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고, AI 전문가 모셔와” 생성 AI 열풍 속 설 곳 잃은 개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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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만큼 필요 없다" 개발자 채용 줄이는 테크 기업들
AI 발달로 IT 업계 전반에 지각변동 발생, 사람 설 자리 줄었다
개발자 대신 'AI 역량' 갖춘 인재에 기업 수요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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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속 정보기술(IT) 직군 종사자들이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 속 우대받던 개발자 직군의 경우, AI 활용도 상승·AI 전문가로의 채용 쏠림 현상 등 악재에 치이며 채용 시장 외곽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거나, 몸값이 저렴한 신입 개발자를 찾으며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IT 직군 채용 급감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IT 업체들은 지난해 개발자 직군을 중심으로 채용을 줄였다. 카카오는 팬데믹 당시(2020년) 상·하반기로 나눠 세 자릿수 규모의 공채를 진행했지만, 지난해는 하반기 두 자릿수의 채용 연계형 인턴십만을 모집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2021년 수백 명에 달하는 인력을 확충했으나, 지난해에는 개발자 공채 프로그램 규모를 50여 명까지 축소했다. 2021년 300여 명의 인력을 채용했던 당근마켓 역시 지난해 60여 명 규모까지 채용을 줄였다. 네이버의 경우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이나, 예상 채용 인원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은 상태다.

팬데믹 시기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던 게임사들 역시 줄줄이 인력 감축에 나섰다. 넷마블은 올해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의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정리하며 본격적인 조직 경량화에 돌입했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역시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의 경우 별도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온라인 대전 액션 게임 ‘워헤이븐’의 서비스가 종료된 만큼 추후 인력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전처럼 개발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AI 발달 등으로 업무 강도가 낮아져 몸값이 저렴한 저연차 개발자를 찾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커리어 매칭 플랫폼 사람인의 HR연구소가 국내 IT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력 중 신입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1.3%에서 올해 25.2%로 3.9%p, 1~5년 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4.6%에서 37.9%로 3.3%p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5~10년 차 인력은 지난해 37.9%에서 올해 28.4%로 1년 만에 9.5%p 감소했다.

AI 발달하며 개발자 시장 변했다?

개발자 수요가 급감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AI 기술의 발달이 지목된다. AI가 비교적 수준이 높지 않은 개발자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사람’이 설 자리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원티드랩의 국내 개발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6%는 “생성 AI가 프로그래머 업무를 일부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업계가 이미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각변동’을 감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해당 조사 응답자의 83.4%가 지난해 ‘기술 변화’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이는 40.2%,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답한 이는 43.2%였다. 이에 더해 응답자의 69.4%는 기술 변화가 업무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특히 AI 엔지니어의 경우 90%가 기술 변화가 업무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이어 △데이터 엔지니어(81.8%) △풀스택 개발자(71.1%) △프론트엔드 개발자(70%) △백엔드 개발자(68.5%) 순이었다.

AI-산업-발달에-대한-개발자-인식

이렇듯 IT업계 내 생성형 AI의 존재감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AI 스타트업 코그니션 랩스(Cognition Labs)는 세계 최초 자율형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빈(Devin)’을 공개했다. 코드를 제안하거나 일부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단순 ‘도우미’가 아닌, 사람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 ‘AI 에이전트’를 선보인 것이다.

‘AI 전문가’로 채용 수요 편중돼

한편 일각에서는 AI 관련 역량을 갖춘 인재로 채용 수요가 쏠리며 개발자가 설 자리가 한층 좁아졌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취업정보사이트 인디드(Indeed)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AI 업무 관련 채용 게시물은 지난해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3월 기준). 반면 데이터 분석 및 과학 관련 채용 게시물은 30.5%,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및 개발 관련 채용 게시물은 33.5%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의 연구팀 역시 유사한 흐름의 통계치를 제시했다. AI 일자리 연구에 따르면, 올해 1월 AI 업무와 관련한 채용 공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이 위축됐던 2022년 12월 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기간 IT 분야 전체 채용 공고는 31% 감소했다. 연구를 이끈 로버트 스미스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챗GPT 이전에도 기계 학습 엔지니어와 데이터 전문가들은 존재했다”며 “챗GPT가 등장하면서 업계가 제품 등에 AI를 내장하는 법에 눈을 뜨면서 관련 직종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IT 분야 주요 기업들은 AI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여타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AI 사업을 포함한 자사 사업의 우선순위 변화를 이유로 다방면에서 인력 감축을 단행했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AI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여타 부문의 지출을 줄여가는 양상이다. 이전까지 혼용되던 ‘개발자’와 ‘AI 전문가’의 개념이 명확하게 구별되며 채용 수요가 양극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