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질 GDP’ 1분기 이어 2분기 0.6% 성장,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 가능성 높아”

실질 GDP 완만히 상승, 반면 수출 1.8% 줄고 수입도 4.2% 감소 부동산 규제완화 카드까지 꺼내며 경기부양 나선 ‘중국’, 국내 경기엔 긍정적 미·중 갈등에 높아진 ‘차이나리스크’, 수출국 다변화 등으로 중국 의존도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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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만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과 민간소비 모두 마이너스(-) 전환하는 등 부진이 계속됐다. 일각에선 부동산 규제 완화책까지 꺼내며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의 태세 전환이 올 하반기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 나오는 한편, 중국 특수에서 벗어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은, ‘2023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발표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 2분기 실질 GDP는 직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0.3% 역성장했던 실질 GDP는 올해 1분기 0.3%로 플러스 전환했으며, 2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실질 GDP는 한 해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기준 연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지표다.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크게 줄어든 수입이 2분기 성장을 주도했다. 수출은 전기 대비 2분기 1.8% 감소했으나, 수입은 무려 4.2%나 감소하며 ‘불황형 회복’이라는 꼬리표를 면치 못했다. 수출 감소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서 수출이 증가했으나, 석유 제품과 운수 서비스 등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줄었다.

지난 1분기 0.6% 성장한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다시 0.1% 감소했다. 재화 소비가 직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음식·숙박 등의 소비가 줄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편 실질 GDP 증가에도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 조건 악화 등으로 이전 분기 수준(0.0%)을 유지했다. 실질 GDI는 GDP에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실을 반영한 지표다.

중국 경기부양에 높아지는 수출 회복기대감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연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1.4%로 잡았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3·4분기 GDP 성장률이 모두 0.7%를 넘어서야 한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과 줄어든 민간 소비에도 그간 정부가 내세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5일 오전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에서 “상반기 0.9%에 이어 하반기 1.7%에 도달하면 산술적으로 1.4%가 된다”며 “조사국 전망대로라면 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은 상저하고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가 되기 위해서는 3분기와 4분기 각각 0.7%가량 상승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반기 성장에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는 중국의 부동산 완화 정책도 발표됐다. 중국 공산당은 24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의 수급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적재적소에 조정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규제 중심이던 부동산 정책 완화를 시사하는 발표문을 공개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향후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주요 도시 내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외에도 자동차, 전자제품, 가구 등의 재화와 레저, 문화 등의 서비스 소비를 늘려 내수 부진 해결에 나설 거란 계획이 발표되자 덩달아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수출 업황 개선 역시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점차 사라져가는 중국 특수, ‘서비스업’ 키워 미래 성장 동력 삼아야

경기 부양에 총력을 다하는 중국의 모습에 우리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등 수출 주요 품목에서 대(對)중국 수출액이 대폭 감소하자 무역적자와 함께 경제 전반이 휘청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중 갈등으로 인한 시장 질서 급변에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대중 무역수지가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두 차례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과의 대담에서 “과거 우리가 중국의 낮은 임금을 기초로 중간재를 수출한 뒤 최종재를 수출해 왔다면 지금은 중국의 임금도 오르고 중국 기업도 경쟁력이 생겼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중국 특혜를 누렸던 것에서 벗어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국의 의존도를 바꿔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 차원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과 미국 무역의존도가 40% 이상인 한국이 미·중 갈등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수출 제품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동남아 또는 중동 등 수출국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반도체는 중국, 자동차는 미국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수출국 다변화와 같은 대책 외에도 제조업 중심의 성장을 넘어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은 이미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규제개혁을 통해 제조업과 연계된 서비스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며 “생산성 향상,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5%로 OECD의 모든 회원국(평균 13%)보다 높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 GDP 비중은 57%에 불과하다. 일본 69.5%, 독일 62.9%, 미국 77.6%, OECD 평균 71%인 것과 비교하면 제조업에 크게 치우친 경제구조를 가졌다. 글로벌 선진국 대다수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전환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저조한 경제성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제 도약이 인구절벽으로 내몰리는 국내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