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투자 지출에 발목 잡힌 SK이노베이션, 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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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SK온 뒷바라지 끝에 주가 60% 미끄러져
시가총액·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 SK온 실적은 하향곡선
대규모 자금 마련 절실, 자산 매각 가능성 점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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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핵심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SK온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SK이노베이션의 실적과 주가가 줄줄이 뒷걸음질 친 가운데, 정작 실적 악화의 원인인 SK온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SK온의 실적 부진으로 자금 마련 통로가 막히자,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본격적인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SK온 투자 부담 떠안은 SK이노베이션

최근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SK온의 대규모 투자 지출이 고스란히 SK이노베이션의 실적·주가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3년 사이 고점 대비 60%가량 하락했다. 2021년 2월 기준 27조원을 훌쩍 웃돌던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현재 11조원대까지 미끄러졌다.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정유 부문 등의 수익이 고스란히 SK온으로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 SK온이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주주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 지출에도 불구, SK온이 배터리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SK온이 분할상장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주주보상책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불만 사항으로 거론됐다.

한 주주는 “SK 이노베이션의 PBR(주가순자산 비율)이 0.5배밖에 안 되고, 시가총액도 11조5,000억원가량밖에 안 된다”며 “경륜이 더 짧은 양극재 회사조차 (시가총액이) 20조~30조원에 달하는데, 이 정도인 건 회사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주주는 SK온의 분할 상장과 주주보상책과 관련해 “추후 SK온이 상장하면 시가총액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공개 매수에 응한 주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SK온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계획인데, (보상책이)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적 부진으로 추가 자금 마련 어려워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마저 끌어내렸다.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으로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막대한 투자(CAPEX) 부담과 이로 인한 재무 구조 악화가 지목됐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에만 9조원 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 예고했으며, 이 중 배터리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무리한 투자 기조는 지난 수년간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2019년 19조원 수준이었던 SK이노베이션 조정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23조원까지 불어났다. S&P그로벌은 내년 SK이노베이션의 조정 차입금 규모가 28조원까지 확대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4.3배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투자를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총투자금이 올해부터 연간 영업현금흐름(올해 3조5,000억원, 내년 4조원)을 크게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드러냈다.

투자금 지출이 숨통을 옥죄고 있지만, 자금 조달 통로는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다.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SK온은 앞서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당시 22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향후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22조원보다 높은 금액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SK온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적자의 늪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SK온의 영업적자는 자그마치 5,818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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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자산 매각’ 움직임

이에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지출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석유 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지난달 보유 중인 페루 LNG(Peru LNG Company, LLC) 지분을 지분 전량을 2억5,650만 달러(약 3,4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페루 LNG는 액화천연가스 생산 회사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헌트오일 △셸 △마루베니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며, SK온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차후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을 통해 인수한 프랑스 아르케마 폴리머사업부(현 SK펑셔널폴리머) 등 해외 자산을 추가로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전 검토했던 SK지오센트릭의 소수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최대 49%에 달하는 SK지오센트릭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처분에 실패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SK지오센트릭이 신사업(친환경 사업)을 제외한 납사분해설비(NCC) 사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경영권, 지분 등의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달 주주총회 자리에서 “이차전지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고 밝혔으나, 시장의 자산 매각 관련 전망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