성장한 스타트업에 발탁된 고급 인재에 불과하단 해석
방 의장이 이미 많이 양보했다, 민 대표가 무리한 요구 하고 있다는 평가 지배적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법정공방의 핵심 쟁점은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죄’ 등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 특히 유죄냐 무죄냐에 따라 하이브가 취득할 민 대표 지분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 원래대로라면 민 대표는 최대 1,000억원 수준의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주주간계약 위반에 따라 액면가인 30억원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법원은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 요청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을 개시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임시 주총 허가 신청을 냈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갖고 있는 만큼 민 대표가 자신의 해임을 막을 방법은 없다. 현재 하이브는 민 대표가 외부 투자자를 모집해 어도어를 독립시키고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빼갈 계획을 세웠다며 업무상 배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법정 공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사실상 30억원에 이번 논란을 마무리 짓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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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어도어 민희진 대표/사진=하이브

창작자와 자본가의 갈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창작자’인 민 대표와 ‘자본가’인 방시혁 의장 간의 갈등으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어도어에 방 의장이 80%의 지분을 보유한 자본가로 보이겠지만, 현장 관계자 입장에서는 스톡옵션을 많이 주고 데려온 동업자가 계약보다 더 많은 요구를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는 설명이다.

민 대표와 같은 사례는 스타트업계에서 종종 포착된다. 서초동의 A모 IT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 초창기에 경영진(C-level)으로 영입한 인재 K씨가 회사 규모가 커지자 자신의 기여도 비중 확대를 이유로 추가 지분을 요구했다가 회사에서 퇴출된 바 있다. 퇴출된 이후 K씨는 인근 지역에서 동종 기술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핵심 기술력을 갖춘 인재가 빠져나가 버린 A 스타트업은 사업 방향을 해외 상품의 국내 영업으로 돌린 상황이다. 더욱이 K씨는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달라는 A 스타트업 주요 경영진 및 투자자들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으며, A 스타트업은 당시 계약상에 K씨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동의 없이 추가 투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어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K씨 역시 단독으로 기업을 키우는 데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에 주변 관계자들에 사이에서는 A 스타트업에서 지분을 좀 더 양보해야 했다는 의견을 비롯해, 그간 K씨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만큼 창업진이 대표직을 K씨에게 넘겨주는 대승적 결정을 했어야 A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도 창업자인 김대일 대표가 당시 팀장이었던 정경인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개발자로 돌아간 바 있다. 이후 정경인 대표는 지난 2022년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허진영 당시 COO(운영 이사)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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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사진=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혼자서 다 할 수 있었을까?

직접 기업을 창업해 0을 1로 만들어 낸 기업가들은 회사 성장 후에 영입한 인재들이 1에서 10을 만드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는 불평도 내놓는다.

방시혁 의장은 실제로 0에서 1을 만든 것은 물론, 1에서 10도 창조한 만능 창업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직접 곡을 쓰고, 직접 아이돌 그룹을 키운 데다, 직접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간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BTS를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키워냈다. 여전히 회사 운영이 BTS에 의존적이라는 비판은 있지만, 국내에서 혼자 힘으로 시가총액 10조원대의 상장 기업으로 일궈 낸 인재는 많지 않다.

반면 민 대표는 이미 명성, 자금력,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춰진 회사에서 걸그룹 성공이라는 특명을 받고 영입된 외부 인재에 불과하다는 것이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평가다. 게다가 본인이 키워냈다는 걸그룹 뉴진스의 구성원 중 4명은 쏘스뮤직 연습생 출신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1에서 10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희귀한 역량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자라는 평가에는 공감할 수 있어도 어도어를 본인 회사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벤처투자사(VC) 관계자들은 ‘투자금이 들어간 순간 지분에 관계없이 이미 투자자들이 가진 회사’가 된다고 평가한다. 자본이 들어가야 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자본금이 투입되고, 투자금이 쓰이는 목적, 범위, 성장 목표 등이 이미 결정된 만큼, 투자금을 받으면 더 이상 본인이 주인이 아닌 회사라는 것이다. 한 VC관계자는 농담을 섞어 “(회사의) 주인이라고 믿게 해 놓고 사실은 노예로 쓰는 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도 어도어의 주인이 방 의장이라는 사실을 민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반란’이라는 해석이다.

계약서가 중요한 이유

법조계 관계자들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나 회사 내 발언, 외부 투자자 접촉 의혹 등을 고려할 때 배임죄로 결론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실질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배임 의혹 등을 놓고 양측이 합의하는 결정이 나는 것이 일반적인 스타트업계 통례인 만큼, 유사한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민 대표가 하이브에 취직한다는 관점이 담긴 현재의 지분율 대신, 본인이 직접 창업한다는 관점의 지분을 보유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에 지분 10%에서 20%를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면서 받은 투자금으로 가난한 기업을 경영한다. 민 대표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좀 더 ‘헝그리’하게 어도어를 운영할 의지가 있었다면 처음 계약서를 쓸 때부터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 대신 초기 투자금을 적게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를 창작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아니라, 이미 갖춰진 대형 스타트업에 뒤늦게 특수 임무를 띠고 고용된 인력과 스타트업 창업가의 갈등으로 해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