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상속세에 ‘산산조각’ 나는 넥슨, 기업 존립 위협하는 상속세의 ‘정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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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vs 사우디 넥슨 NXC 지분의 새 주인은?
과도한 상속세에 넥슨도 韓도 '손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경영권 유지에 장애 일으키는 상속세, "타당성 재고해 봐야 할 일"
김정주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모습/사진=NXC

5조원에 달하는 넥슨의 지주사 NXC 지분 29.30%의 새 주인이 오늘 발표된다. 그간 한국 게임 산업계에 눈독을 들여온 텐센트 등 중국계 자본과 PIF(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중동계 자본이 입찰했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일각에선 넥슨을 옥죄는 상속세에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기도 한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을 산산조각 내는 모습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재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NXC 지분 공개입찰, 유가족 지분율 70%까지 하락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매 포털 온비드에서 진행한 NXC 지분에 대한 공개입찰 결과가 이날 나온다. 이 지분은 지난해 2월 사망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보유했던 NXC 지분 중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85만1,968주로, 최초 예정가액은 약 4조7,149억원이다. 역대 물납한 국세 중 최대 규모다. 김 창업자의 사망 전 NXC는 김 창업자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현 넥슨 총수) 등 유가족이 100%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이번 물납에 따라 유가족의 지분율은 70%까지 낮아진다. 지배력 행사 자체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사료되나, 결국 앞으로의 행보에 다소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게임 업계에서 실적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기업은 넥슨이 유일하다. 상속세 물납 이후 배당 가능성 등에 따라 외국계 자본이 물납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꼭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넥슨의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와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들은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한 대상이 NXC 지분이다. 이는 곧 갑자기 외국 법인 2대 주주가 생길 수 있단 의미기도 하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중국 텐센트가 거론된다. 텐센트는 앞서 2019년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전력이 있는 데다, 중국 내 던전앤파이터(던파) 퍼블리셔를 맡아 매년 1조원을 넥슨에 내고 있는 상황이다. NXC 2대 주주로 합류할 경우 던파 퍼블리싱 비용 등에 대한 조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PIF다. PIF는 이미 넥슨재팬 지분 10.23%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엔씨소프트 지분 9.3% 보유한 2대 주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동에서도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사우디 게임 시장은 지난해 11억9,3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에서 2027년 16억9,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사우디 성인의 84%가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만큼 MENA(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성장세가 가장 높은 플랫폼을 ‘모바일’로 보고 있다. ‘넥스트 오일’ 산업 육성을 기획 중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 같은 게임산업 활성화를 진두지휘하고 있으니 넥슨이 보유한 양질의 IP(지식재산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NXC 지분 매입이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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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지분, 제값 주고 팔 수 있을지도 의문”

문제는 넥슨 지분이 입찰된다 하더라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상속 재산을 평가할 때 최대주주의 주식이었다 할지라도 그중 일부를 떼어 물납한 주식으로는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즉 물납 주식을 평가할 때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인정된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는 징수해야 할 상속세 6조원 가운데 4조7,000억원을 비상장주식으로 받은 상황인데, 이를 되팔 땐 4조7,000억원 전액을 모두 회수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실제 캠코가 199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매각을 완료한 물납 비상장주식(총 785종목)의 물납 금액은 1조4,983억원인데 매각 금액은 1조142억원(67.7%)에 그친다. 여기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주식도 포함돼 있다.

그나마 싼 값에 매각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비상장주식은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유동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기준 물납 비상장주식은 344종목(5,634억원)으로, 평균 보유 기간만 10.8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 사망 이후 그의 아내 권영미씨가 상속세로 물납한 다스의 비상장주식은 여전히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XC 물납 비상장주식의 평가금액은 조 단위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대부분 입찰을 포기한 상태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악화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고, 넷마블 역시 2021년 2조5,000억원에 매입한 홍콩 게임사 스핀엑스 때문에 대출금 이자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혹한 상속세가 각종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 부담이 가장 커 기업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20%)까지 붙으면 60%까지 높아진다. 상속세가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이 ‘산산조각’나는 모습이 거듭 보여지면서 국내 중소기업 오너들의 고심이 깊어져만 간다. 상속을 부의 대물림보단 국가 경쟁력 강화, 기업 승계의 의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 또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