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매출 감소에 신음하는 제조 중소기업, 외국인 근로자 일손마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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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계 근간이 흔들린다, 무너지는 중소 제조업체들
대출 이자는 쌓이고 매출은 줄어, 제조업 활로는 어디에
"외국인 인력 수급 장벽 완화해야" 구조 개선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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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 제조업계가 침몰하고 있다.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로 중소기업 생존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매출이 급감하면서다. 영세 제조업 사업장들이 밀집해 있는 각 지역의 산업단지에는 본격적인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제조업의 심장 ‘국가산업단지’의 몰락

국내 제조업의 침체 실태는 국가산업단지의 몰락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기업들 대다수가 중소 제조업체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전국 산업단지 내 제조업 생산 규모는 1,781조원(약 1조3,360억 달러)으로, 국내 제조업 전체 생산의 62.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단지 내 제조업 수출액(6,405억 달러) 역시 국내 제조업 전체 수출액의 63.2%를 차지한다. 제조업 침체가 국가산업단지의 침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전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휴·폐업을 택한 기업 수는 총 2,587곳에 달했다. 2022년 기준 국가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기업이 11만9,281개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2.17%의 기업이 침몰한 셈이다. 수도권에선 1,988곳이, 비수도권에서는 599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 업황이 가라앉자 청년 인력들 사이에서는 국가산업단지에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중소 제조업계에 뛰어들 젊은 인력은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토지 용도 제한, 업종 제한 규제 등으로 인해 이렇다 할 ‘변신’을 꾀하기도 어렵다. 시설의 노후화와 단지 내 인력의 고령화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중소 제조업체들의 신음은 점차 깊어져만 가고 있다.

대출 금리·중국산 공세가 발목 잡았다

중소 제조업계가 침체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가 지목된다. 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 사업장이 줄줄이 폐업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평균 연 2.97%이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연 5.32%까지 치솟았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연 5%를 넘은 것은 2013년 3월(5.02%) 이후 10년 만에 최초다.

이런 가운데 작년 3분기까지 6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에서 발생한 중소기업 신규 연체 금액은 10조7,233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동기(5조451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상환 여력을 잃은 중소기업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 지난해 전체 신규 연체 규모가 15조원(약 112억5,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연체가 시작되는 순간 대출 이자 역시 급속도로 불어난다는 점이다. 당장 원리금 상환 여력조차 없는 중소기업에 연체는 곧 ‘부도’의 도화선인 셈이다.

나가야 할 돈은 늘었지만, 들어오는 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산 저가 부품에 줄줄이 고객 수요를 빼앗기며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최근 중국은 동남아시아·멕시코 등지까지 공급망을 확장, 글로벌 제조업계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이 높은 국내 중소기업은 애초에 (중국과) 경쟁을 펼쳐볼 기회조차 없다”며 “대다수 기업이 매출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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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인력조차 부족해” 제조업계의 호소

국내 경제 성장의 ‘발판’인 제조업계가 가라앉자, 업계 일각에서는 제조업 시장 구조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인력 수급 장벽을 낮추는 등 관련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내국인 청년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는 중소 제조기업 대다수는 외국인 근로자의 손을 빌리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이 더 이상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평균 265만7,000원 수준이었다. 이는 동일 조건 내국인 근로자 대비 93.9% 수준이다(숙식비 제외). 내국인 근로자에 맞먹는 인건비에도 불구, 중소기업계에서는 만성적인 외국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막대한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 한편에서는 일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등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산업 현장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 현행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상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별을 두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일각에서는 외국인 수급 확대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 임금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