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AI’ 언론사에 시연한 구글, AI가 기자 역할 대체하는 시대 오나

구글, ‘NYT·WP·WSJ’ 등 주요 언론사에 기사 작성 AI 시연 수십 년간 기사 작성해온 언론사들 고심, ‘잘못된 정보’ 확산 우려도 전문가들 “AI가 인간 대체하긴 어려워, 자료 수집 등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160X600_GIAI_AIDSNote

구글이 뉴스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도구를 실험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구글 관계자는 AI 도구를 통해 기사 작성에 필요한 일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언론사들은 이러한 AI 개발이 기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기존의 언론사들이 생산한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AI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자들의 보조수단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세부 정보 수집해 뉴스 콘텐츠 생산 가능한 AI 기술 개발 중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구글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뉴스 기사를 생산하는 AI 기술을 시연했다. 내부적으로 ‘제네시스'(Genesis)라 불리는 이 AI 도구는 현재 일어난 사건의 세부 정보를 수집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기사를 보도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 크라이더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뉴스 발행인, 특히 소규모 발행인과 협력해 언론인의 작업을 도울 수 있는 AI 지원 도구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간단히 말해 이 도구는 기사를 보도하고, 작성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기자의 필수적인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대체할 수도 없다. 대신 헤드라인 및 글쓰기 스타일에 대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언론사들이 AI 기술을 뉴스에 적용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이번 실험이 수십 년 동안 기사를 작성해 온 기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면서 “AI가 기사의 생산성 향상을 불러올 순 있겠지만, AI가 작성한 기사들을 언론사가 점검하지 않을 경우 사실이 아닌 정보가 확산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교수는 “구글이 실험 중인 AI 도구가 신뢰할 만한 사실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기자들은 이를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AI가 미묘한 뉘앙스 차이나 문화적 이해가 필요한 주제에 대해 기자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잘못 사용한다면, AI 도구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의 신뢰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 “AI는 기자의 본질적 가치를 수행 돕는 보조 수단일 뿐

구글의 기사 작성 AI 개발 논쟁이 불거지기 전부터 국내외 언론사들은 AI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스포츠, 증시, 선거, 날씨 등과 같이 결괏값이 정해지고 정형화된 내용을 다루는 분야에선 AI가 작성한 기사가 활발히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만으로 AI 기자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앞서 구글이 그 한계를 인정했듯 기술이 거듭 발전해도 AI가 쓸 수 있는 기사의 주제와 내용에는 제한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도의 모디 총리가 처음으로 미국 국빈으로 방문했다’는 기사는 쓸 수 있지만, 단순히 이 내용만 가지고 ‘미중 패권전쟁으로 재편되는 세계정세 속 인도의 위치’라는 내용으로 기사를 구성하긴 어렵다.

대신 AI 기술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국내 한 인공지능 기반 챗봇 및 빅데이터 솔루션 전문 기업 관계자는 “인문학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AI가 내용이 정형화되지 않은 분야에서 인간이 작성한 기사 수준만큼 기사를 작성하기는 어렵다”면서 “언론사들의 AI 활용은 데이터 수집이나 이벤트 추출과 같은 보조적인 측면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AP통신은 AI 기술을 기사 작성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AP통신이 보도하는 기업의 실적 등 수익보고서 기사는 대부분 AI가 작성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해당 분야의 분기별 기사 생산량이 사람이 직접 작성할 때보다 12배 이상 늘었고, 그에 따른 사이트 방문객과 광고 수입도 훨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일일이 할 수 없는 업무에 활용돼야

현재 AI 기술은 특정 기사를 입력하면 기사의 핵심을 두어 문장으로 요약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최근에는 AI가 기사의 긍정과 부정, 나아가 문장의 감정 구분까지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수백만 건의 언어모델 학습이 기계의 능력을 핵심이나 긍정, 부정과 같은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 영역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일부 언론사들은 기사 아이템 발굴과 정보 수집에 AI 기술을 활용 중이다. 구독자들에겐 기사 요약 서비스나 관심사에 맞는 맞춤형 기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거칠게 쓴 원고를 그럴싸하게 다듬는 윤문이나 퇴고 과정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한편 인간이 일일이 할 수 없는 업무에 AI가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2016년 미국 애틀랜타의 한 저널은 미국에서 1999년 이후 각종 성 관련 위법 행위로 처벌을 받은 의사가 3,1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2,300명이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를 내놓으며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해당 언론사에 따르면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참고한 기사가 10만 건에 달하는데, 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모두 AI가 맡았다.

이처럼 사람이 일일이 할 수 없는 업무에 AI가 활용된다면 기사의 넓이와 깊이 역시 확대될 수 있다. 국내 H대학 언론홍보학부 관계자는 “AI가 기자들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특히 AI를 통해 취재 범위가 확대되는 것과 같이 기자의 업무 능력에 향상을 불러올 수 있게 된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