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은 ‘세금’ 탓?, “제도 허점 하나가 기업 운명 좌우해”

‘먹튀’로 얼룩진 카카오, 경영진 사퇴·주가 하락 고배까지 마셨지만 “근본적 문제는 세금, 조세 부담 먼저 해결해야” 美서도 스톡옵션 홍역,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활용할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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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지난 2021년 자사 주식을 대량 매도한 배경이 거액의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도의 허점이 사실상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는 전체 주가 하락을 경험해야 했고, 카카오페이는 경영진 사퇴라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에 스톡옵션과 관련한 부차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매도 논란, 세금과 관련 깊어”

20일 회계저널에 게재된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매도 사례’ 논문에 따르면 당시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44만 주 행사로 620억원의 이익을 얻어 최대 307억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했다. 소득세법상 스톡옵션 행사이익(행사청구일 종가-행사가격)은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최고 49.5%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정해진 가격(카카오페이의 경우 5,000원)에 회사 주식을 산 것이기 때문에 620억원은 미실현 이익에 가깝다. 해당 주식을 팔기 전까진 손에 쥐는 현금이 없는 데다 향후 주식가격이 내려가 처분 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세는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부과된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의 경우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근로소득세만 16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지난 2021년 11월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그해 12월 10일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종합소득세 납부 기간은 이듬해 5월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이 계좌에 입고되자마자 처분됐다는 점에 논란이 일었고, 시장에선 경영진이 현 주가를 고점으로 판단해 하락에 베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논문 제1저자인 최아름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는 “개인이 세금을 내기 위해 몇십억~몇백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식을 처분한 건 소득세를 내기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경영진이 연말까지 주식을 보유하면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2022년 이후 주식 처분 시 최대 총 85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연내 주식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세가 0원이다. 예컨대 류 전 대표가 같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한다면 2021년 12월엔 양도소득세가 0원이지만 2022년 1월 이후엔 최대 44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즉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회사 주식 44만 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매각해 약 878억원의 이익을 봤고, 빠른 처분 덕에 85억원의 양도소득세 없이 근로소득세 307억원만 내게 된 셈이다.

“경영상 문제없다”지만, 결과적으로 타격 입은 카카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는 전체 주가 하락이란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당시 류 전 대표 등 경영진은 ‘경영상 문제없는 결정’이란 태도를 유지했으나, 카카오 내부 직원으로부터도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영진 먹튀 논란이 일자 카카오페이 구성원들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사내 메신저를 통해 류 전 대표와 경영진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류 전 대표는 직원-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성원의 불만을 달랠 처우 개선 등을 논의했으나, 내부 동요는 쉬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스톡옵션 대량 매각과 관련이 깊은 류 전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 중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는 대표 내정자인 신원근 부사장을 포함한 5명의 경영진은 카카오페이에 잔류해 상황을 수습하고 추후 재신임을 받도록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잔류하는 5명의 경영진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자신들이 매각한 주식 재매입을 진행했다. 특히 신 당시 부사장은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수익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고 대표로 선임되는 경우 임기 동안에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스톡옵션 등 제도 개선 필요할 듯”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스톡옵션 제도의 허점 하나가 기업의 평판과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이 명확히 드러난 사안”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회계 기준에 따라 매년 정산해 세금을 매기는 식의 현 제도가 경영진의 부담을 키워 결과적으로 파국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이번 사건은 “경영진 개인의 세금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회사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스톡옵션 행사 시 과중한 조세 부담에 직면하는 것은 국내외 여러 회사에서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어 경영자 보상계약 설계 시 참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국내보다 앞서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한 바 있는 미국에서도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0년대 초엔 스톡옵션 부여 날짜를 주가가 낮은 시점으로 소급적용해 행사 시 부당이득을 챙기는 백데이팅(back dating) 사건이 발생해 5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 이사들이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은 스톡옵션 외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도 함께 활용하는 추세다. 스톡옵션을 보상체계로 활용하면 임직원의 주주화를 통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경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적장 주가는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성과가 낮아도 주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을 실현하거나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이 적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에도 스톡옵션에 대한 부차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