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비전 ‘격전지’ 자동차 산업 침투한 클레, 35억원 프리 A 투자유치

머신비전 솔루션 기업 클레(CLE), 프리 시리즈 A 투자유치 투자자 “정확도·속도 면에서 경쟁사 대비 뚜렷한 성능 우위” 글로벌 머신비전 시장, 연평균 7.1% 성장 전망

160X600_GIAI_AIDSNote
사진=클레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3차원 머신비전 카메라 및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클레(CLE)가 3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유치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라운드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인 퓨처플레이와 신한캐피탈을 비롯해 신규 투자자 K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유니온투자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위험한 제조 공정, 완전 자동화 시대 열 것”

2021년 11월 설립된 클레는 정밀한 조작 또는 검사가 필요한 제조공정을 3차원 카메라와 이를 응용한 머신비전으로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설립 3개월 만인 지난해 2월 퓨처플레이와 신한캐피탈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스타트업 정부지원 사업인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5월부터는 현대차 미국 신축 공장과 기아 멕시코 공장에 주력 상품을 납품 중이다.

이진한 클레 공동대표는 “우리 솔루션은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사용자의 직접적인 조작 없이도 문제 없이 동작하도록 끊임없이 개선 중”이라며 “3차원 머신비전 시스템을 통해 각종 위험한 제조 공정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작업하는 완전 자동화 시대를 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투자를 이끈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클레는 탄탄한 기술력을 내세워 초기 기업임에도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상현 퓨처플레이 수석심사역 역시 “독자적인 컴퓨터비전 기술 및 심층학습 기반 3차원 데이터 생성·해석, 실시간 병렬 컴퓨팅 기술을 통해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경쟁사 대비 뚜렷한 성능 우위를 선점했다”고 이번 투자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인간의 눈과 대뇌 기능 갖춘 머신비전, 성장 가능성 ‘충분’

머신비전은 컴퓨터 비전에 포함되는 기술 중 하나로 고성능 카메라와 조명 및 레이저 모듈, 이미지 센서 등이 결합한 하드웨어를 통해 영상 같은 정보를 추출한 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목적에 맞는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기계에 ‘인간의 눈과 대뇌’ 기능을 넣어 제품을 측정하고 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작업자의 컨디션이나 숙련도로 인해 매번 작업 능률이 변하는 사람과 달리, 머신비전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제품을 일관성 있게 검사하기에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머신비전 장치를 ‘스마트 비전 검사 시스템’으로 명명해 스마트제조 분야 장비 및 디바이스 기술개발 전략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유망한 사업으로 떠올랐다.

2021년 기준 11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규모의 시장을 자랑했던 머신비전 업계는 지난해부터 성장 폭이 축소되며 ‘시장이 정체됐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팬데믹을 전후로 많은 기업이 제조 자동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으며 머신비전에 대한 니즈는 커졌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가 끊기는 등 기술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는 제품들을 모니터링 하는 수준에 그쳤던 머신비전은 이제 반도체 제조 공정, 완성차 생산 설비, 의료 현장 등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머신비전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7.1%씩 성장해 155억 달러(약 20조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머신비전 경쟁 치열’, 자동차 산업에서 우위 점하려면? 

클레가 진출한 자동차 산업은 머신비전 솔루션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 분야로 꼽힌다. 완성 제조품의 단가가 높은 만큼 불량 발생 시 상대적으로 큰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불량을 발견하지 못한 채 제품이 판매될 경우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생산 공정 중 조립 라인은 물론 에어백이나 타이어 및 브레이크 시스템 등 중요 자동차 부품 생산 과정에 순차적으로 머신비전을 적용 중이다. 또 자동차 내부에는 복잡한 부품이 다수 탑재되는 만큼 2D 및 3D 머신비전, 딥러닝 기술, 바코드 판독 등을 활용해 완성도 높은 공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클레 외에도 라온피플, 멤스룩스, 뷰온 등이 저마다 자사가 개발한 머신비전 솔루션을 들고 자동차 산업에  침투했다.

그렇다면 다수의 기업들 가운데 클레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사가 독자 보유한 3차원 머신비전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한 빠른 개발 주기를 꼽았다. 카메라 등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높은 성능은 물론 유연한 가격구조를 지녔다는 설명이다. 숙련된 인력의 부족과 시장 경쟁 과열로 거센 자동화 바람이 불어닥친 자동차 산업에서 클레가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