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갖춰가는 조각투자 시장, 금감원 경계에 꼬리 내린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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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블루, 앤디 워홀 '달러 사인' 기초자산으로 조각투자 증권신고서 제출
공정한 가격 산정·소비자 보호 등에 총력, '금융감독원 권고' 의식했다
'기초자산 가격 산정' 주시하는 금융감독원, 업체들은 설득력 제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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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업계의 ‘조각투자 증권신고서’ 제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 앱 ‘소투’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는 28일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뜬구름같던 토큰증권(STO) 시장이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가운데, 업계는 여전히 ‘가격 산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조각투자 업체들은 시장과 금융당국의 경계를 늦추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의 설득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금감원 ‘권고’ 눈치 보며 움직이는 서울옥션블루

서울옥션블루가 토큰증권을 발행하고자 하는 기초자산 작품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달러 사인(Dollar Sign)’이다. 금감원의 권고 사항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글로벌 블루칩 작가의 주요 작품을 첫 번째 조각투자 작품으로 선택한 것이다. ‘달러 사인’은 51.0×40.5cm(8호) 사이즈의 작품으로,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6억2,623만원에 취득했다. 증권 모집 규모는 취득 금액과 발행제비용 7,377만원을 포함한 7억원이다.

기존 미술품 공동구매 방식이 아닌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서울옥션블루는 공모주 형태의 일괄청약에 의한 균등·비례(50대 50) 방식을 채택했다. 1인당 최대 투자 금액은 5,000만원 미만으로, 1주에 해당하는 1조각은 10만원으로 설정됐다. 청약 증거금의 관리와 납입은 KB증권 계좌를 통해, 투자자보호기금은 신한투자증권과의 신탁 계약을 통해 관리된다.

서울옥션블루는 미술품 기초 자산에 대한 가격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내부 평가 및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가격 산정 근거를 제시했다.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은 외부 평가 기관인 통일감정평가법인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으로부터 각각 7억과 7억5,300만원 수준의 가격을 평가받았다. 유사 작품 데이터를 기초로 한 내부 기초자산 평가의 추정 적정가 범위는 약 6억2,500만원~9억6,700만원으로 계산됐다.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과의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규정도 추가했다. 특수관계인의 보유 재고 자산은 기초자산으로 매입하지 않고, 프라이빗 세일 등 같은 비공개 방식에 의한 위탁 매수를 원칙적으로 금한다는 조항이다. 기초자산 매입 시 준법감시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공정한 가격 산정 및 투자자 보호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조각투자 시장의 ‘가격 산정’ 우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옥션블루를 비롯한 수많은 조각투자 업체가 앞다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음악수익증권 플랫폼 뮤직카우가 최초로 금감원에 음악수익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제출 곡은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 NCT 드림의 ‘ANL’이다. 미술품 조각투자 스타트업 ‘열매컴퍼니’는 이달 23일 금감원의 정정 요청을 받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펌킨’ 조각투자 증권신고서를 재제출했다.

조각투자 시장이 활성화 기미를 보이자, 시장 안팎에서는 조각투자 업계의 ‘기초자산 가격 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최초로 조각투자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투게더아트의 실패 사례 때문이다. 당시 투게더아트가 기초자산으로 선정한 스탠리 휘트니의 미술작품 ‘스테이 송(Stay Song) 61’의 작품 감정가는 7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작품 매입처가 모회사이자 최대 주주인 ‘케이옥션’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투게더아트의 가격 산정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투게더아트는 증권신고서를 자친 철회했다.

금감원은 ‘제2의 투게더아트’ 등장을 막기 위해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에 있어 조각투자 기초자산의 가격 산정은 상당히 민감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품은 거래 가격을 정확히 매기기 어려운 만큼, 그 가치가 ‘부르는 대로’ 결정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증권신고 이후 자산의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며, 그 책임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도 돌아오게 된다. 조각투자 업체들은 금융당국의 촘촘한 ‘경계망’을 뚫기 위해 가격 산정 방식의 설득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