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420만 대 보급이 목표라는데, 부족한 ‘충전소’가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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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나고 결제 안 되고’ 10명 중 7명은 발 돌렸다
정부 “전기차 충전소 123만 기 보급할 것”
“일단 늘리고 보자”에 효율적 배치·관리는 뒷전

국내에 운행 중인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반면 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차 충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양적 확장이 아닌 질적 확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에서 완속 충전 이용자 절반 넘어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소프트베리의 8일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 이용자 중 충전 실패 경험이 있는 경우가 84.3%로 집계되며 10명 중 8명 넘게 난감한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전에 실패한 이유로는 47.1%의 응답자가 충전기 고장을 꼽았고, 이어 충전 카드 등 결제 수단 인식 불가(26.5%), 충전 설비 자리 부족(19.6%) 등 순을 보였다. 충전에 실패한 운전자들은 인근 충전소를 검색(73.3%)하거나, 앞 순서 차량이 나갈 때까지 대기(10.9%) 또는 앞 순서 차량의 충전이 끝나면 연락을 시도(8.9%)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충전소의 위치와 충전기 종류로는 가정용 또는 아파트 내의 완속 충전기가 51.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어 공공 급속 충전기(28.1%), 직장의 완속 충전기(14.9%) 등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충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전기차의 특성상 퇴근 후 집에 머물며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추석 연휴 중 나흘간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를 방문한 전기차 이용자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는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충전 인프라 관리와 이용자들의 충전 매너 확산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목표치 한참 밑도는 전기차·충전 설비

전기차 충전기 부족 문제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많은 운전자가 각종 보조금 혜택에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충전의 번거로움과 관련 시설 부족’을 꼽을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6월 기준 46만4,928대며,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는 전국 총 20만9,439대다. 정부가 지난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 대, 충전기 123만 기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불과 7년이 남은 시점에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처럼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향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2021년 144억9,500만 달러(약 19조711억원)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27% 성장해 1,281억3,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화로 17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인 애플망고를 인수해 올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감행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와 현대차 외에도 LS그룹, 한화솔루션, SK E&S,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수의 기업이 전기차 충전 서비스에 대규모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충전 설비 10기 중 4기는 수도권에

이같은 기업들의 잇따른 시장 진입과 사업 확장에도 여전히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이유로는 충전시설의 비효율적 배치가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8월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분석(환경노동위원회) 정책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가 구축 중인 설비를 포함한 총 22만6,000기의 전기차 충전시설 중 약 42%에 해당하는 9만6,000기가 서울과 경기도에 밀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의 부족보다는 효율적인 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양적 확장에 집중하느라 질적 확장을 놓쳤다는 설명이다.

설치 이후 전반적인 유지보수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8일 기준 환경부가 직접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 설비의 고장률은 0.3%로, 그중 옥천 휴게소의 한 충전기는 지난 7월 13일 고장 접수 후 118일이 지난 이날까지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이용자가 고장 난 충전기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불편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불편한 충전 문제’를 해소하는 기업이 성장을 앞둔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