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국제 협력 체계 다지는 한국, ‘우주청 없는 로켓’ 세계로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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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 개최, 우주 정책 소개 및 공동성명 발표 예정
호주·룩셈부르크·폴란드 등과 속속 협약 체결, 국제 우주산업 협력 체계 구축
다만 위태로운 국내 우주산업 기반, '우주청 설립' 9일 본회의 처리도 사실상 실패 

한-미 우주산업의 새로운 ‘협력 창구’가 마련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미국 상무부와 함께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우주산업 협력의 후속 조치이자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행사다.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다수의 국가와 우주·항공 분야 협력 기반을 마련해 왔다. 원활한 우주 산업 개발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함이다. 하지만 연내 우주청 설립 계획이 사실상 좌초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제 협력보다는 우리나라의 ‘기반 닦기’가 우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 산업 내실을 다지지 못한 우리나라가 국제 협력만을 강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심포지엄 통해 한-미 우주산업 공동성명 채택

8일로 예정된 심포지엄은 ‘코리아 스페이스 포럼 2023’ 1일차 행사로, △시라그 파리크(Chirag Parikh)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 △마이클 모건(Michael Morgan) 상무부 환경 관측·예측 차관보 △미 국무부·국방부·NASA △민간기업 20개 등 미국의 우주·항공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다. 우리나라 측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과 31개 민간기업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양국은 심포지엄을 통해 각국의 우주 정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과기부는 한국의 우주산업 활성화 정책 및 우주항공청 신설 계획을, 미국 상무부·교통부·국방부는 미국의 최신 우주 정책 및 미래 계획을 각각 공유할 예정이다. 주제 발표 세션에서는 △한-미 우주기업 참여 방안 △산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 △우주 분야 공급망 강화 △지구 저궤도의 상업적 활용 △달 탐사 협력 등 다양한 우주산업 관련 의제를 다룬다. 양국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 간 실질적 협력사업 혹은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이번 심포지엄은 우주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우주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중대한 계기”라며 “심포지엄을 바탕으로 향후 설립될 우주항공청과 양국의 국가우주위원회가 협력해 한미 기업들이 글로벌 우주산업 생태계를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주산업 ‘국제 협력 관계’ 구축 힘쓰는 韓

그간 우리나라는 원활한 우주 산업 개발을 위해 다수의 국가와 우주·항공 협력 창구를 마련해 왔다. 지난 2019년 과기부는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와 우주산업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관련 분야에서 양국 간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다수의 위성을 활용해 호주의 위성 영상 활용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호주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부족한 발사장·지상 인프라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한 뒤 룩셈부르크와 양국 간 우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우주 분야 선도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국제적 공조에 참여하는 국가로, 우주산업 분야에서 정책·제도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껏 누리호, 다누리 발사 등을 통해 우주기술 개발 역량을 다져온 한국과는 ‘상호 보완’ 관계인 셈이다.

(왼쪽부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회장, 파베우 스텐지츠키 폴란드 항공협회 회장, 발데마르 부다 폴란드 경제기술개발부 장관이 항공우주산업 발전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올 8월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항우협)가 폴란드 항공밸리(AV), 폴란드 항공협회(APAI)와 양국 항공우주산업 발전 및 협력 강화를 위한 3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을 계기로 세 기관은 양국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기술 및 정보 교류·인력 양성 등을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컨트롤타워’ 하나 없는 나라, 국제 협력 유효한가

이렇듯 우주항공 분야의 국제 협력 관계가 꾸준히 구축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기반은 상당히 부실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안조위는 90일간의 논의 및 여야 간 정쟁 끝에 지난달 23일 성과 없이 종료됐고, 이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의 주요 목표였던 ‘연내 우주청 설립’은 사실상 실현이 어려워졌다.

안조위 종료 이후 국민의힘은 이달 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을 수립, 야당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안건의 본회의 상정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안조위 과정에서 합의된 내용을 담고, 이를 9일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과방위 법안소위 △과방위 전체회의 △법사위 등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 행정안전위 소관 정부조직법 개정까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여전히 안건위에 체류 중이며, 다음 안건위 회의는 오는 13일에야 개최될 예정이다. 즉 9일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내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에 걸친 협력 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은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여야의 결단과 협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