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케어] 고령사회에 떠오르는 실버산업 ③ 관련 전공의 등장

노령 인구 증가에 국내외 실버 비즈니스 관련 학과도 등장 간호분야에 국한된 케어X 전문 호텔경영인도 뛰어드는 시니어 ‘종합’ 케어 국가가 공인하는 ‘전문’ 시니어케어 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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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원 실버비즈니학과 학생들이 해외 탐방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숙명여자대학교

지난 3월 행정안전부에서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전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한단 통계가 발표됐다.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를 차지할 때초고령 사회또는후기 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구분된다. 즉 우리 사회가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셈이다. 이에 늘어나는 고령 인구만큼 시니어케어와 관련된 직업군과 서비스가 부상함에 따라 국내외 대학 및 대학원에 시니어케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공과목도 각광받는 추세다.

시니어케어 전문가 양성하는 대학원들

지난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40년 33.9%로 증가하며, 2045년에는 37%로 세계 1위 노인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인구 비중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케어 서비스 등 관련 비즈니스도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시니어케어 산업이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각 대학·대학원에서는 이를 대비해 시니어케어 관련 전공을 개설하고, 노인복지 수준을 포함해 실버 계층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이론에 근거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최초의 시니어케어 관련 전공은 지난 2003년 숙명여자대학원에 개설된 ‘실버비즈니스학과’다. 커리큘럼에는 실버마케팅, 실버소비자행동, 실버주거산업, 실버금융산업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을지대학교 일반대학원은 ‘시니어헬스케어학과’를 개설해 시니어 헬스케어를 위한 진단시스템 구축 및 건강 개선 기능성 소재 개발을 목표로 한 석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학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강남대학교는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4년제 대학 내 ‘실버 산업학과’ 학사과정을 신설하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시니어케어, 간호 넘어선 케어 전문성 요구도

이같은 흐름은 해외에서도 관측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보스턴 대학교 호텔경영대학원은 지난 2021년 노인 생활을 도울 수 있는 시니어리빙(Senior Living) 석사 프로그램을 부설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수강생들은 수익 관리 및 분석, 부동산, 디지털 마케팅 등 일반 경영학 이론과 노인 생활 및 장기 요양 산업에서의 관리, 노인 시장의 이해 등의 복지 이론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시니어리빙 프로그램의 학장을 맡은 아룬 우프네자(Arun Upneja) 박사는 “보스턴 대학의 시니어리빙 프로그램은 노인들을 효과적으로 돌보는 분야”라며 “간호 및 모니터링 등의 전통적 케어 방식을 넘어 다양한 노인 생활 커뮤니티를 꾸릴 수 있도록 폭넓은 과목을 수강한다”고 소개했다. 즉 ‘시니어 종합 케어’를 추구하는 셈이다.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바텔대학원이나 스위스에 자리한 크란스-몬태나(Crans-Montana)대학원 등 호텔 경영대학원을 운영하는 해외 대학원들도 노년층을 위한 요양원 관리 등의 과정을 기존 호텔 경영학 과정의 세부 전공으로 추가했다.

관련 전공도 신설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아이스텍(istec)대학원은 ‘건강관리&실버경제전공’이라는 석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커리큘럼에는 실버 경제 시장, 실버 마케팅 문제, 실버 세대의 이해 등이 포함돼 있으며, 고령 세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연구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레이치맨(Reichman)대학원과 미국 와이드너(Widene)대학원 역시 헬스케어 분야 혁신 및 의료 관리를 위한 석사 과정을 선보인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관련 일자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채용공고 시스템인 ‘인디드’에서 시니어케어 관련 직종을 검색하자 약 1,000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검색 결과로 나왔다. 직종도 확장되고 있다. 인디드에서 채용공고 기준을 호텔 경영학 석사(mba hospitality)로 두고 검색하면 요양원 관리, 호스피스 병동 관리, 헬스케어 매니지먼트, 개인 비서 등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가 검색된다. 시장이 간호를 넘어서 ‘전문 비서’ 격의 케어 인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사진=Hotel Online

시니어케어 전문성 확대 시급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케어를 전담할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인 돌봄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로 한국을 꼽으며, 2040년까지 해당 인력을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다만 무분별한 충원이 이뤄져선 안 된단 지적도 나온다. 석승한 대한노인신경의학회 회장은 “노인 돌봄은 재정과 정서적 지원이 통합적으로 세심하게 관리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돌봄 제공자의 질적인 측면을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노인 돌봄 제공자의 70~80%는 가족 구성원이며, 나머지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이 도맡고 있다. 문제는 간병인의 경우 국가공인 자격제도에 포함되지 않으며, 국가공인 자격으로 운영되는 요양보호사 역시 240시간의 교육시간만 충족한다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누구나 쉽게’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석 회장은 “이들의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노인 돌봄이 제1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없을뿐더러 사회적으로 전문직이라는 인식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간호조무사, 2급 사회복지사들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시험을 치른 뒤, 케어가 필요한 환자에 간단한 의료적 처치 및 상태에 따른 분류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케어매니저 시스템을 만들어 이들이 자체적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케어가 돌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 사회의 도래를 대비해 다양한 노인층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전문가를 배출해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만큼 시니어케어 관련 자격제도 강화, 전문직 일자리 양성 등 시급한 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