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현대차 시장 진입에 기존 중고차 업체들 ‘정면승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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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증중고차 24일 서비스 시작
촉각 세운 기존 업체들, 불평보다 '경쟁 준비 돌입'
‘불공정 시장’ 오명 지우고 성장 이룰까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상품화 전담 인력이 매입한 중고차에 대한 정밀진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업계 진입이 목전으로 다가오며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케이카, 엔카 등 기존 업체들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차량 생산 노하우를 중고차 인증에 활용하는 등 전문성을 강조한 완성차 업체들과 이에 맞서 파격적인 환불 정책 등으로 정면 승부를 예고한 기존 업체들의 싸움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이목이 쏠린다.

환불 기간·품질보증 확대, ‘만반의 준비’ 나선 중고차 업계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다음 달 19일까지 ‘책임환불제’ 기간을 기존 3일에서 최대 7일로 확대 운영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해당 환불 제도는 케이카가 2015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정책으로, 소비자가 차량 구매 후 3일 이내에 불만족을 이유로 환불을 요청할 경우 수수료나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해주는 정책이다. 당초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만 제공하던 책임환불제는 2021년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된 데 이어 이번 행사를 통해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

케이카는 이 외에도 전속모델 이정재를 앞세워 하반기 신규 디지털 캠페인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 선보이고 현재 진행 중인 KW6 무료기획전도 내달 8일까지 연장한다. KW는 중고차 구매 후 고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낮추기 위해 선보인 품질 보증 서비스로, KW6는 6개월간 해당 프로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의 ‘중고차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중고차 플랫폼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한 곳은 엔카다. 엔카는 2위를 기록한 헤이딜러(62만여 명)의 약 1.3배에 달하는 83만여 명의 회원 수를 보유 중이다. 회원 1인당 평균 앱 사용 시간에서도 45분으로 2위 케이카(30분), 3위 KB차차차(21분) 등을 크게 따돌렸다. 엔카는 압도적인 회원 수와 모바일 앱 이용률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중고차 업체들이 이처럼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완성차 업체들의 진입에 맞서 시장 내 입지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인증중고차 판매에 나선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직접 자사가 생산한 중고차의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것은 처음으로, 현대차는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있는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에서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언론 간담회를 열고 해당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현대차는 구입 후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인 동시에 사고 이력이 없는 현대, 제네시스 차량을 대상으로 철저한 품질 검사를 거쳐 인증한 중고차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기아도 오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증 중고차 사업에 정식 출사표를 던진다. 또 쌍용차를 인수하며 외연을 키운 KG모빌리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 결과에 따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며,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같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중고차에 대한 불신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도 상품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판매 후 보증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자정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출처=하나증권

거래 대수는 신차 1.4배, 거래 금액은 ’10년간 제자리걸음’

국내 중고차 시장은 과거 소규모 민간 업체들이 밀집한 매매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한 이후 2000년대 등장한 중고차 거래 및 직영판매 플랫폼 업체들의 출현으로 현재 양분화돼 있는 상태다. 지난 9월 발표된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매매 시장은 매출액 29조2,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등록 대수는 239만 대로 신차(169만 대)의 1.4배에 달했다. 그간 플랫폼 등 신규 사업자가 꾸준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연간 거래량은 200만 대 수준을 유지하며 큰 폭의 성장은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은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입 진입을 기점으로 중고차 시장이 연평균 5% 성장해 2025년에는 34조1,000억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내다봤다. 향후 신차 공급 확대에 이은 물량 증가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사업자 시장은 상품 공급 증가와 함께 평균판매단가(ASP)가 추가 상승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대형 업체들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 시장 성장의 수혜가 상위권 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불신 가득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개선 나서는 기업들

대규모 시장 개편이 예고되기 전까지 중고차 시장이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저급품이 거래되는 ‘레몬마켓’으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는 고가의 상품을 거래하지만, 중고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상품의 품질 등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만족하는 가격을 산정하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고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은 허위·미끼 매물, 성능 미고지, 주행거리 및 사고 여부 조작 등의 다수의 문제점을 불안 요소로 꼽는다. 유튜브 등에서 ‘중고차 잘 사는 법’ 등의 제목이 달린 콘텐츠가 큰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여실히 방증한다.

업계는 현대차, 기아 등의 완성차 업체들이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고차 시장에 발을 들인 만큼 가격, 성능 등의 신뢰를 회복해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케이카를 비롯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정정당당한 경쟁에 나선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부사장은 “중고차 판매를 넘어 소비자가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확산시켜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