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힌 돌’이 지배하던 스트리밍 시장, ‘굴러온’ 유튜브 뮤직이 몰고 온 변화는

음악 스트리밍, “한번 가입하면 안 바꾼다” 잔잔하던 시장 뒤흔든 유튜브 뮤직, 저렴한 가격·유튜브 연동 콘텐츠로 수요 흡수 빨간불 켜진 토종 스트리밍 업체, 신규 서비스 출시하며 차별화 시도

160X600_GIAI_AIDSNote
사진=유튜브 뮤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이용자 절반 이상이 1년 이상 가입을 유지한 ‘장기 충성 고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최근 발간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 경험 모델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이용자 이동이 적은 스트리밍 시장에서 당당히 저력을 입증한 ‘후발 주자’가 있다. 구글의 유튜브 뮤직이 그 주인공이다. 유튜브 뮤직이 가격 경쟁력, 다양한 음원 등을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그 저력에 밀린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생존을 위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한 번 가입하면 계속 쓴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조사

논문은 현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211명의 데이터 중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한 180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55.0%(99명)가 현재 이용 중인 음악 서비스를 1년 이상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9개월 이상~12개월 미만 10.6%(19명) △6개월 이상~9개월 미만 8.3%(15명) △3개월 이상~6개월 미만 16.1%(29명) 등 3개월 이상 장기 이용자가 조사 대상 중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대부분은 다달이 요금을 납부하는 구독 형태다. 논문은 이용자들이 납부 비용을 고려한 사용 경험을 토대로 지속 사용, 전환 등의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납부하는 비용 및 이용하는 서비스에 만족한 이용자는 좀처럼 플랫폼을 이동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이용 서비스 대비 저렴한 요금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편 논문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품질’ 부문에서 최신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충분히 많은 양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멜론·지니·플로 등 국내 서비스들이 ‘애플 뮤직’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비스의 디자인 부분에서는 애플 뮤직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용자들은 심미적 요소가 서비스 이용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의 목적에 대한 질문에는 절대다수가 ‘개인적인 음악 감상'(96.7%, 174명)이라고 답했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 응원 목적’이라는 (4명, 2.2%) 응답도 일부 존재했다. K-팝 아이돌 팬덤 문화인 ‘스트리밍(가수의 음악방송 순위 상승을 위해 반복적으로 특정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 수요가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토종 플랫폼 충성 수요 무너뜨린 ‘유튜브 뮤직’

하지만 최근 이용자 이동이 적은 음원 서비스 시장을 뒤흔든 ‘별종’이 등장했다.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 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구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은 월 1만450원(iOS 기준 1만4,000원), 유튜브 뮤직 단독 서비스의 가격은 월 8,690원(iOS 기준 1만1,500원)이다. 유튜브 서비스의 저력 및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스트리밍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사진=unsplash

유튜브 뮤직의 강점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 1위는 ‘원하는 음악이 많아서'(27.2%)였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 시)무료여서’라는 답변은 4위(14.9%)였다.

실제 유튜브 뮤직이 보유한 음원은 약 7,000만 곡으로 멜론(4,000만 곡)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더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의 연동을 통해 라이브 공연, 커버곡, 리믹스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도 장점으로 꼽힌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유튜브 뮤직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역대 최대치인 581만 명을 기록했다. 국내 1위 사업자 멜론의 MAU는 665만 명으로 유튜브 뮤직 대비 84만 명가량 많은 수준에 머물렀다. 6월까지만 해도 100만 명 이상이었던 격차가 순식간에 바짝 좁혀진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차별화 꾀하는 국내 플랫폼

유튜브 뮤직이 국내 스트리밍 시장을 휩쓴 지난 1년, 토종 스트리밍 업체들은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업계 1위인 멜론은 이용자가 약 100만 명가량 이탈했으며, SK스퀘어 관계사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로의 경우 이용자 수가 6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KT의 지니뮤직은 약 39만 명, 카카오뮤직과 NHN벅스에서는 각각 10만여 명의 이용자가 이탈했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업체들은 신규 서비스를 통해 유튜브 뮤직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주스를 인수해 AI 편곡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한 KT 산하 서비스라는 입지를 이용해 KT·LGU+와 연계 상품을 출시, 소위 ‘통신사 할인’을 통한 고객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벅스는 지난달 자사의 플레이리스트 서비스 ‘에센셜’을 LG전자의 에어컨 휘센에 제공하는 등 음악 큐레이션(추천)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으며, 플로도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굴러온’ 유튜브 뮤직이 꾸준히 국내 시장 저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박힌 돌’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