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배달앱’을 운영한다고? 비금융 서비스 확장에 속도 내는 시중은행

‘국민은행은 알뜰폰·부동산, 하나은행은 여행’ 비금융 서비스 늘려가는 시중은행 빅4에 이름 올린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수익성보다 ‘데이터 확보’에 목적 금융업에 도전장 내미는 빅테크 견제 효과, 디지털 전환 ‘유휴인력’ 활용 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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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 홍보 이미지/사진=KB국민은행

시중은행들이 ‘비금융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뜰폰과 배달은 물론이고 부동산, 여행,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꾸준히 비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은 본업의 ‘이자 장사’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다양한 서비스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금융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비금융 서비스’ 확장해 나가는 은행권

국민은행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국세청 모바일 안내문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민은행과 신한카드, 네이버가 참여한 3사 컨소시엄이 2019년부터 매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던 카카오페이를 밀어내고 관련 사업을 따내면서다. 국민은행은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비롯한 국세청의 각종 신고·신청 안내문을 은행 앱 내 ‘디지털 지갑’을 통해 알림 메시지로 전달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KB부동산 앱 내에서 개인 맞춤형 부동산 서비스 ‘내집내집’을 본격 출시하며 부동산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차후 국민은행은 △전세 사기를 걱정하는 임차인을 위한 전세매물 서비스 △마이데이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등을 추가, 내집내집을 개인 부동산 종합 관리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항공편명을 입력하면 인천공항 및 체크인카운터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주는 ‘패스트 인천공항’ △자동차 점검 서비스 △반려동물 등록증 서비스 등으로 비금융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생활 금융 플랫폼 ‘하나머니’ 앱은 △해외여행 특화 카드 ‘트래블로그’와의 연동 △환율 우대율 100% 적용 △환전·가맹점 수수료 무료 등을 앞세워 청년층의 ‘해외여행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 7일 선보인 공항 컨셉의 팝업스토어 ‘성수국제공항’은 1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끌어모으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야나두와 손잡고 교육·스포츠 플랫폼과 디지털금융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사진=하나카드

돈도 안 되는 배달앱, 은행이 왜 하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는 국내 배달앱 관심도 순위 ‘빅4’에 이름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12개 채널, 23만 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지난해 국내 배달앱 6개사의 포스팅 수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땡겨요’는 2.24%(9만355건)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땡겨요의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240만 명, 가맹점은 11만5,000개 수준이다.

땡겨요 서비스의 특징은 가맹점의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전혀 받지 않으며, 중개 수수료 또한 업계 최저 수준인 2%에 그친다는 점이다. 타 배달앱 대비 수익성 확보 방안이 사실상 부실한 셈이다. 이렇다 할 ‘돈’이 되지 않음에도 신한은행이 땡겨요 서비스를 운영하는 진짜 이유로는 ‘비금융 데이터 확보’가 지목된다.

소상공인의 경우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은행이 배달앱을 직접 운영할 경우 소상공인의 시간대별·지역별 주문량, 매출 정보 등 유의미한 지표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자영업자 대상 대안적 신용평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 얻은 가맹점 매출 등의 정보, 배달업 종사 데이터 등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땡겨요 신한카드’ 출시를 통해 신한은행 생태계 내에서의 수익 회전을 도모하고 있다. 외부 B2B 제휴 형태가 아닌 자사의 카드를 자사 서비스에 사용하는 형태를 채택해 수수료를 독점하는 식이다. 충분한 이용자층을 확보하며 이 같은 이점을 입증한 땡겨요는 최근 신한은행 내에서 ‘전사적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땡겨요

비금융 서비스의 본질은 빅테크 견제·유휴인력 활용?

이외에도 은행들이 비금융 서비스에 힘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금융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본업에 위협을 느낀 은행들이 비금융 서비스 진출을 통해 빅테크 기업에 맞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비금융 서비스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관련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이점 역시 관련 서비스 확장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신사업 개척을 통해 급증한 유휴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디지털 금융의 편의성이 증대되고 비대면 거래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대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점포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감소는 2018년 12개, 2019년 38개, 2020년 222개, 2021년 224개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오프라인 점포가 급감하면서 은행업계는 유휴인력 배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력 재비치나 재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이 비금융 분야의 신사업을 개척하고, 인력을 재배치해 잉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