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오른 ‘콘텐츠 가치’, 韓도 소비진작 정책 방향성 재고해 봐야

스위프트 영향력 ↑, 세간서 ‘스위프트노믹스’ 용어까지 나왔다 韓은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이 거대한 영향력 펼쳐 문화 콘텐츠 산업 중요도 높아져, 정부 소비진작 정책 방향성 재고해볼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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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사진=테일러 스위프트 트위터

최근 미국에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기 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하는 도시들은 지역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좋아진다는 걸 뜻하는 말이다. 워낙 많은 팬이 몰리다 보니 공연장 주변에선 실제 지진에 맞먹는 진동까지 관측되기도 했다.

‘스위프트노믹스’의 힘, Fed까지 ‘주시’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3월부터 내달 9일까지 미국에서만 총 52회 일정의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연이 열린 미국 20여 개 도시의 공연장 근처 호텔과 음식점 등은 금세 동이 났다. 공연장 주변 상권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공연 예상 수익은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프트의 팬들은 콘서트에 참석하고 스위프트의 굿즈를 소비함으로써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실제로 스위프트노믹스의 가치는 매우 높다. 지난 2019년 포브스는 스위프트의 연간 수입을 1억8,500만 달러(약 2,405억7,400만원)로 추정했는데, 스위프트 수입 대비 경제적 파급력은 이보다 더욱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스위프트 콘서트장에 모여든 팬들로 인해 콘스트장 인근에 규모 2.3 규모의 지진과 동등한 규모의 진동이 발생했을 정도니, 스위프트가 지닌 잠재력의 크기는 가히 말로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스위프트노믹스를 주목하고 있다. Fed는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스위프트 콘서트의 경제적 가치를 언급하며 “스위프트의 투어가 슈퍼볼급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콘서트가 진행된 신시내티 시내 호텔의 예약률은 98%에 달했다. 당시 시내 호텔 총매출 규모는 260만 달러(약 34억원)를, 해밀턴 카운티 전체 호텔 매출은 530만 달러(약 69억원)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韓은 ‘블랙핑크노믹스’

우리나라에도 스위프트와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걸그룹 블랙핑크다. 지난 2일 베트남 전문 매체 인사이드비나에 따르면 블랙핑크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던 지난달 하노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238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나 증가한 수치인데, 특히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이 38만100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현지 당국은 “이들 중 상당수가 블랙핑크 콘서트를 위해 하노이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블랙핑크의 공연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하노이 미딘(My Dinh)국립경기장 주변 숙박시설들은 방이 동났다. 숙소 검색량 또한 전주 대비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캄보디아, 홍콩, 대만, 필리핀 등 주변 국가에서도 하노이 숙소 검색량이 2.5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전 태국·중국 등 주변 국가에서 하노이로 향하는 왕복 항공권은 800만~900만 동(약 43만~49만원)으로 치솟았지만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세간에서 ‘블랙핑크노믹스’라는 용어가 떠오르기 시작한 이유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LA’ 공연 당시 모습/사진=빅히트 뮤직

단기적 물가 상승 영향 있지만, “영향력 결코 무시 못 할 수준”

스위프트의 영향력이 거세지면서 재계에선 ‘투어플레이션(Tourflation)’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콘서트 투어로 인해 호텔 등의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고 그로 인해 지역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클라우스 바더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 중 하나는 콘서트 티켓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모든 것이 비싸졌다는 것”이라며 “맥주, 사이다, 코카콜라, 핫도그까지 다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Fed 입장에선 단기적 물가 상승에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그렇다 해서 스위프트 공연의 경제적 파급력이 부정적이라는 건 아니다. 스위프트노믹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이후 지역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극적인 효과를 발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 6월 시카고에서 디에라스 투어가 열릴 당시 시카고 전역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팬데믹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만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4만3,000회 추가로 발생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경제가 다시금 활력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K-POP 또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BTS의 국제적 성공은 국내 기업들에 브랜드 가치 제고와 문화 콘텐츠 개발 등 사업적 기회를 제공하면서 ‘방탄노믹스’ 효과를 톡톡히 보여준 바 있다. 방송·영상·영화·문화·여행 등 서비스 산업과 식음료·화장품·의류·자동차·가전·유무선 통신기기(IT) 등 소비재 산업에도 그 파급력이 미쳤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 콘텐츠 산업을 기술 발전에 비해 다소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기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연예인 투어 공연 지원 등으로 소비진작책의 방향성을 새로 짜보는 시도도 충분히 개연성을 얻었다는 의미다. 정부의 정책 방향성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