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비요’ 첫 거래일 9.2% 상승, 투자자 반응 엇갈려

지난 20일 클라비요 주당 33.70달러 마감 전일 상장한 인스타카트도 12.33% 상승 마감해 증권 전문가들 향후 시장 전망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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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주당 30달러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마케팅 자동화 서비스 기업 클라비요가 공모가 대비 9.2% 상승 마감했다. 전일 상장한 인스타카트도 공모가 30달러에서 출발해 주당 33.70달러로 12.33% 상승한 바 있다. 이에 미 증권 관계자들은 신규 상장사의 연이은 주가 상승이 기술 기업 IPO 시장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비요의 최고경영자이자 공동 창업자인 앤드루 비알레키/사진=Klaviyo

클라비요 상장 동시에 주가 9.2% 상승

지난 19일 상장한 미국 온라인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의 거래 호조에 이어 20일 상장한 클라비요도 거래 첫날 상승세를 보였다. 기술 기업 IPO 시장 침체로 인한 시장 우려 속에 상장한 클라비요는 장 초반 공모가 대비 32%까지 급등했다가 마감 기준 주당 32.76달러로 9.2%로 상승 마감했다. 20일 마감 기준 클라비요의 시가총액은 약 110억 달러(약 14조7,510억원)이다.

클라비요는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희망 공모가 최고액을 주당 27달러로 제출했다가 상장 전일, 희망 공모가 최고액을 주당 30달러로 상향한 바 있다. 주당 30달러 기준 클라비요의 기업 평가 금액은 약 92억 달러(약 12조3,372억원)로 작년 비공개 투자 라운드에서 평가된 95억 달러(약 12조7,395억원)에 비해 소폭 하향했다.

클라비요는 이번 IPO에서 총 1,150만 주를 매각해 약 3억4,500만 달러(약 4,626억원)를 확보했다. 거래 첫날 주가 상승에 따라 클라비요에 초기 투자자도 큰 평가 수익을 얻었다. 대표적인 투자자는 미국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로, 클라비요에 누적 1억 달러(약 1,341억원)를 투자해 약 1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일 마감 기준 쇼피파이가 보유한 클라비요 지분 가치는 약 11억 달러(약 1조4,751억원)에 달한다.

전일 상장한 인스타카트 투자자도 높은 평가 수익을 거뒀다. 약 10년간 인스타카트에 투자한 VC 세쿼이아(Sequoia)는 19일 마감 기준 약 19억3,100만 달러(약 2조5,653억원), 인스타카트 전 CEO 아푸르바 메타(Apoorva Mehta)는 약 9억7,300만 달러(약 1조2,926억원) 규모의 인스타카트 지분을 보유 중이다.

후기 라운드 투자자는 손실 입어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첫 거래일 상승 마감에도 불구하고 클라비요와 인스타카트에 투자한 모든 투자자가 이익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인스타카트 후기 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마감 기준 인스타카트 시가총액은 약 112억 달러(약 14조8,792억원)로 약 390억 달러(약 51조8,115억원)의 기업 가치 대비 약 71% 하락했다.

투자 전문 싱크탱크 피치북 데이터는 주당 30달러 미만 가격으로 주가가 책정된 2018년 시리즈 F 이후 라운드에 참여한 인스타카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후기 라운드에 참여한 VC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세콰이어(Sequoia) D1캐피탈(D1 Capital) 등으로 구성된 투자자그룹은 2021년 주당 125달러에 인스타카트 주식을 매입했는데, 19일 종가 기준으로 약 73%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클라비요의 후기 투자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클라비요는 IPO 전 마지막 투자 라운드인 2021년 시리즈 D에서 약 95억 달러(약 12조7,395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다. 2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약 110억 달러(약 14조7,510억원)에 비해 낮은 금액이지만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투자 손실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날 상장한 인스타카트가 20일 10.68% 하락해 주당 30.10달러에 거래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는 공모가인 3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피치북은 모건 스탠리 산하 투자기업 카운터포인트글로벌(Counterpoint Global), 웨일락(Whale Rock), 론파인캐피탈(Lone Pine Capital) 등의 투자기업이 공모가 보다 높은 가격에 클라비요 지분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매각 딜레마에 빠진 투자자들

증권 전문가들은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 후기 라운드 투자자들에게 매각 딜레마가 닥쳤다고 입을 모은다. IPO와 첫 거래일 상승 마감엔 성공했지만 두 번째 거래일 인스타카트의 주가는 공모가 근처로 하락했다. 일각에선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한다. 올해 대장주로 관심을 모았던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 ARM도 상장 첫날 25% 급등한 후 4일 연속 4% 이상 하락했다.

투자 자문회사 크롤(Kroll)의 상무이사 글렌 커닉(Glen Kernick)은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 후기 투자자들은 IPO 다음 라운드에 진입했다”며 “매각 시점에 따라 투자 이익을 얻을 수도,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 시장 침체로 주식 보유 기간을 길게 두고 장기적 투자에 임하는 게 유리한데 조달 자금 상환 만기가 촉박한 펀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비요의 초기 단계 투자사 바인벤처스(Vine Ventures) 투자 파트너 에릭 라이너(Eric Reiner)는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의 투자 전망은 괜찮아 보이지만, 전반적인 증권 시장 회복세가 더뎌 후기 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지분 매각 시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 밝혔다. 피치북 데이터는 인스타카트 후기 투자자 중 2020년 138억 달러(약 18조5,058억원)의 가치로 시리즈 G에 합류한 제네럴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와 동년 177억 달러(약 22조7,357억원)의 가치에 시리즈 H에 처음 투자한 피델리티(Fidelity)의 경우 당장 지분을 매각하면 큰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 전망을 예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의 IPO에 대한 성공 판단을 유보했다. 하지만 IPO 침체기에 과감히 기업 공개를 선택한 두 기업이 결정이 증권 시장에 활기를 가져다준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투자회사 어센드벤처캐피탈(Ascend Venture Capital)의 투자 파트너 댄 코너(Dan Conner)는 “시장 관계자 모두 오랜 기간 하늘에서 비가 내리길 기도했다”며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라는 비가 당장 모든 사람들의 갈증을 해결해주진 못해도 천천히 흘러가며 대지를 적실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